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속 갓피플 #82]하나님을 믿고 사느냐와 하나님만 믿고 사느냐 – 세계챔피언 바리스타 엄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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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폴(본명 엄성진), 그는 바리스타다. 라떼아트를 하는 사람이라면 그의 이름을 모르는 이가 거의 없을 정도다. ‘2016 월드라떼아트챔피언쉽’(WLTC)에서 세계 1위를 수상하면서 엄폴은 세계적으로 라떼아트를 잘하는 바리스타로 인정받았다.

엄폴이 지금의 자리에 서기까지 6년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처음 대회에 참여했을 때 하나님이 생각나게 해주셨던 그의 기도가 있었다. 세계를 다니면서 라떼아트를 통해 사람들에게 행복을 전하고 싶었던 간절한 꿈 말이다.

세계챔피언이 됐지만 그는 대외활동 대신 잘 쉬는 것이 무엇인지 하나님 안에서 배우기 위한 ‘1년 백수 프로젝트’ 중이다. 크리스천인 그가 살아낸 삶의 이야기를 들으며 로마서 12장 2절 말씀이 떠올랐다. 그가 살아낸 삶을 통해 세상과 반대로 살아가며 소금처럼 자기 맛을 낸다는 게 무엇인지 들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바리스타 엄폴의 이야기가 꿈을 좇아가다 지친 이들에게 열정과 방향성이 되어줄 것이다.
김지언 사진 도성윤 장소 저스트커피로스터스

바리스타를 시작하게 된 계기는 어떤 것이었나요?

어렸을 때부터 요리와 그림 그리는 것을 좋아했어요. 군대를 다녀와서 복학 시기에 제 적성과 전공이 잘 맞지 않는다고 느꼈어요.

우연히 한 커피숍에 카페모카를 마시러 들어갔다가 라떼아트를 접했어요. 처음 접한 라떼아트는 화려하진 않았지만 신기했어요.

음식에다 그림까지 그릴 수 있으니 제가 좋아하는 게 다 들어있었던 거죠. 카페 사장님이 지나가는 말로 “라떼아트를 한번 배워볼래 요?”라는 이야기를 하셨는데 무조건 배우겠다고 하면서 시작했어요.

10개월 동안 커피를 볶고 라떼아트를 하면서 커피의 즐거움을 알아갔죠. 지금까지 12년 동안 삶과 인내, 하나님의 이끄심을 커피를 통해 배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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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머릿속을 가장 많이 차지하고 있는 건 무엇인가요?

작년 말부터 ‘하나님과 저와의 관계’에 대해 생각 중이에요. 밖에서는 사람들이 바리스타 엄폴로 많이 알아봐주고 인정도 받죠.

그런데 홀로 있을 때 하나님과 시간을 보내는 게 쉽지 않더라고요. 말씀을 펴서 읽는 게 정말 어려운 거예요.

왜 혼자 있으면 하나님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 지 못할까요? 홀로 있는 시간을 하나님과 관계에서 스스로 풀지 못하면 세상에 나가도 무너질 것 같았어요. 그래서 홀로 있는 시간을 하나님 품 안에 안겨 온전히 누리고 싶어요.

1년 백수 프로젝트 중에 월드라떼아트 챔피언쉽이 되셨다고요.

올해 1월 1일부터 ‘무조건 쉬자’는 목표로 ‘백수 프로젝트’ 중이었어요. 제가 진짜 무엇을 잘하고 싶은지, 정말 하고 싶은 게 무엇인지 고민하는 중에 4월에 출전해 챔피언이 되었어요. 챔피언이 되니까 여러 곳에서 활동 요청이 오는데 웬만하면 하지 않고 있어요.

저에게는 그동안 고마웠던 주변 사 람들을 찾아가 함께 시간을 보내는 일이 더 소중해서요. 외부활동도 중요하지만 살면서 가장 어려운 일이 ‘작고 사소한 것을 놓치지 않는 것’이라고 생각하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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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고 사소한 것을 놓치지 않으려는 이유가 있을까요?

제가 쉬는 시간을 갖고자 한 건 쉬는 법을 가르쳐주고 싶다는 생각에서 출발한 일이었어요. 세상에서는 “돈을 벌 어라, 시간을 쪼개라, 꿈을 위해 열심히 달려라”라는 이야기가 너무 많이 들려오잖아요.

그런 사람들에게 강압적으로 꿈꾸는 것에 대해 받아들이라고 말하는 게 아니라 먼저 내가 삶으로 살아내야만 진짜 이야기를 해줄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라떼아트로 세계 1등을 하니까 주변에서 여러 가지 이야기를 정말 많이 들었거든요. “지금 돈 벌어야지, 길어야 일 년이다. 안 그러면 아무것도 못해”와 같은 말들이요. 쉬면서 인간적으로 불안하기도 하죠. 하지만 세계챔피언 보다 백수 프로젝트가 저에게는 중요해요.

그동안 소중하고 고마웠던 사람들과 만남 가운데 내년 계획을 세우면서 꿈의 이자가 붙는다고 여겼죠.

얼마 전에는 외발 자전거를 시작했어요. 수학을 진짜 못하는데 큐브 하나를 사서 시간될 때마다 맞추고 있기도 하고요.

외발자전거와 큐브는 커피와 관련이 없어 보이는데요.

저는 꿈을 꾸는 게 행복해요. 그래서 제가 경험한 행복을 어떻게 전할까 고민하면서 도전해보는 것들이에요. 저는 어디를 가든지 “커피를 세상에서 가장 행복하게 만드는 남자 엄폴”이라고 소개해요. 커피를 가르치면서, 탬버린이나 하모니카, 기타를 치면서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어요.

음식을 만들 때 어떤 향을 입히고 무엇을 넣느냐에 따라 맛이 달라지잖아요. 저한테는 외발자전거나 큐브와 같은 도구들이 양념과 같은 역할을 담당해주는 것 같아요.

사람들이 커피를 행복하게 배울 것 같군요.

사람들이 저에게 커피를 배우러 올 때 지식적인 궁금함도 해결해주는 게 좋지만 재미있게 가르쳐주면 더 좋잖아요.

예수님께서도 가난한 마음을 가진 이들에게 행복을 가르쳐 주러 오시지 않았나 싶어요. 성경을 볼 때마다 예수님의 메시지가 ‘이렇게 해도 괜찮아’라고 위로해주시는 걸 경험하거든요.

사람들이 제가 하는 커피를 통해 하나님이 주시는 위로를 맛봤으면 좋겠어요. 커피에 대해 이상한 질문을 해도 괜찮아요. 커피, 하고 싶은 대로 마음껏 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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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든 순간도 있으셨겠죠?

4년 동안 친구와 함께 운영했던 네 평짜리 가게가 너무 잘 돼서 사십 평짜리 공간을 구해 옮겼거든요. 커피 실력은 자신이 있었으니까 무조건 잘될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반대로 가더라고요. 커피 트렌드가 바뀌었고 여러 가지 일들과 함께 고난이 시작되었죠.

월세를 내야 하는데 돈은 없고 기도밖에 못하겠더라고요. 손님이 없는 그곳에서 참 많이 울었어요. 성경을 읽기 시작했는데, ‘먹었다’는 표현이 더 잘 어울릴 것 같네요.

그동안 보이지 않았던 게 보이기 시작했거든요. 저는 일년에 책 한 권 잘 보지 않는 스타일인데, 수개월 동안 엄청 난 양의 책과 말씀을 읽었어요.

지금 생각해보면 제가 바뀐 게 아니라 하나님의 전적인 부르심이었다고 생각해요. 그러던 찰나에 영어 이름이 필요해서 바울서신을 읽다가 제 성과 잘 어울리는 ‘엄폴’로 활동하기 시작했어요. 그때부터 영성일기처럼 기도노트를 써왔고, 사람을 의지하지 말고 살아보자고 명함도 없이 지금까지 달려 왔네요.

세계대회에서 1등을 하기까지 얼마나 걸리셨어요?

6년 만에 1등을 했어요. 중간 시점쯤에는 과정이 힘들어서 포기할 뻔했죠. 그때 저를 붙들어준 게 기도노트였어요. 제가 적어놓은 여러 가지 기도제목 맨 아래에 ‘세상의 방식과는 반대로 승리하고 싶다’라고 적어두었더라고요. 그러면서 SNS이나 다른 활동을 하지 않기로 했어요.

‘하나님을 믿고 사느냐’와 ‘하나님만 믿고 사느냐’에 대한 길목에서 하나님만 믿고 사는 길을 계속 가기로 한거죠. 세상 방식을 따르지 않고 여기까지 와보니 결국 제게 주셨 던 꿈으로 통하게 주님이 인도해주셨더라고요.

본인에게 기도노트는 어떤 의미인가요?

이제는 여러 권이 된 기도노트는 저에게 삶의 방향을 볼 수 있는 ‘지도’ 같은 거예요. 기도노트를 쓰기 시작하면서 하나님이 제 삶을 어떻게 인도하셨는지 볼 수 있는 계기가 됐어요.

최근에는 사람을 만나면서 깨달았던 생각들이나 하나님이 저에게 주셨던 마음들이 적었어요. 적어가면서 하루 동안 있었던 일들을 다시 한 번 정리하게 되고, 때론 이해하지 못했던 하나님 마음에 대해 깨닫는 순간이 오기도 하고요.

기도노트를 쓰면서 깨달은 은혜가 있다면?

운영이 어려웠던 카페를 부동산에 내놓고 빨리 나가게 해 달라고 울며 기도할 때가 있었어요. 그 때 하나님이 저에 게 주셨던 말씀은 ‘언제 이 공간이 나갈 거야’ 하는 게 아니었어요. 하나님께서는 저에게 계속 사랑한다는 말만 하시는 거예요. 그때 받은 마음을 별표로 표시해두고 내 생각인지 아닌지 기록해두었거든요.

그런데 어느 날, 수영로 교회에서 예배를 드리는데 목사님이 ‘우리가 힘들 때 하나님 이 왜 상황과 환경을 짠하고 바꿔주시지 않는지 아냐’고 질 문하시는 거예요. 그러면서 우리가 힘이 들어 자존감이 낮은 마음 상태에서는 하나님으로부터 좋은 것이 와도 잘 받아들일 수 없대요. 그래서 좋은 마음 밭이 될 수 있도록 우리가 힘들 때 가장 부족한 사랑을 계속 주신다는 이야기였어요.

집에 와서 기도노트에 썼던 내용을 살펴보면서 그때 그 음성들이 내 생각이 아니었다는 걸 배웠죠. 기도노트를 쓰지 않았다면 경험하지 못했을 거예요.

꿈꾸는 청년이나 청소년들에게 주로 어떤 이야기를 해주세요?

저에게 사인을 요청하는 친구들이 있는데 그때 거의 두 가지 문구를 적어줘요. 어린 친구들에게는 “세상에 물들기보다 세상을 물들이는 사람이 되세요”라고 해요.

세상에 물들기보다 세상을 물들이는 사람이 되세요

그리고 이십대 후반에서 삼십대 후반 이상 분들에게는 “여행은 길을 잃으면서 시작된다”라고 적어요. 저 같은 경우엔 세계챔피언이 되고 나서 일부러 길을 잃었죠. 세계챔피언 이 목적지였다면 바쁘게 활동했겠지만 저에게는 인생의 마침표를 찍는 정거장일 뿐이었거든요. 저는 사람들의 잃어버린 꿈을 찾아주며 강연하는 삶을 꿈꿔요.

꿈을 꾼다는 것에 대해 어떻게 정의하세요?

나는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 생각해보는 게 꿈을 꾸는 일인 것 같아요. 꿈을 찾으려는 고민 대신 나는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 찾아보면 좋을 것 같아요.

하나님이 항상 기뻐하라고 하신 것처럼 잘 놀다보면 내 꿈을 찾을 수 있다고 봐요. 저도 꿈을 찾아가는 과정 중이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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