“하나님 품은 벗어날 수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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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각각 그러거니와, 더구나 배우라면 그만의 아우라(aura)가 존재하기 마련이다. 닮은꼴을 대보는 게 마땅치 않다는 말이다. 그럼에도 황인영을 만나니 줄리아 로버츠 혹은 니콜 키드먼이 겹쳐 보이는 건 어찌하지 못했다. 동양인으로서는 흔히 그럴 수 없다.

신장과 체형의 평균이 서로 다른 탓이다. 그런 점에서 황인영은 특별하다. 키가 174센티미터로 줄리아 로버츠와 같다. 황인영이 좋아한다는 배우 니콜 키드먼에 비하면 6센티미터나 작지만(!), 가늘고 긴 그녀의 다리는 동양인의 눈에 학의 그것 같아보여서 ‘원조 학다리’로 불린다.

황인영은 대학 1학년이던 1999년, 영화 주연 공개 오디션에서 1500대 1의 경쟁을 뚫고 일약 스타가 됐다. 올해 초까지 의 이수아로, 최근 종영한 에서 의인왕후 박 씨를 연기하는 등 수많은 드라마와 영화에서 활동해온 그녀는 9월부터 세종대학교에서 공연영상애니메이션학 전공으로 박사과정을 시작했다.

지난 2월 용인대학교 대학원에서 연극학 석사를 받고 3월부터 세종대학교 디지털 콘텐츠학과에서 영화 강의를 해왔는데, 학교 측으로부터 박사과정을 권유받은 게 학업을 더해갈 용기를 내는 데 보탬을 줬다. 추석 기간 방송된 기독교방송(CTS) 에서 출석하는 만나교회의 김병삼 담임목사와 함께 출연하기도 했다.

그녀는 만나교회가 설립한 NGO ‘월드휴먼브리지’의 홍보대사다. 네팔 대지진 피해 주민 돕기, 필리핀 태풍 하이옌으로 인한 재난 구호캠페인에 참여했다. 미혼모 돕기 캠페인 등 나눔 행사에도 자주 참석했다. 물론 신앙을 따라, 봉사하려는 마음 때문에 하는 일이다. 이런 그녀의 신앙은 모태에서 예견된 것이었다.

그러나 고등학생 시절 입시를 빌미로 유행 따르듯 교회를 다니지 않았고, 대학 1학년 때 덜컥 캐스팅되면서 20대는 바쁜 세월을 보냈다. 그 덕에 어려서부터 경제적으로 연약했던 가세를 세우고 부모님 집까지 사드릴 수 있었지만, 그녀를 뿌리부터 뒤흔든 건 아이러니컬하게도 돈이었다.

가족처럼 지내던 매니저가 그녀를 속이고 잠적하면서 광야에 서게 된 것이다. 20대 후반에 떼인 돈이 무려 1억 원. 구경도 못한 수입에 세금까지 부과됐다.

우울증이 찾아온 건 당연했다. 이후 주님을 다시 만났다. 그 뒤 어찌어찌 한참이 흘러 그 돈 가운데 10퍼센트인 1천만 원을 최근 돌려받았는데, 그녀는 그걸 아프리카 우물파기에 전액 기부했다.

교회에서 진흙을 먹고 산다는 아프리카 아이들에 대한 소식을 듣고 나서라고 했다. 테이크아웃 커피값도 아까워 편의점 캔커피를 찾는다는 ‘짠순이’로서는, 더구나 오래 기도하고 돌려받기를 바랐던 돈을 그렇게 쓰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마음이 바뀌지 않고서는 말이다. 마음이 바뀐 그 사연을 들어본다.글 이한민 사진 도성윤 스타일리스트 조은혜

새벽기도회 다녀오셨나봐요.
네, 변화산새벽기도회요. 집이 교회서 차로 한 10분, 가까워요. 어려서부터 쭉 성남에서만 살아왔거든요.

모태신앙이었다죠?
온 가족이 주일마다 교회를 나갔고, 수련회 빠지지 않고 신앙생활을 했어요. 그런데 당시 고등학생이 되면, 특히 고3이면 집중 공부를 해야 한다고 교회 안 나가는 게 용납되던 분위기였던 것 같아요.

중학교 3학년 때 예배드리며 결단하고 울던 기억도 생생한데, 고등학교 때는 공부만 열심히 하고, 대학 들어가서 1학년 말에 우연히 캐스팅이 된 거예요. 그러다보니 바쁘다는 핑계로,

또 촬영도 주일 상관없이 돌아가니까 계속 그렇게 다시 교회로 돌아갈 기회를 놓치고 살았던 것 같아요. 물론 제가 게으름 피운 것도 있었죠.

주일에 촬영이 없어도 피곤하고 힘드니까 안 나가게 되고, 그렇게 점점 나태해진 겁니다. 또 제 안에 어떤 욕심 같은 게 생기면서, 교회는 제가 좀 더 ‘잘 된’ 다음에 나가자는 생각도 했고,

어려서부터 다니던 교회가 소규모에 서로 다 아는 사이라 그랬는지 ‘좀 더 성공한 다음 나갈 거야’ 하는 욕심이 교회와 거리를 멀어지게 만든 것 같아요.

어머니가 가만 두시던가요?
워낙 저희 부모님이 신앙생활을 열심히 하시다보니 주일에 제가 누워서 ‘난 교회 안 갈래’ 그러면 엄마가 항상 “너는 하나님이 한번 찍었던 사람이기 때문에 그렇게 있다가는 언젠가 하나님께 크게 맞는다.

그러면 다시 살아나기 힘드니까 정신차려라” 하는 무서운 멘트를 한마디 하고 교회 나가곤 하셨거든요.

그런 말 들어도 별 신경 안 쓰고 살았는데 계속 듣다 보니까, 또 사실 하나님이 주실 때는 풍성히 주셔도 거둬가실 때는 정말 무섭게 거둬가시는 걸 주변에서 교회생활 하며 많이 보고 듣기도 했기 때문에

서서히 겁이 좀 나기도 했어요. 그냥 가면 되는 거였는데, 한동안 안 나가던 교회를 나간다는 그게 참 어렵더라고요.

주님을 다시 만난 계기는?
그러다 2004년엔가 가족과 함께 본 영화가 교회로 돌아가게 된 계기가 됐어요. <패션 오브 크라이스트>라고 멜 깁슨이 만든 예수님 영화 있잖아요. 그냥 성경 말씀으로만 듣던 예수님의 고난이 느껴지더라고요.

예수님이 우리를 위해서 못 박혀 돌아가셨다는 게 어떤 거고 그 고통이 얼마만큼 큰 거며, 어려서부터 쉽게 접했던 그 말씀이 시각적으로 이해되면서 감동과 감사가 생겨났어요. 저 혼자 많이 울고,

그 영화를 보고 당장 하나님을 만나러 가야겠다 해서 바로 그 주부터 교회를 다시 나가기 시작했어요.

한편으로, 이런 영화를 통해서 사람들이 저처럼 다시 신앙을 회복하게 될 수도 있다는 것,

예술매체를 통해서도 가능하다는 깨달음도 얻었죠. 그런 일을 위해 내가 연예인이 된 것일 수도

있겠다는, 제가 하는 일이 하나님의 뜻이라는 걸 알게도 됐죠. 제가 연예인을 하면서 뭘 해야 한다는 생각은 못했는데, 그렇게 변화하게 된 겁니다.

주님을 다시 만나고 나니?
지금도 제가 연기와 영화와 관련해서 공부도 더 하게 되고, 그동안 어려움 가운데서도 여러 가지 일을 하며 이렇게 살아온 인생을 돌이켜 보면, 그냥 제 뜻대로 된 건 단 하나도 없었던 것 같아요.

저는 제가 제 인생을 결정하고 주도한다고 생각했었거든요. 20대는 다 내 뜻대로 되는 건 줄 알고 제 마음대로 하려고 했어요. 하지만 어떤 결정을 하고 어떤 일이 일어날 때마다, 희한하게 그런 일들이

만들어진 게 하나님이 예비하시고 그 길을 제가 잘 갈 수 있게 해주셨던 거라는 사실을 어느 순간 깨닫게 됐지요.

이제 나이가 먹어가면서, 또 힘든 일도 겪어가면서 계속 신앙생활을 하고 주님을 더 알아가니,

점점 하나님이 주시는 메시지를 들을 줄 아는 귀와 여유가 좀 생기게 된 것 같아요. 이제는 하나도 내 마음대로 되는 게 없는 걸 깨닫고, 그래서 항상 모든 일을 할 때 기도하게 되고요.

주님이 주시는 대로, 내가 버겁고 싫은 일도 그냥 하라는 메시지가 오면 자연스럽게 순종하게 되는 것 같아요.

어렸을 때 교회보다 세상일에 더 욕심낸 이유는 무엇이었을까요?
일단 저희집이 그렇게 풍족했던 것은 아니어서 제가 늘 어릴 때부터 기도했던 게

항상 저희 집 형편이 좀 더 좋아질 수 있으려면 ‘내가 어떤 직업을 가지고 무엇을 해야 할까요?’ 하는 것이었어요. 그러다 생각지 않았던 연예인이 되면서 물질 문제가 해결되고 여유가 많이 생겼어요.

감사한 게 저는 신인 때 무명시절이 거의 없었어요. 데뷔하자마자 스포트라이트를 많이 받았고

높은 자리에 바로 올라가 감사한 생각을 느낄 시간도 없을 정도였어요. 그러니 더 잘 될 거야 하는

세상적인 욕심이 강해진 것 같아요. 그럴 때 더 하나님 앞에 감사하고 내 욕심도 좀 내려놓고 착실하게 갔어야 했는데, 그때는 모든 걸 내 결정, 내 욕심대로 모든 일들을 처리했던 겁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제 와서 너무 감사한 건, 제가 견딜 수 있을 만큼의 어려움을 주셨다는 거예요.

그래서 다시 하나님을 만날 수 있는 계기를 주신 것이죠. 너무 무섭게 다 가져가지 않으시고 조금의 채찍질을 하시면서 제가 쓰러지지는 않을 정도로 보살펴주셨어요.

연예인이라는 직업이 보기에는 화려하고 걱정 없을 것 같지만 직업 자체가 주는 불안감이 많고,

항상 누군가에게 캐스팅되어야 한다는 데 대한 스트레스가 엄청나요. 아시겠지만 배우가 한번 잘 됐다고 계속 잘 가는 게 아니라 오르막내리막이 많고 새로운 배우도 많이 올라오죠.

또 여배우로선 나이가 들어가며 배역이 바뀌어가는 데 대한 스트레스도 크고요. 정신적으로 온전히 산다는 게 힘들 정도죠.

그런데 제가 만약 신앙이 없었다면 못 버티고 쓰러졌을 것 같아요. 이제 다시 교회를 다니고

신앙생활을 하고 있지만, 여전히 제 생각이 올라오고 뭔가 제 뜻대로 풀려고 하는 게 솔직히 가끔 있기는 해요. 하지만 이제는 신앙이 있으니까 그런 제 생각이 올라왔을 때 목사님하고 상의를 하거나

성도들과의 관계 속에서 세상적 눈이 아닌 하나님의 눈으로 일들을 풀어가려고 노력하게 되거든요. 아직 100퍼센트는 아니지만 80퍼센트 정도는 그렇게 살아가게 된 것 같아요.

최근에 돌려받은 큰 돈을 바로 헌금하셨다고요?
저랑 오랫동안 가족처럼 지내던 매니저였는데, 심지어 교회도 다녔는데 사기를 치고 갑자기 사라져버렸더라고요. 그 사실도 충격이었지만, 그 여파로 제가 일을 못하게 되고 회사도 묶이고, 그게 나이 서른도 되기 전이었으니 힘들었지요. 절망 많이 절망하고 무너졌어요.

하지만 어떻게 혼자 꾸역꾸역 아무튼 버틴 것 같아요. 버티다 보니 살 길이 또 생기게 됐지만, 그 시간 동안 돈을 벌지 못한 것도 있어서 어떻게 해서든 그 돈은 돌려받아야겠다는 생각은 오래 가지고 있었어요. 다시 돌려받는 게 쉬운 일도 아닌데 말이죠.

그러면서 교회를 나가게 됐는데, 기도하다 어느 순간 하나님이 저에게 이런 말씀을 주셨어요.

“그 돈 네 돈 아니다.” 그때부터 마음이 좀 편해진 것 같아요. 어차피 내가 그 돈 없어도 살 수는 있고 이미 오래전 일이고, 그리고 과거에 얽매여 오늘 왜 스트레스를 받고 살아야 하나 생각도 들고.

나보다 더 심한 사기를 당한 사람도 사는데, 내가 왜 욕심을 버리지 못하고 살까? 그런 생각이 들어 만일 돈을 일부라도 돌려받는다면, 물론 받을 생각도 사라졌지만, 그렇게 되면 하나님께 감사헌금으로 드려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그리고 1천만 원을 받았는데, 마침 아프리카에 우물 하나 파는 데 그 정도 돈이면 된다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그래서 이건 어차피 내 손에 있던 돈도 아니고 없던 거니까 이런 기회에 좋은 일에 쓰는 것이 더 맞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러니까 다 잊게 되고 그 일에서 몇 년만에 해방이 된 기분이에요.

주님과 동행하는 지금이 주님을 떠나 있을 때와 어떻게 다른 것 같나요?
그 전에는 제가 아주 아주 날카로웠던 것 같아요. 제가 뭔가를 다 해야 한다고 생각했고 원래 성격이 완벽주의였어요. 꼼꼼하고, 1,2분 지각하는 것도 싫어하고. 철저한 면이 있어서 같이 일하는 사람들 많이

괴롭혔지요. 상대의 나이를 막론하고 내 기준치까지 못 올라오면 가만 두지를 않았으니까.

뭐든지 자로 잰 듯 이래야 돼, 저래야 돼, 왜 못해 그러면서 누구를 계속 끌고 가고 지시하려 들고 철두철미하니까, 그게 사실은 너무 스트레스가 많았죠. 저를 지키려고 부단히 꽁꽁 싸매려고 노력했기 때문이었나 봐요.

그렇게 제가 저를 싸고 있던 틀을 하나님이 하나씩 부숴주셔서 지금은 그 껍데기가 다 사라지고요,

세상 말로 표현하면 좀 여유도 있고 느슨해지는 것 같아요. 그렇다고 이제는 일할 때 지각하거나 하진 않지만, 사건들을 바라볼 때 옛날엔 ‘어떻게 이럴 수 있어?’ 하고 정답에서 틀리면 무조건 틀린 거라고

생각했는데, 이제는 ‘모르면 그럴 수도 있지’ 그러니까 배려라는 게 좀 생긴 것 같아요.

또 제가 크리스천이니까 그렇게 배려하고 살아야 하고 나가서 못된 짓 하면 안 되잖아요. 하나님 만나고 계속 기도하다 보니까 이렇게 변해가는 것 같아요.

기도할 때 무슨 생각을 하나요?
배우자 기도도 하라는데 안 하고 있고요(웃음), 제가 교회 가서도 늘 하는 기도는 이것밖에 없어요.

그냥 주님 안에서 이렇게 계속 그 품에 있게 해달라고요. 또 모든 것이 감사하다고요.

저를 너무 잘 인도해주고 계셔서요, 감사하다는 기도밖에 나오는 게 없더라고요. 20대에 여러 가지 일을 겪으면서 저를 단단하게 만드시고 다치게도 만드시고, 그리고 다시 만난 하나님이기 때문에 감사한 거예요.

하나님은 특별한 게 아니라 그냥 늘 제 옆에, 늘 함께 하시는 분이세요. 그래서 그냥 아무데서나 머릿속에서 뭔가 떠오르면 그 생각이 곧 기도가 되는 것 같아요.

제 생각을 하나님이 보시고 늘 읽으시는 것 같거든요. 그게 언젠가부터 습관이 돼서 매순간 갑자기 떠오르는 생각을 그냥 주님께 기도드린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그게 좋아요.

박사 공부를 하고 강의 준비를 하시는 모습이 멋져 보일 것 같아요. 공부하고 가르치는 일을 상상해본 건가요?
안 해봤어요. 별로 하고 싶지도 않았어요. 예술 관련 일을 하는 저 같은 사람은 강의를 하거나 어떤 데 매이는 걸 싫어하는 기질을 갖고 있거든요. 사실 대학원을 가게 된 것도 일 때문에 너무 힘들 때였어요.

제가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없고 캐스팅도 되지 않고 집에만 있게 되니까 젊은 나이에 너무 답답하고, 사실 대학원을 가야 되나 말아야 하나 고민을 몇 년 했어요. 그런데 배우라면 더 배워야 된다는 말씀도

주시고 용기도 주셔서 대학원에 간 건데, 공부에 집중하니까 불안한 스트레스가 좀 사라지더라고요.

그렇게 대학원 2년을 열심히 공부하고 끝날 때쯤 되니까 강의할 길을 열어주셨고요.

후배 청년들에게 조언을 한다면?
제가 비록 20대에 하나님과 멀어지기도 하고 어려운 일도 겪었지만, 그런 일들이 없었다면 영영 교회로 돌아오지 못했을지도 모르죠. 믿음생활이란 게 한결같이 다 잘하지 못했을지라도 그게 다 하나님 품 아닌가요? 떠나 있든 그 안에 있든 다 하나님의 계획이 있는 거라고 생각하고요,

가장 중요한 건 다시 하나님 품 안으로 꼭 돌아오셔야 한다는 거예요. 제 어머니가 늘 이야기 했던 것처럼, 한번 찍은 하나님의 사람은 절대 못 벗어난다는 말이 맞는 것 같아요. 그러니 지금 하나님 품 안에서, 늘 감사를 잃지 않고 사는 거, 그게 기도제목인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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