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속 갓피플 #84]배우 생활 50년의 고백 “인생에서 주님을 아는 게 가장 중요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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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릇 ‘국민 어머니’라고 하면 나이가 어리든 지긋하든, 보면 딱 알 수 있는 인물이어야 한다. 예를 들어 자동으로 국민 어머니하면 생각나는 배우가 있지 않은가?

나는 곧 몇 명의 배우들을 떠올릴 수 있다. 그중에서 배우 정영숙은 TV뿐 아니라 공연 무대로 연기 스펙트럼을 다양하게 뻗어가고 있는 국민 어머니 중 한 명이다.

그녀는 1968년 TBC방송국의 공채 6기로 선발돼 <추격자>에서 북한 여장교 역할을 맡아 시청자에게 얼굴을 알렸다.

지금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중견 연기자로서 자리를 굳건히 지키며 <아버지>, <청춘의 덫>, <인어아가씨> 등의 드라마와 다수의 영화에 출연했다.

그런 그녀가 <고모를 찾습니다>라는 2인극을 통해 관객들을 만난다고 하는데 여기에 어떤 사연이 있을지 궁금했다.

50년 가까이 연기를 해온 배우 정영숙을 향한 존경의 마음도 있지만 30대 후반에 성경공부를 하면서 하나님을 깊이 만나고 달려온 길이니 신앙생활이나 인생에 대해서도 귀한 이야기 하나를 건질 수 있지 않을까 기대했다.

바쁜 일상 속에서 매일매일 기쁨을 누리며 사는 그녀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연극 <고모를 찾습니다>는 얼마 만에 참여하는 작품인가요?

매체 기자와 인터뷰를 하는데 제가 연극 <친정엄마>를 한 게 벌써 4년이 됐다고 하더군요(웃음).

4년 만에 다시 서게 된 이번 공연에서 맡은 역할이 ‘그레이스’라는 고모 역할이에요.

극에서는 대부분 침대에 누워서 조용하게 극을 버텨가는 외로운 인물이라 안쓰럽기도 해요.

조카인 켐프와 지내면서 느끼는 정을 통해 변화를 겪는 인물이기도 합니다.

그레이스의 반응이나 내적인 액션과 동요가 관객에게 전달이 잘 되어야 할 것 같은데요.

지금은 연습하면서 그레이스를 어떻게 표현할까 비축하는 중이에요. 대사 대신에 표현 가능한 배우의 시선처리에도 한계가 있고 해결되지 않는 게 너무 많아서요.

그래서 요즘 카페에서 두어 시간씩 조용히 앉아 캐릭터와 극에 대한 생각을 하고 있어요.

방송에서 대사로 연기하는 건 많이 했잖아요. 그래서 대사만 없으면 연기를 더 잘할 수 있겠다고 했었는데, 대사 없이 연기하는 것도 어렵네요.

별로 대사가 없는 역할을 맡아보니까 대사를 하는 편이 낫겠어요(웃음).

전에도 대사 없는 연기를 하신 작품이 있으셨죠?

<아다다>를 할 때도 대사가 없었어요. 그 이후로 두 번째로 대사가 없는 역할을 맡은 건데요.

아다다를 할 때는 집에 가서 대본을 외우는 데 10분도 걸리지 않아서 대사를 거의 외우질 않았어요.

시간이 지나서 돌아보니 그때는 제가 연기 잘하지 못했던 것이더라고요(웃음).

이번 역할은 어떻게 표현할까 연기의 부담이 많아서 기도 중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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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첫 2인극에 도전하게 된 계기가 궁금했어요.

묘한 매력이 있는 이 작품에 끌렸어요. 작품이 시대 가운데 던져주는 묵직한 의미도 있고요.

예를 들면 독거노인도 많고, 외톨이 같은 인생도 많고, 상처 받은 사람들도 많잖아요.

그런 시대를 사는 사람들에게 틈을 통해 보여줄 게 있겠다 싶었죠.

작품이 가진 힘이 있기 때문에 관객들에게 생각을 던져줄 수 있을 것 같아요.

작품하면서 깨닫는 게 있다면?

인간은 ‘사랑을 먹고 사는 존재’라는 점이요. 우리는 태어나면서 부모님의 사랑을 받고, 점점 자라면서 우정이라는 친구와 사랑을 키워가요. 스승과 제자 사이에도 사랑이 있잖아요.

그런데 점점 사회가 핵가족화가 되다 보니까 사람들 안에 사랑의 결핍이 많아졌다고 생각해요.

이 작품은 결핍을 해결할 길이 ‘믿음’이라고 봤어요. 켐프와 그레이스도 이방인으로 만났지만 함께 생활하는 짧은 시간을 통해 정(情)이 통하는 거잖아요.

모든 문제의 답은 사랑이라고 봐요. 사람이 하나님의 큰 사랑을 받으면 다 채워지죠.

신앙이 없는 이들은 작품을 보며 여기서 던져주는 메시지를 생각하게 될 것 같아요.

작품의 메시지에 믿음이 더해진다면 다 해결되는 일이 있는데, 아직도 복음의 진리를 듣지 못한 이들이 많으니까요.

영혼과 육체가 건강해야 주님의 사랑을 더 잘 깨달을 수 있는 것 같아요.

맞아요. 혼과 육은 많은 걸 배우고 건강할 때 주어진 일을 잘할 수 있지만 영은 그렇지가 않아요. 주님을 만나야 진정한 삶을 찾게 되죠.

보이는 것보다 보이지 않는 세계를 알고 믿음으로 반응하는 게 중요할 것 같아요.

이번 작품에서 조카로 나오는 켐프는 정말 착한 성격의 인물이에요.

환경적으로 상처받은 과거의 삶에 집착해서 잠재된 분노와 애통이 있는 그는 그렇게 될 수밖에 없는 사람이었거든요.

상처받은 사람들이 진짜 주님을 만나면 내 안에 부족했던 무언가가 해결되는 경험을 하게 되죠.

주님을 만나지 못한 영혼들을 만날 때면 제 안에 안타까움이 있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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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선교홍보대사뿐 아니라 다양한 곳에서 이웃을 섬기시더군요.

배우라는 역할과 자리를 허락하셨으니 누군가에게 보탬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해서요. 주어진 것 안에서 크리스천으로써 선한 일에 동참하는 건 좋은 일이고요.

지금 연무대교회에서 6천 명 정도 들어갈 공간을 짓는데, 극동방송에 이 일을 위해 출연했을 때 꽤 많은 헌금이 들어왔어요.

연무대가 어떤 곳인지 아시죠? 우리 아들 같은, 사위 같은 젊은 청년들이 전혀 다른 세계에 들어오는 거잖아요.

그곳에 방문하면 그들의 대단한 열기에 제가 기를 받고 온다니까요. 그들이 연무대교회를 통해 복음을 알게 된다고 생각하니, 앞장서서 할 수밖에 없더라고요.

복음을 깊이 만나게 된 게 성경공부모임 때문이었다고요.

모태신앙으로 믿는다고 하면서도 돌아보면 ‘하나님의 지혜’가 없었던 것 같아요. 한마디로 구원의 확신이 없었던 거죠.

양심은 있어서 죄인이라고는 했지만 믿음이 있었다면 죄에서 벗어났어야 하더라고요. 크리스천인 우리는 주님의 공로로 의인의 반열에 선 것이니까요.

성경공부를 하면서 말씀이신 주님을 알게 되니까 죄의 문제도 해결되고 복음이 무엇인지 깨닫게 됐어요.

로마서 7장은 율법 안에서, 로마서 8장은 율법에서 벗어나 얻은 새 생명에 대해 이야기하잖아요.

사람은 늘 그 사이에서 갈팡질팡하지요. 하나님의 지혜가 들어가야 모든 것에서 벗어날 수 있어요.

삶에서 말씀과 기도, 예배가 우선순위가 되기 위해 특별히 노력하는 부분이 있을까요?

다니엘서에 보면 ‘지식이 왕래한다’는 구절이 나오잖아요. 요즘 돌아가는 세상을 보면 곧 학교도 없어지지 않을까 싶어요.

게다가 지진이 나니 마지막 때가 가장 먼저 떠오르는 거예요. 마지막 때에 믿음을 지키지 못하면 큰일이거든요.

그래서 하나님 앞에 순결한 예배가 꼭 필요하다고 보고, 무슨 일이 있어도 예배를 드리기 위해 노력해요.

방송 사람들도 제가 주일에 일하지 않는다는 건 다 알아요. 누군가 간증을 부탁해와도 꼭 저희 교회에서 예배를 드리고 가거든요.

어떤 때는 이런 제 태도가 너무 율법적인 건 아닌가 생각했던 적도 있어요. 하지만 지금은 예배를 통해 일주일 동안 하나님께 아뢸 힘과 보호하심을 공급받는다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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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촬영하실 때 주일에 일하지 않는다는 게 쉬운 선택은 아니었을 것 같아요.

방송 녹화를 거절한 경우도 꽤 많았어요. 전에 웹드라마 제안이 와서 촬영했던 적이 있었어요. 그런데 무당하고 친한 역할로 나와요.

드라마 속의 내가 맡은 역할이 그런 것이지만 못하겠더라고요. 하나님의 뜻대로 살겠다고 하는 제가 맡은 역할을 누군가 보고 시험받을 수도 있을 같았거든요.

물론 생활이 다 예배여야 하지만, 저의 경우는 주일에는 일하지 않기로 한 케이스인 것이고요.

하나님 앞에서 우리 각자에게 주신 믿음대로 행동하면 되는 것 같아요. 그래서 하나님 앞에 더 거해야 되는 거예요. 그래도 잃기 쉬운 게 많은 요즘이니까요.

요즘 기도제목은 무엇인가요?

주님과 대화하면서 날마다 교감하는 거예요. ‘주님, 또 이러네요. 실수했어요’ 하면서 그분 앞에 아뢰며 대화하는 삶, 말씀이신 주님이 제 안에 계시는 삶을 기도합니다.

옛날에는 세상 속에서도 구별된 삶을 살 수 없는 사람이었거든요. 그런데 이제는 주님을 만나니까 세상 안에 있어도 아버지 안에 거하는 게 무엇인지 알게 되었어요. 주님을 만나면 내 삶이 변화돼요.

내 의지가 아니라 주님이 변화시켜주시잖아요. 모든 일 가운데 내 마음대로 되는 건 아무것도 없어요. 왜냐하면 주님이 곧 길이요 진리라고 말씀하셨으니까요.

내가 주님 앞에 의탁하고 인도함을 받는 게 중요해요. 하지만 쉽진 않죠. 저 역시 벌써 일흔이 다 되어가는 데도 기도하려면 빨리 자고 싶은 마음에 잘 안돼요(웃음).

주님 이 길을 주셨음에도 내가 판단하거나 가진 걸로 해보려는 모습이 있죠. 그런 제 모습을 발견할 때마다 주님께 수습 해달라고 기도해요. 정말 주님이 나의 길이심을 알면 의탁하지 않을 수가 없어요.

사진 = 예술의전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