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석동 1416-5 골목교회 커피마을 #4] 목사가 커피마을을 시작했습니다. 왜냐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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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편 – 6시가 지나도 집에 가지 않는 아이가 있었습니다▷

# 커피마을을 만들다(Coffee House for Village) 

‘1시간학교’를 5년 정도 운영하다보니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1시간학교’ 학생들을 위해서는 좋은 프로그램이지만, 프로그램을 운영하려면 비용과 헌신이 많이 들어갔습니다.

이 시기에 저희는 다른 사역을 하지 않고 오로지 교회의 모든 여력을 ‘1시간학교’에 쏟아부었습니다. 그것도 새로운 학생들을 뽑지 않고 중학교 1학년일 때 만난 다섯 명 정도의 아이들에게 집중했습니다.

학생들이 중학생에서 고등학생으로, 그리고 대학생으로 성장하면서 ‘1시간학교’에 매일 오는 학생들도 줄어갔습니다. 그래서 결국에는 한 명의 학생만이 ‘1시간학교’에 매일 나왔습니다. 한 명의 아이지만 그 아이를 위해 학교를 운영하려다보니 비용이 부담되었습니다.

작은교회라 사례비가 충분하지 못했습니다. 교회에서 40만원 가량 생활비를 받았기 때문에 나머지 비용은 아내가 피아노학원을 운영하며 보태야 했습니다.

여러모로 고민하던 끝에 ‘커피마을’을 시작하기로 마음을 먹었습니다. ‘커피마을’을 통해 번 돈으로 ‘1시간학교’를 운영할 계획이었습니다. 또한 청소년들의 문제를 고민하다 보니 가장 커다란 문제는 ‘마을의 상실’이었습니다.

전에는 마을이 살아있었기에, 그 마을을 중심으로 교육과 선교를 진행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마을의 실종으로, 아이들의 삶을 보살필 수 있는 공간과 관계를 찾을 수 없게 되었습니다.

당시에 박원순 변호사의 ‘마을만들기’ 운동이 활발하게 펼쳐졌습니다. 저 또한 그 일환으로 백석동 13블록의 마을만들기를 ‘커피마을’을 통해 이루어 보려 했습니다.


# 목사, 목수를 꿈꾸다

‘커피마을’을 준비하는 가운데 인테리어 업체와 문제가 생겼습니다. 그래서 공사를 다 하지 못하고 멈추게 되었습니다. 비용은 떨어지고 공사는 해야 하니 할 일들이 산더미같이 쌓였습니다. 하는 수없이 직접 인테리어를 감당해야 했습니다.

커피마을 공사를 진행하던 2009년 겨울은 몹시 추웠습니다. 추운 날씨에 손이 찢어져 가면서 목공 작업을 했습니다. 한 번은 길가에 목공 작업을 하는데, 한 아저씨께서 저에게 “목수세요?”라고 물었습니다.

저는 그 분께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아니요, 저는 목수가 되고 싶은 목사입니다.”

그렇습니다. 원치 않게 시작한 목공 작업과 목수의 삶이었지만 저는 목공 작업을 통해 많은 것들을 배웠습니다.

목사는 주로 말을 많이 하는데, 말이 아닌 자신의 삶으로, 땀으로, 노동으로 답을 해야 합니다. 그리고 목수의 일은 정직해서 제가 일한 만큼의 결과를 항상 가져다줍니다.

이때부터 저는 목수가 되기를 꿈꾸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이후에 계속된 목공 작업을 통해 신학교에서는 배우지 못했던 지혜를 얻게 되었습니다. 이른바 땀이 가르쳐 주는 진리를 목공 작업을 통해 배우게 되었습니다.


# 작은 것들에 주목하다

커피마을은 6평 밖에 안 되는 작은 카페였습니다. 그리고 그 당시 참포도나무교회도 삼십 명 정도 모이는 작은 교회였습니다. 작은 가게를 준비하다 보니 공간의 제약이 많았습니다. 그래서 가게를 준비하면서 아주 작은 것들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몇 권 밖에 꽂히지 않는 작은 책장, 4인용 책상 두 개, 의자 여덟 개가 살림살이의 전부였습니다. 작은 공간을 만들다 보니, 제가 그때까지 대형교회에 경도되어 있었음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세상은 대형교회를 선호하고, 마트도 대형마트를 선호하고, 기업도 대기업을 선호합니다. 그렇지만 작은 교회에는 사람들의 관심이 많지 않습니다.

작은 것들은 왜소한 것들이며 부정적인 것처럼 치부되는 사회를 살아가고 있었습니다. 그렇지만 에수님은 이 땅에 오셔서 작고 비천한 존재들에 관심을 가지셨습니다.

예수님은 오히려 작은 아이에게 관심을 가지셨습니다. 그래서 저는 6평도 안되는 작은 카페를 만들면서 작지만 아름다운 신앙공동체에 대한 꿈을 꾸기 시작했습니다.

어느 날 저는 루시드폴의 음악을 들으며 커피마을 블로그에 이런 글을 남겼습니다.

“작고 작은 카페가 되어야겠다고 마음먹는다. 작고 작은 사람들과 함께 살겠노라고 마음먹는다. 힘든 노정 속에 그 느린 시간의 흐름도 견디지 못하고 발목이 부러져서 일어설 수도 없고, 앉을 수도 없고, 누울 수도 없고, 앞으로 갈 수도, 뒤로 물러설 수도 없이 엉거주춤한 자세로 어쩔 줄 몰라하는, 가여운 어린 당나귀와 같은 작은 사람들과 함께 해야겠다고 마음먹는다.

너무 작아서 특별한 것도 없는, 작은 동네 골목의 작은 가게로, 큰 사람들은 거들떠도 보지 않는 작은 교회로 영원히 남아야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다음주 계속▷)

글, 사진 = 안준호 
마을지기라고 불리는 안준호 목사(참포도나무교회)입니다. 저는 어느 날 부터 한 마을(백석동 1416-5번지)에 들어와 살게 되었습니다. 그곳에서 동네아이들과 뛰어놀며 어느덧 바리스타가 되었고 목수가 되었습니다. 한 잔의 맛있는 커피를 나누듯이 마을에서 일어나는 이야기들을 여러분과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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