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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절실한 사랑이 있는 곳 - 드롭박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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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롭박스

베이비 박스’ 논쟁에 대한 사랑의 답변

브라이언 아이비 감독의 다큐멘터리영화 <드롭 박스>(The Drop Box)는 서울 난곡동에 있는 주사랑공동체교회 담벼락에 붙어있는 ‘베이비 박스’에 얽힌 이야기를 담고 있다.

‘베이비 박스’는 개인 사정으로 갓난아기를 키우기 어려운 미혼모들이 다른 사람의 눈을 피해 안전하게 아기를 놓고 갈 수 있게 만든 상자를 말한다.

장애를 가졌다는 이유로, 혹은 형편상 아이를 키울 수 없다는 이유로, 그리고 십대의 나이에 불쑥 엄마가 되어버리는 바람에 아이를 책임질 수 없는 어린 미혼모들이 놓고 간 신생아들을 받아 내는 드롭 박스에는 우리 사회의 가장 연약한 사람들이이 처한 위기와 희망이 묻어나고 있다.

영화 <드롭 박스>가 ‘베이비 박스’를 다루는 방향은 두 가지다.

하나는 자칫 버려질 수 있는 신생아들의 생명을 구하기 위해 베이비 박스 사역을 하는 주사랑공동체교회의 이종락목사와 가족들의 사랑과 헌신을 묘사하는 일이고, 다른 하나는 ‘베이비 박스’가 영아유기를 조장할 수 있다는 일부 비판에 대한 변론을 제기하는 것이다.

USC(남가주대학)에서 영화공부를 막 끝낸 젊은 감독 브라이언 아이비는 먼저 두 번째 방향에 신경을 곧추 세우고 있다.

영화가 주장하는 논리의 시작은 베이비 박스 사역이 비단 한국에만 있는 것은 아니며 세계 여러 나라에서 이미 알려진 신생아보호활동이란 점을 내세운다.

주사랑공동체교회의 경우도 체코에서 영아유기에 따른 사망을 방지하기 위해 베이비 박스가 오래 전부터 활용된 것을 알게 되어 이를 모방한 것임을 설명하고 있다.

과거 우리나라에도 ‘업둥이’라 하여 집이 가난한 사람들이 아이 낳기를 간절히 바라는 집 앞에 자신의 아기를 몰래 버려두고 가는 풍습이 있었다.

보통 생후 3~4개월 쯤 된 아기가 포대기에 둘러싸여 대문 앞에 놓여있는 경우가 있었는데 생모의 신분이나 아기의 출생일 등에 대한 정보가 없을 때가 많았다. 한마디로 영화 속 베이비 박스는 현대판 업둥이 사역인 셈이다.

또한 2012년 8월부터 시행된 입양특례법이 오히려 입양에 걸림돌이 되고 있는 상황 속에서 베이비 박스 사역이 영아의 생명을 살리는 역할을 하고 있음을 영화는 강조한다.

새로운 입양특례법은 아기의 출생신고가 반드시 되어 있어야 입양이 가능한 법으로, 이를 위해서는 미혼모의 출산 기록 등을 통해 신분이 노출될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특히 아이의 엄마가 미성년자라면 보호자, 즉 미혼모의 부모가 함께 가서 신고를 해야 하는 까닭에 이 사실을 감추고 싶은 미성년 미혼모들이 자살을 시도하거나 이들에 의해 영아유기에 따른 끔찍한 일들이 가끔씩 일어나기도 하는 것이다.

이것은 미성년인 미혼모가 되는 일이 없도록 교육과 가정의 지속적인 관심을 필요로 하는 일인 동시에 정부로서도 미성년 미혼모와 그들이 낳은 아기가 함께 보호받고 성장할 수 있도록 실효성 있는 정책을 제시해야 하는 과제를 남기고 있다.

세상에서 가장 연약한 자를 향한 사랑

영화의 가장 중요한 이종락 목사의 사랑과 헌신은 이 영화가 왜 일반적인 휴먼다큐멘터리로 끝나지 않고 기독교영화로 여겨지는가에 대한 답을 보여준다.

첫째, 베이비 박스 사역은 세상에서 가장 연약한 자를 돕는 일이며 그것은 성경의 가치관과 일맥상통한다.

약자에 대한 이해는 시대나 사회에 따라 다를 수 있지만 양육이 불가능한 상태에 놓인 신생아를 약자로 보지 않는 사회란 있을 수 없다.

약자에 대한 기본적 이해는 외부 환경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할 수 있는 어떤 능력도 가지지 못한 존재를 뜻하기 때문이다.

누군가 돌보지 않는다면 곧 죽을 수밖에 없는 상황에 처해 있는 신생아야 말로 세상에서 가장 연약한 자라 할 수 있다. 주사랑공동체교회에 있는 베이비 박스 입구에는 다음과 같은 성경구절이 적혀있다.

“내 부모는 나를 버렸으나 여호와는 나를 영접하시리이다”(시 27:10)

어쩌면 이렇게도 상황에 꼭 들어맞는 성경구절이 있을까! 세상에서 가장 연약한 자를 향한 하나님의 조건 없는 사랑이 얼마나 깊은지 이보다 더 절실하게 인식시키는 말씀도 없으리라.

둘째, 입양에는 성경적 의미가 담겨 있이다.

인간은 하나님의 피조물이며, 아울러 타락한 존재임에도 불구하고 하나님은 우리를 양자로 삼아주셨다. 우리에게는 하나님의 자녀가 될 만한 자격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예수님의 십자가를 통한 구원의 역사를 믿는 믿음으로 말미암아 하나님의 자녀가 된 것이다.

“영접하는 자 곧 그 이름을 믿는 자들에게는 하나님의 자녀가 되는 권세를 주셨으니 이는 혈통으로나 육정으로나 사람의 뜻으로 나지 아니하고 오직 하나님께로부터 난 자들이니라”(요 1:12,13) 이것이야말로 ‘입양’이란 용어에 부합하는 뜻이라 할 수 있다.

셋째, 영화는 장애에 대한 하나님의 깊은 뜻을 드러내고 있다.

하나님은 장애를 안고 태어난 사람을 통해서도 하시고자 하는 일을 나타내신다는(요9:1-3) 말씀의 의미가 이 영화보다 더 잘 전해지는 예를 지금껏 본 적이 없다.

뇌세포 손상과 파상풍을 안고 태어난 이종락 목사의 아들 은만이가 아니었다면 오늘날 베이비 박스 사역도 없을 것이라는 고백은 장애를 통한 하나님의 사랑의 역사가 어떤 것일 수 있는지를 깨닫게 도와주는 대목이다.

13회를 맞이한 서울국제사랑영화제 개막작으로 <드롭 박스>를 선택한 일은 탁월한 안목이었다.

마침 이번 영화제의 주제가 바로 ‘위로’다. 위로란 고통과 상처 속에서 슬픔의 눈물을 흘리는 사람들에게 손수건을 내밀고 따뜻한 격려의 말을 전해주는 것일 게다.

그러나 슬픔에 잠긴 사람들과 함께 울어주는 것 또한 위로다. 내 처지를 공감해주는 일 만큼 값진 위로는 없는 까닭이다.

“즐거워하는 자들과 함께 즐거워하고 우는 자들과 함께 울라”(롬 12:15)는 성경말씀은 하나님의 은혜를 알고 살아가는 그리스도인이 행할 수 있는 최선의 위로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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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진구
고신대학교 국제문화선교학부교수. 영화평론가. 이메일 moviejin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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