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속 갓피플 #79]그 찬양사역자, 왜 국밥집을 열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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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정역 근처 ‘족보있는국밥’집 앞에서 조금은 쑥스러운 듯, 해맑은 표정으로 서 있는 그를 만났다.

30대를 문화 사역을 하며 보낸 그가 30대 후반에 요식업, 그것도 국밥집 사장이 되었다는 약간 뜬금없는 소식에 만나러 간 것이다.

8년간 마커스 사역을 했던 한래현 씨가 3년 만에 11개의 매장을 낸 사장으로 변신했다는데, 그에게 대체 무슨 일이, 어떤 변화가 있었던 것일까?
글 김영하 사진 도성윤

마커스에서 8년동안 사역하신 것으로 아는데, 그때 어떤 역할을 하셨는지요?

기획자로 예배를 총괄하는 예배팀장을 했었어요. 마커스의 활동 가운 데 어떻게 마커스의 마음과 마커스가 하고자 하는 것들을 전달할 수 있을지를 항상 고민하는 역할이었죠.

그래서 저는 평생 가는 공동체, 풀타임 사역자 아닌 다른 생각을 한 적이 없었어요. 그러다보니 27세 때 일찍 결혼을 했죠.

그런데 대부분 사역자들이 그렇겠지만 아이가 초등학교에 다닐 시기부터 재정적인 어려움이 왔어요. 그래서 낮에는 사역을 하고, 저녁에는 고등학교 친구가 하는 족발, 보쌈집에서 일을 하기 시작했죠.

요식업에 대해 평소 관심이 있었나요?

그건 아니고, 처음에는 가게 공간이 남아서 시작하게 된 거예요. 그냥 국밥을 팔아보자는 생각으로 테이블 6개를 놓고, 1000만 원도 안 되 는 자본으로 시작했어요.

그런데 초반에 소위 말하는 ‘대박’이 난 거예요. 하루에 180그릇을 팔았어요. 저도 놀랐지요. 내가 모르던 장사에 은사가 있나 하고요.(하하)

한편으로는 사역(마커스)을 하던 제가 어느날 갑자기 국자와 반찬 그릇을 들고 있는 게 어색하게 느껴지기도 했죠.

‘내가 왜 여기서 이러고 있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어요. 그러면서 ‘주님의 뜻이 있는 곳이 여기인가?’ 하는 마음도 들었죠.

하지만 초창기까지만 해도 ‘나는 지금 돈을 벌고 있고, 사역을 제대로 못해서 하나님께 죄송하다’ 라는 마음이 더 컸어요. 그런데 두 번째 가게를 열면서 제 생각이 달라졌어요.

8년 동안 마커스에서 예배를 드리며 사람들이 살아가는 문화와 예술에 대해서 배웠으니 ‘그간 배운 것들을 국밥집에 적용할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된 거죠.

사실 마커스 사역자와 국밥집 사장은 잘 연결이 안되는데…

두 달 정도 기도하면서 생각을 했어요. 그러면서 ‘작은 국밥집이라도 분명히 하나님이 주시는 마음을 품고 복음의 통로 역할을 감당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죠.

또 마커스 사역을 하면서 김준영 대표에게 항상 어떤 선택에 있어서 ‘왜’라는 질문을 하는 것을 배웠어요.

그 상황에서 ‘왜 국밥집을 했지?’로 질문을 시작했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하는 질문을 다시 한 거죠. 예를 들어서 손님이 없으면 ‘왜 이렇게 장사가 안 되지?’ 하는 생각에서 끝을 맺는 게 아니라 이 국밥집만의 고유한 이야기를 만들기 시작했어요.

마커스 사역을 통해 예배를 기획하면서 배운 것들을 고스란히 가게에 적용했어요. ‘국밥’이라는 따뜻하고 사람 느낌이 나는 음식을 현대적으로 재해석 하되 기독교적인 마음을 매장에 드러내는 거죠.

매장의 분위기와 음식의 맛과 서비스에서 분명히 사람들에게 자연스럽게 던질 수 있는 따뜻한 메시지가 있을 거 라고 생각했어요.

그러다보니 현재 프랜차이즈 매장이 11개인데 손님으로 오셨다가 매장을 낸 분들이 많아요. ‘이 가게는 너무 따뜻 해서 한번 해보고 싶다’라고 말하면서요.

제게 마커스 사역과 국밥집은 그리스도의 향기를 전할 수 있는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어요.

꼭 음식점이어야 하는 이유가 있었나요?

사람과 사람과의 중간 역할 중에 음식만큼 좋은 역할을 하는 것이 없다고 생각해요. 국밥에서 나오는 따뜻함으로 전할 수 있는 소스들은 굉장히 많아요.

그래서 프랜차이즈 사장님들에게도 말하지요. 한 가게의 사장이지만 기획자가 되면 좋겠다고요. 그 기획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본사에서 최대한 도움을 드리고 있어요.

국밥을 싫어하던 사람도 이 집 국밥에 대해서는 칭찬일색이라고 하던데요. 그 비법을 좀 소개해 주세요.

맛은 보통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맛있는 맛’이라는 기준이 있잖아요. 국밥집은 담백하고 깔끔한 맛을 내야 한다 고 생각했어요.

국밥집 특유의 냄새가 있는데 그 부분을 잡기 위해서 하얀 사골 국물에 앞다리 살을 넣어서 살코기만 들어가는 담백한 국물을 만들었죠.

이것이 일본에서 국물을 빼는 방식이거든요. 그러면서 ‘맛있는 맛’의 기준에 맞추려고 참기름을 1그램부터 넣었다가 뺏다 했어요.(웃음)

말 그대로 비전문가인데 보통 사람들이 말하는 맛있는 것이 나올 때까지 시도한 거죠.

마커스 사역 때 아셨던 분들은 어떤 반응을 보이는지

사장이 앞에서 지켜보고 있으니 다 맛있다고 하지요.(웃음) ‘와~ 내 스타일 이다’ 이러기도 하고요. 어떤 날은 지인인 사진작가 부부가 국밥을 드시더니 아무 말씀이 없으신 거예요.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가셨는데 그날 저녁에 장문의 문자를 보내셨 어요. ‘요즘 너무나 마음이 궁핍했는데 국밥집에 들어가서 앉자마자 말로 설명할 수 없는 평안이 느껴져서 아무 말도 못했다’라고요.

그러면서 새벽까지 교회에 가서 기도를 했다는 거예요. 감사했죠. 저는 지나가다 우연히 방문을 하셨더라도 이 가게에서 ‘따뜻하다’, ‘나도 따뜻하게 살아야지’ 하는 마음을 품을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참 감사해요.

국밥집의 경영 원칙과 보람된 점이 있다면…

저는 항상 ‘왜 이것을, 왜 하려고 하는가’와 ‘어떻게 하려고 하는가’라는 질문을 중요시 여기고 있어요. 현재 요식업계를 보면 가맹점주와 가맹본점 간 갑을관계가 심각해요.

가맹본점에서 여러 형태의 ‘그대로 사용해야 된다’는 목록들이 문제가 되고 있지요. 이 일을 하면서 제게 드는 생각은 세상에 없던 프랜차이즈를 만들고 싶어요.

현재의 갑을 관계의 구조가 아닌 동역 관계, ‘가족’ 관계의 프랜차이즈요. 예를 들어 통상 프랜차이즈를 시작할 때 비용이 많이 들어가는 부분이 인테리어예요.

그래서 ‘족보있는 국밥’ 같은 경우는 11개 매장의 인테리어가 다 달라요. 본사에서 제시한 대로 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지요.

그렇게 하고 있는 이유는 다른 가치보다 신뢰, 관계를 중요시 여기기 때문이예요. 저는 이 일을 하면서 무엇보다 ‘당신의 가게가 잘되면 좋겠습니다’ 하는 진심을 전달하기 원해요.

얼마 전에 서산에 내려갔는데 사장님께서 기뻐 하시면서 머리를 쓰다듬어 주시고, 젓갈을 싸주시더라구요. 그럴 때 보람을 느끼죠. 어느 회사에서 대표가 온다고 그렇게 반가워해 주시겠어요! 참 감사했죠.

그는 마음이 어려울 때는 김도현 씨의 노래 중 ‘고아같이 너희를 버려두지 않으리 내가 너희와 영원히 함께 하리라’를 되뇌인다고 한다.

마커스에서 8년간의 예배팀장의 사역 후에 따뜻한 ‘국밥집 사장’이라는 새 직함을 갖게 된 한래현 대표.
하나님께서 함께하심으로 그를 통한 그리스도의 향기가 구수한 국밥 냄새와 함께 널리 퍼지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