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 라이크 재즈

왈츠 같은 교회, 재즈 같은 하나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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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를 비판하는 젊음에 고함

왈츠는 늘 한결같다. 정형화 된 리듬이 처음부터 끝까지 반복되는 까닭이다.

언제나 예측 가능하고 어디서 틀렸는지도 명확히 짚어낼 수 있다. 그러나 재즈는 변화무쌍하다. 언제 어떤 음악이 전개될지 도무지 알 수 없다.

누구나 같은 음악을 연주할 수 있는 왈츠와 달리 재즈는 같은 음악을 두 번 연주할 수 없다.

즉흥성은 연주자의 특별한 감성이나 공연장 분위기에 따라 달라지는 까닭에 청중이 다르다면 연주도 달라진다.

한마디로 재즈는 시간과 공간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롭다. 개성이 강한 현대인들은 왈츠보다 재즈를 원한다. 재즈 속에는 자유와 변화의 이미지가 담겨 있기 때문이다.

스티브 테일러 감독의 영화 는 재즈의 시대를 사는 미국의 젊은이들에게 재즈처럼 다가가시는 하나님에 대한 특별한 인식을 담고 있다.

캠퍼스 사역자인 도날드 밀러(Donald Miller)의 베스트셀러《Blue Like Jazz》를 원작으로 삼아 두 차례나 그래미상 후보에 올랐던 스티브 테일러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도날드 밀러의 원작은 이미 우리나라에서는 《재즈처럼 하나님은》이란 제목으로 출간된 바 있다.

미국에서는 뉴욕타임즈 종교분야에서 43주간이나 베스트셀러 목록에 올라 150만 부 이상을 거뜬히 판매한 화려한 경력을 기록하기도 했다.

변변한 광고도 없이 오직 입소문만으로 베스트셀러가 된 이유는 젊은이들이 하나님을 만나는 방식에 대한 새로운 통찰력을 제공하고 있기 때문이다.

협화음이 되지 않은 재즈는 실수 많은 인생처럼 인간적이며 솔직하다.

형식과 틀에 맞춰서 인생이란 이렇게 저렇게 사는 것이 옳다는 틀을 제공하기보다 진정 인간이란 어떤 존재이며, 그러면 나는 어떻게 살아갈지 스스로 성찰하도록 원작은 돕고 있다.

종교적이지 않은 기독교영화

주인공 돈(마샬 올맨)은 보수적인 신앙을 갖고 있으며 교회 울타리 밖은 생각해본 적없는 모범적인 열아홉 살의 크리스천이다.

주말이면 주일학교 학생들과 교회에서 밤을 새워 성경을 나누고, 즐겁게 게임을 하며 시간을 보내는 것이다.

그런 그가 진학한 대학이 미국에서도 가장 자유분방하고 기독교와는 거리가 먼 리드 대학(Reed College)이었다.

세속적인 문화가 지배하고 크리스천이 희귀종 취급을 받는 문화 속에서 그는 비기독교적일 뿐만 아니라 반기독교적인 문화에 동화되기 시작한다.

교회 첨탑에 콘돔을 씌우는 장난을 치며 세속적 대학생활을 만끽할 무렵 만난 여대생 페니(클레어 홀트)는 그의 신앙을 회복시키는 계기가 된다.

위선적이며 비기독교적인 언행이 난무하는 현실에서 페니는 인도의 고통 받는 아이들에게 직접 찾아가서 돌보는 봉사를 자원할 만큼 성경이 말하는 사랑을 실천하는 진정성 있는 그리스도인의 삶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이 영화를 값지게 만드는 것은 형식과 내용에 있어서 기독교영화의 정형화된 모습으로부터 벗어나 솔직하며 진정성 있는 신앙과 삶을 추구하도록 우리를 돕는 데 있다.

품위 있고 위엄 있어 보이는 예전의 기독교영화와는 달리 이 영화는 코미디라는 새로운 형식을 도입하여 유머와 위트 그리고 풍자와 해학을 통하여 새로운 세상과 그리스도인의 현실을 마주하도록 만든다.

첫째 , 영화가 보여주는 교회의 현실은 겉으로만 종교적일 뿐 실제의 삶은 성경의 경건함과 거리가 멀다.

돈이 고향에서 다녔던 교회의 주일학교 예배풍경은 운동회 때 하는 박 터뜨리기를 변형시킨다. 십자가를 치면 그 속에서 과자가 나오는 삼류오락회를 보는 듯 하다.

거기다 돈의 어머니가 교회 청소년 지도 목사와 바람이 난 사실을 알게 된다. 돈은 집과 교회를 떠나 세속적인 리드 대학으로 진학을 결심한다.

나중에 돈의 어머니가 임신한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 우리는 이 영화의 감독이 왜 코미디 장르를 택했는지 알 수 있다. 적어도 영화가 비추는 교회의 현실은 코미디 같은 것이다.

둘째 , 리드 대학에서 기독교가 조롱을 당하는 모습은 현대사회에 존재하는 교회의 또 다른 모습이다.

리드 대학은 미국 내에서 가장 많은 박사를 배출해내는 실력 있는 대학이다. 우리에게는 스티브 잡스가 한때 이 대학의 철학과를 다녔던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도전과 창의성을 중요시하는 이 대학의 문화는 중요하지만 그것이 기독교의 굴레를 벗어나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참으로 유감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리드 대학의 상징적 풍경은 매년 학생들의 고해성사를 받아주는 교황 선출에 있다. 교황으로 선출된 학생은 1년 간 교황의 모자를 쓰고 다니며, 학생들의 고해성사를 통해 사적이고 은밀한 정보를 알게 되는 권리(?)를 누린다.

영화의 끝 무렵 리드 대학의 새로운 교황으로 선출된 주인공 돈은 이 전통을 뒤집는 혁신을 단행한다.

그는 학생들의 비밀을 들어주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자신의 잘못과 교회의 잘못을 이야기하며 고해성사하러 온 학생을 위로한다.

하나님은 재즈처럼

돈이 다시 신앙의 길에 들어선 것은 친구 페니의 영향이 컸다. 술과 마약에 취하고 자유와 도전정신으로 똘똘 뭉쳐 기독교와 어울릴 것 같지 않던 대학사회에서도 하나님은 살아계셨다.

하나님은 불협화음처럼 조화롭지 않고 사람의 귀에 거슬리는 현장에서도 우리를 만나주신다. 당신이 만일 이런 마음이라면, 책을 읽든 영화를 보든 <블루 라이크 재즈>는 분명 도움이 될 것이다.

“죄송해요, 하나님. 당신에 대해 너무 헷갈려서. 너무 위선자가 돼서 죄송해요. 너무 늦었지 않기를 바랍니다. 저는 내가 누구이고 당신이 누구이고 믿음이 무엇인지 잘 몰라요. 하지만 당신이 말하고 싶다면 전 여기 있어요. 어렸을 때 제 마음에 가책을 주시는 당신을 느낄 수 있었지요.” (돈 밀러의《재즈처럼 하나님은》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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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진구
고신대학교 국제문화선교학부교수. 영화평론가. 이메일 moviejin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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