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은 스토리가 있는 테너를 원하셨다

김상만 감독의 ‘더 테너-리리코 스핀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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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영화의 성공조건

영화는 영상과 음향을 갖춘 종합예술이다. 그런데 초기의 영화는 영화가 탄생하기 이전의 다른 매체들과 구별점을 지어야 한다는 생각 때문에 음향보다는 영상에 강조점을 두고 발전해 왔다.

최초의 영화는 무성영화였고, 1927년 10월, 최초의 유성 영화인 ‘재즈싱어’가 개봉되기 전까지 영화는 무조건 무성영화일 수밖에 없었다.

심지어 코미디영화의 일인자인 찰리 채플린은 유성영화가 이미 자리잡기 시작한 1930년대 중반까지도 무성영화를 고집했었다.

그의 세계적 무성영화인 ‘모던 타임즈’가 1936년에 개봉한 만큼 무성영화에 그의 대한 고집은 남달랐다.

그 이유는 예술성에 있었다. 배우가 자신의 목소리로 말을 한다는 것은 시각적 이미지가 주는 환상을 깨는 일이었기 때문에 영화예술은 시각이 중심이며 시각적 이미지를 통해 환상의 나래를 펴도록 만드는 일이 영화의 역할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음악은 달랐다. 음향을 필름 속에 입히는 기술이 없었던 무성영화시대에도 주인공의 감정이나 영화의 줄거리에 나타난 감성을 표현하기 위해서 극장에는 변사뿐 아니라 즉흥적으로 음악을 연주하는 악사들이 있었다.

오늘날 영화에서 음악의 역할을 무시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영화음악 프로그램이 별도로 존재하고 영화에 사용된 음악만을 모아 OST (OriginalSoundtrack) 앨범을 만들어 파는 일이 당연한 일로 여겨지는 시대에 영화에서 음악이란 없어서는 안되는 핵심 요소인 셈이다.

그래서 요즘엔 음악이 영상이미지의 보조수단을 넘어 영화전체를 끌고 가는 중심역할을 하는 영화들도 등장하고 있다.

음악 때문에 영화가 빛을 발하고 흥행에 성공하며 오랫동안 관객의 마음을 떠나지 못하는 영화들이 존재하는 것이다. 이런 경우 음악과 이야기가 잘 조화되는 가운데 관객의 감성을 사로잡을 수 있다.

존 카네이 감독의 ‘원스’ (2006)는 우리가 기억하는 성공적인 음악영화라 할 수 있다. 영화평론가 이동진은 ‘원스’에 대해 ‘음악이 이야기를 만나는 가장 아름다운 방식’이라며 별 다섯 개를 모두 주었다.

나는 이전까지 이동진 평론가가 별 다섯 개를 모두 준 영화를 기억하지 못한다. 그만큼 다른 어떤 영화도 평가받지 못했던 작품성과 오락성을 모두 갖추었다는 뜻이다.

‘원스’에서 나타나듯 음악영화의 성공적인 조건은 음악을 매개로 이야기를 흥미롭게 전개시켜나갈 뿐만 아니라, 음악 또한 이야기가 되도록 만드는 음악과 스토리의 일치에 있는 것이다.

위대한 성악가는 스토리가 있다

세상에는 노래를 들려줄 사람도 노래를 잘하는 사람도 많다. 그러나 노래에 자신의 인생 이야기를 담아서 전할 수 있는 성악가는 흔하지 않다.

노래를 잘 하는 성악가는 귀를 즐겁게 하고, 이야기가 있는 성악가는 마음에 감동을 준다.

김상만 감독의 영화 ‘더 테너-리리코 스핀토’는 한 때 유럽 오페라계의 화제가 되었던 성악가 배재철의 실화를 담아 마음을 적시는 감동을 선사하고 있다.

배재철은 ‘트로피 사냥꾼’이란 별명이 붙을 만큼 유럽 콩쿠르를 휩쓸며 가장 미래가 촉망되는 성악가로서의 길을 가고 있는 중이었다.

그러나 갑자기 찾아 온 갑상선암으로 인해 노래는 고사하고 목소리조차 내기 힘든 상황에 몰리면서 성악가로서 그의 인생은 끝 모를 추락의 위기에 직면하게 된다.

영화는 노래를 할 수 없는 상태에서 절망에 빠졌던 성악가의 회복과 재기를 그리고 있다. 흔히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에 나올 법한 감동의 이야기를 담고 있어서 뻔할 것 같은 영화는 일반적인 휴먼스토리가 갖지 못하는 두 가지의 이야기를 배재철의 무대 위에 올려놓음으로써 특별한 영화가 되었다.

첫째, 일본의 공연기획자이자 배재철의 열혈팬인 사와다 토타로(이세야 유스케)와의 만남이다.

그가 일본공연의 길을 열었을 뿐만 아니라 배재철이 더 이상 무대에 설 수 없게 되자 일본의 사인 이싯키 박사에게 부탁하여 성대재건수술이 성공적으로 마칠 수 있도록 도운 이도 사와다이다.

영화 속에서 사와다는 공연계약을 성사시키는 단순한 기획자가 아니라 배재철의 친구 역할을 톡톡히 한다. 한인 성악가와 일본인 공연기획자라는 조합은 뜻밖에도 미래의 희망 섞인 한일관계처럼 보인다.

서로가 잘 할 수 있는 것을 조합하여 하나의 무대를 완성하는 모습은 한일관계가 앞으로 꿈꿔야할 미래이기도 하다.

둘째, 영화는 그의 기독교 신앙이 주도하는 인생을 보여준다.

그가 이싯키 박사의 집도 하에 부분마취 상태에서 성대를 재건하는 수술을 하며 부른 노래는 찬송가 79장 ‘주 하나님 지으신 모든 세계’다.

마치 기타 줄을 조율하듯 배재철이 수술대 위에서 노래를 하면 이싯키 박사는 최상의 소리를 찾아서 고정시켜주는 시술을 한다.

희망의 끈을 다시 잡는 첫 순간에 부르는 그의 찬송가는 인간의 모든 삶이 결국 하나님 안에 있음을 깨닫도록 도와준다.

특히 영화의 마지막 장면인 그의 복귀 무대에서 배재철은 찬송가 305장 ‘나 같은 죄인 살리신’을 부른다.

아직까지는 전성기때의 소리를 되찾지 못했지만 하나님의 구속, 즉 자신을 죽음과 같은 절망의 자리에서 건져내신 하나님에 대한 감사가 콘서트홀과 객석에 넘쳐난다.

배재철의 음악에는 스토리가 있다. 신앙의 스토리. 그래서 문화를 통한 일본선교의 성격을 갖고 있는 ‘러브 소나타’에서 배재철은 단골로 무대 위에 서서 노래를 부른다.

아니 어쩌면 일본선교를 위해 하나님은 그에게 특별한 이야기를 갖게 하신지도 모른다.일본인의 문화적 성격은 기이하고 특별한 것에 관심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스웨덴의 복음가수인 레나 마리아를 일본 사람들이 좋아하는 이유도 마찬가지다. 날 때부터 두팔이 없고 한 쪽 다리가 짧은 신체적 장애를 갖고 태어났지만, 천상의 소리를 들려주는 레나 마리아에게 일본인들은 한 때 푹 빠져 있었다.

이제 일본인들은 배재철에 대해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플라시도 도밍고 같은 부드러운 음성과 루치아노 파바로티 같은 폭발적 성량을 가진 ‘리리코 스핀토’의 최상의 소리를 배재철로부터 듣기 원하는 것이다.

왜냐하면 그에게는 이야기가 있기 때문이다. 노래를 할 수 없는 사람이 하나님의 은혜 가운데 노래를 할 수 있고, 그 역할의 일부를 일본의사가 수행했다는데 일본인들은 자부심을 가질 수 있다.

영화는 시작에 불과하다. 일본을 향한 배재철의 음악과 신앙의 이야기는 이제 시작됐다. 그래서 이 영화의 속편이 기대되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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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진구
고신대학교 국제문화선교학부교수. 영화평론가. 이메일 moviejin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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