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배우 조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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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갓피플 매거진과 첫만남을 가졌을 때는 주님만 생각해도 감격스럽다며 두 눈에 눈물을 맺곤 했던 뮤지컬 배우 조정은. 4년이라는 시간이 지나 다시 만난 조정은은 눈물 대신 평안함과 기쁨이 가득해 보였다.

누군가와 막 사랑에 빠진 이처럼 그녀에게서 따뜻함과 사랑스러움까지 느껴졌다. 하나님이 자녀에게 알려주시는 ‘누리는 삶’이 무엇인지 배우고 있기 때문이다.

자신의 길을 걸으며 하나님께서 하시고 싶은 일이 어떤 것인지 세밀하게 경험하고 있었다. 그녀는 자신을 있는 모습 그대로 용납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게 된 후로 하나님이 각자에게 주신 고유한 것에 대해 바라보게 되었다.

2002년 <태풍>과 <로미오와 줄리엣>으로 뮤지컬을 시작한 조정은은 2003년 제9회 한국뮤지컬대상 여우신인상에 이어 2011년 제17회 한국뮤지컬대상 시상식에서 <피맛골연가> 의 홍랑 역으로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다.

2013년 <맨 오브 라만차>와 <레미제라블>와 을 마치고 잠깐의 휴식기를 가졌고, 2014년 <소서노>를 시작으로 2015년 <엘리자벳>과 <레미제라블>의 판틴 역으로 관객들과 만나고 있다.

딸 코제트를 위해 어떤 희생도 마다하지 않는 판틴의 모성애와 따스함이 관객들에게 더 진하게 전해질 것 같다. 지난해에는 공연 전문 포털 사이트 스테이지 톡에서 진행한 2015 최고의 여우조연상에 뽑히기도 했다.

그녀는 계원예술고등학교에서 뮤지컬을 가르쳤던 선생님의 권유로 교회를 다니기 시작해 《고맙습니다 성령님》을 읽고, 40일 새벽기도를 드리며 성령님을 깊이 만났다.

그 후로 손기철 장로가 인도하는 헤븐리터치 화요말씀집회에서 싱어로 섬기며 하나님을 찬양하는 기쁨 역시 빼놓지 않고 있다.

무대 밖이나 무대 위에서나 끊임없이 하나님의 자녀 된 삶을 살고 싶어 고군분투하지만 무척 행복해 보였다. 그녀와의 이야기를 통해 하나님이 우리 각자에게 주신 ‘자기다움’을 돌아보고 누리는 삶에 대해 생각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글 김지언 사진 도성윤 사진제공 OD Company, 서울예술단

자신을 그대로 받아들이게 된 것에 감사하다는 이야기를 기사에서 봤어요.
노래나 연기에는 배우의 감정이 그대로 드러나요. 내 안의 깊숙한 곳에 무엇이 있는지도 모르고 동경의 대상이 하는 무언가를 흉내만 내면 자꾸 모방하고 찍어내는 것들이 나오는 거죠.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을 표현하는 자유를 잃어버리는 거예요.

그래서 연기를 할 때는 가장 먼저 자기가 누구인지 아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자기가 누구인지 알고 그것들이 풀어지는 과정은 배워서 하는 것과는 별개의 문제인 것 같아요.

저 역시 어렸을 때는 어떤 동경의 대상을 모방하는 것으로부터 시작했으니까요. 하지만 하나님이 우리 각자에게 주신 고유의 것들은 전부 다르잖아요.

나 자신을 잘 알지 못하면 주님이 허락하신 것들 중에 내가 가진 좋은 것들이 많이 있어도 그것을 보지 못하게 되는 것 같아요.

연기하면서 있는 모습 그대로 나 자신이 자유롭게 풀어진다는 건 어떤 의미인가요?
제가 지나왔던 시간들을 돌아봤을 때, 내가 갖지 못한 것에 대해 더 많은 관심을 갖고 비교하면 오히려 많은 기회나 가능성이 닫히고 문제가 되는 것 같아요.

특히 뮤지컬 배우는 늘 비교에 시달리거든요. ‘그것으로부터 나는 자유로울 수 있는가’를 질문하면서 직면해야 할 때가 와요.

그래서 학생들 혹은 교육의 자리에 있게 된다면, 하나님이 각자에게 주신 고유한 것들을 어떻게 하면 잘 풀어낼 수 있을까 생각해보도록 격려하곤 해요.

기술적으로 연기를 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어떻게 하면 자유롭게 연기하면서 그 속에 나 자신을 있는 모습 그대로 풀어낼 수 있는가에 대한 고민이 더 먼저여야 할 것 같거든요.

내가 저 사람을 누르고 앞서야 한다거나 ‘더 열심히 노력해야지’와 같은 가르침이 아니라 각자의 개성이 발견되는 그런 것들을 학생들에게 알려주고 싶어요.

교육에 있어서 그런 생각을 가지게 된 계기가 궁금해지네요.
저 역시 그 시간을 지나왔기 때문인 것 같아요. 뮤지컬 배우가 되고 싶어서 시작했는데 어느 순간 이 일로 가장 힘들어 하는 저를 보게 되었어요.

2012년에  <맨 오브 라만차> 를 하면서는 너무너무 힘들어서 무대에 서고 싶지도 않고 두려워서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더라고요.

저의 힘듦은 사람들의 눈에 보이지 않는 스트레스로 인한 마음의 어려움이었어요. 그런 것들 때문에 힘들 때 하나님의 관점으로 조언해줄 수 있는 선배나 선생님이 든든한 동역자처럼 있어주는 게 중요하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근본적으로 연기나 노래는 자신이 자유로울 때에 제대로 된 출발선에 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제가 겪었던 시행착오를 하나님의 방법으로 풀어내는 교육을 해보고 싶어요.

여전히 ‘여기서 노래는 이렇게 해라’와 같은 노하우만 전달하니까 배우들에게 어떤 한계점이 오는 게 아닐까 싶어요.

왜냐하면 내가 갖지 못한 것에 대해 끊임없이 관심을 갖고 채우려고 노력하는 과정이 정말 행복하지 않거든요.

2012년 <맨 오브 라만차>를 할 때가 뮤지컬 배우로 데뷔한지 10년차 아니었나요?
그렇죠. 돌이켜보면 그때는 의지적으로 인내하면서 그 시간을 버텼어요. 뭔가 몸을 던져서 하면 내 안에 어떤 숙제 같은 게 풀릴 줄 알았는데 풀리는 게 아니라 박살이 났어요.

<맨 오브 라만차>에 이어서 <레미제라블>을 했는데 공연을 마치고는 뮤지컬 배우를 더 이상 하고 싶지 않다는 생각까지 할 정도였어요. 그러면서 쉼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절실히 했죠.

쉬면서 스스로에게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 듣고 싶네요.
사람들이 봤을 때 아무 문제 없었지만 제 내면은 바닥이었어요.

배우로서 자존감도 바닥이었고 뮤지컬이 좋아서 시작했는데 어느 순간 가장 두려운 일이 되어버린 상황에서 어떤 의미를 가지고 가야 하나 혼란스러웠어요.

그러다 하나님께서 그 사랑을 넘치게 부어주시니까 죽어있는 제 영혼이 살아나게 되었고, 뮤지컬을 바라보는 마음의 태도가 달라지기 시작한 것 같아요.

예전에는 내가 열심히 감당할 영역을 하면 이후에 하나님께서 도와주시는 것으로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그때부터는 하나님께 어떤 선을 긋지 않고 있는 모습 그대로의 나를 인정하고 진실하게 그분 앞에 나아가기 시작했어요.

나를 통로로 사용하셔서 주님의 일을 하시고 그 안에 아버지께서 하고 싶으신 일이 온전히 드러났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요.

연기를 하면서 하나님의 역사를 경험한 이야기를 좀 나눠주세요.
뮤지컬 연습을 하면서 저는 남보다 긴장을 많이 하고 내 연기가 다른 사람에게 어떻게 보일까 신경을 많이 쓰는 편이에요. 연기에 집중하기보다 이게 맞을까 틀릴까 하는 게 늘 먼저였거든요.

하루는 연습을 하는데 하나님께 나를 내어드리듯이 맞고 틀리고를 생각하지 말고 놓아버려야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잘해야 한다는 마음을 내려놓으니 함께 작업하는 사람들도 만족하는 장면이 완성됐어요.

연습을 아무리 많이 해도 공연 때마다 매번 떨리거든요. 무대에서 가사가 생각이 나지 않아서 멘붕이 오기도 해요. 사실 연습을 많이 하면 안 떨릴 줄 알았는데 더 떨려요.

그래서 늘 무대에 오르기 전에 이렇게 기도했어요. ‘하나님, 떨지 않게 해주세요.’ 하지만 숨은 속마음은 ‘내가 이렇게 할테니 도와주세요’와 같은 기도였죠.

우리의 힘으로 무언가 이겨내려고 하면 할수록 더 불안해지고 사탄이 그것을 더 이용하는 것 같아요.

그런데 ‘제 마음을 하나님께 열어드릴 테니 마음껏 부으시고 역사하세요’라는 고백으로 바뀌었어요. 그리고 제가 온전히 주님을 의지하면 하나님이 진짜 역사하세요.

고음에서 삑사리가 나도 감동이 있어요(웃음). 그런 경험이 쌓이면서 하나님께서 ‘내어 맡기며 누리는 삶’에 대해 저에게 가르쳐 주고 싶으셨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주님께 나를 내어드리느냐 아니냐는 우리의 선택의 문제인 것 같아요.

지금까지 그런 시간을 통해 하나님이 정은 씨에게 주신 귀한 것은 무엇인가요?
저 자체로 귀하다는 것을 알게 됐어요. 전에는 전혀 몰랐어요. 주위에서 제 목소리가 예쁘다거나 곱다고 말하는데 저는 제 목소리가 싫었거든요.

왜냐하면 저는 목소리에 힘이 넘쳤으면 좋겠는데 제 목소리는 힘이 없는 것처럼 느껴졌거든요. 제 목소리를 바꿔보려고 노력했지만 잘 되진 않았죠.

남들이 아무리 좋은 이야기를 해도 자기가 좋게 생각하지 않으면 부정적으로 보이잖아요. 늘 없는 것에 대해 고민하면서 ‘난 왜 이게 없지? 왜 난 이게 안 되지’라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뮤지컬 배우의 삶 역시 누리는 삶이 아니었어요. 한번은 저를 객관적으로 들여다보고 싶어서 상담을 받은 적이 있어요.

100번의 공연을 했다고 치면 100번 중 커튼콜 나갈 때 박수 받을 정도로 잘했다고 생각하는 게 얼마나 되냐고 질문하더라고요.

100번 중에 5번, 6번이라고 답했는데 이런저런 질문을 하시더니 제가 완벽주의라는 거예요. 저는 한 번도 완벽주의라고 생각해본 적이 없거든요.

완벽해지기 위해서 끊임없이 자기를 채찍질하는 그 안에 ‘완벽하지 않으면 사랑받지 못해’라는 게 깔려 있다는걸 몰랐어요.

그런데 하나님의 관점으로 나를 보기 시작하면서 바뀌기 시작했어요. 내가 가지고 있는 것을 누리지 못하는데 다른 좋은 것이 온다고 누릴 수 있을까요?

쉬운 일은 아니지만 하나님이 이미 주신 것부터 누리는 게 정말 좋은 것이라는 점을 배우는 중이에요. 이제는 주위에서 목소리가 참 곱고 예쁘다고 하면 “네, 감사합니다”라고 이야기해요.

하나님이 주신 것을 누리지 못하는 분들에게 도움이 됐으면 좋겠네요.
하나님이 저에게 제일 많이 하신 말씀이 ‘내가 너를 정말 사랑한단다. 그리고 너를 가장 귀하게 생각한단다’라는 이야기였어요.

하나님으로부터 사랑한다는 고백을 들으면 처음에는 의심이 들다가 얼마 지나 그 말을 신뢰하는 순간이 찾아오거든요. 사랑을 받아봐야 주는 사랑도 할 줄 알잖아요.

전에는 어떤 상황에 대해 자동적으로 좋지 않은 것만 보이고 상상하고 그랬어요.

부정적인 생각들은 누가 시키지 않아도 무척 자연스러운 것 같아요. 하지만 하나님이 사랑을 많이 부어주시고 그것을 확인시켜주셨을 때는 의심이나 불안함 없이 누리는 일을 의지적으로 해봐야 해요.

예전에는 모자라고 부족한 것을 꼭 채워야 한다고 생각했거든요. 늘 잘해야 하고, 책임을 져야 한다는 생각이 어느 순간 나를 굉장히 힘들고 숨막히게 한다는 걸 깨닫고 나서야 모자라면 모자란 대로, 부족하면 부족한 대로 해도 괜찮더라고요.

무대에 올라갈 때마다 200퍼센트를 해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80퍼센트만 해도 된다는 걸 알게 된 후로는 마음이 너무 편해졌어요. 어느 순간 저 자신을 좀 용서했고요. 완벽주의는 어떻게 보면 자기학대인 것 같아요.

이제는 저에게 좋지 않은 일이 생겨도 웃을 수 있어요. 왜냐하면 제 주인은 그 상황이 아니잖아요. 우리의 마음이 어디에 묶여 있는가에 따라 차이가 있는 것 같아요.

저도 ‘상황이 이런데 어떻게 웃어’라고 생각했던 사람이거든요. 하지만 하나님나라의 관점으로 상황을 보기 시작하면 좋지 않은 일이 있어도 웃을 수 있고, 누군가 나를 괴롭혀도 웃을 수 있겠더라고요.

내 마음이 어려운 상황과 관계에 묶여서 하나님이 부어주신 것을 누리지 못하는 게 과연 자녀 된 삶인지 돌아보게 되었어요.

상황과 환경에 따라 하나님을 믿을 뿐이라면 내가 사는 삶이지 누리며 사는 자녀 된 삶은 아닌 것 같아요.

올해는 어떻게 살고 싶으세요?
누리는 삶이요. 하나님이 주시는 것이라면 마음껏 누릴 수 있는 삶을 살아보고 싶어요. 기쁜 상황 속에서 기쁠 수 있지만 기쁘지 않은 상황에서도 기쁠 수 있는 삶을 살고 싶어요.

기쁨은 하나님이 주시는 거잖아요. 주시는 것을 누리는 것을 매일 체험하고 싶어요. 나중에 아이를 낳는다면 좋지 않은 상황에서도 하나님이 주신 것을 누릴 수 있는 삶을 선물해주려고요.

그럴려면 제가 먼저 그런 삶을 살아야 될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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