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한 성도에게 이메일 한 통을 받고 정신이 번쩍 나면서 많이 부끄러웠던 적이 있다.  그 메일의 내용을 소개하고 싶다.

2007년 딸아이의 친구 엄마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습니다. 바로 전날 슬픈 예감 같은 것을 느꼈고 두려웠습니다. 당시 아들은 초등학교 4학년, 딸은 초등학교 2학년. 가뜩이나 야뇨증을 앓고 있던 작은아이에게 이제 더 이상 잠자기 전에 기저귀를 챙겨줄 엄마가 없어진 것입니다. 오랫동안 그 언니를 마음에서 떠나보낼 수가 없어 힘들었습니다.
주님은 또 다른 두 사람의 죽음을 통해 메시지를 주셨습니다. 하나는 암 투병 중 남편에게 서운하여 식음을 전폐하고 두 아이를 남겨두고 간 친구이고, 다른 하나는 취업 문제로 부모님께 죄송해하던 시댁 오촌 조카였습니다.

그 일들은 제게 하나님의 마음 한구석을 보게 했는데, 교회가 이 시대 마음의 병을 앓는 이들, 특히 교회 안에 구원 받은 자들까지도 자살을 실행하게 만드는 이 악한 마귀의 궤계를 예민하게 분별하여 반드시 이기라는 뜻으로 여겼습니다.

저도 한때 마음을 지키지 못하고 중앙선을 넘어본 일이 있어서 그런지 모르겠습니다. 주님께 다시 한 번 감사와 찬양을 드리게 되네요.”

이어지는 내용이 내 정신을 번쩍 들게 했다. 계속 인용해보자.

”목사님이 상담 네트워크를 소개해주셔서 너무 반갑고 감사했습니다. 목사님, 우울증으로 고생하는 성도들 안타까우시죠? 가슴 아프시죠? 그런데 저는 제가 처음 분당우리교회를 찾았던 때의 목사님의 모습을 떠올리게 해드리고 싶어요.

교회는 세련된 인간들의 세련된 조직으로 유지되는 게 아니다.

예배 한 번으로 해결되는 거짓말 같은 치유, 성경을 읽다가, 찬양을 하다가, 기도를 하다가 달라져버리는 역사. 그것을 바라고 기대하여 닳아 없어질지언정 녹슬지 않겠다고 하신 거잖아요. 예수님이 만나주시면 끝이에요. 성경이 마음을 새롭게 하면 그걸로 끝이에요.

목사님, 상담 네트워크의 구체적인 방법은 전문가들이 논의하겠지만 영혼의 전문가인 목사님보다 더 확실한 치료제를 가지고 있는 전문가는 없다는 걸 말씀드리고 싶어요.

목사님이 특새 때 흘려주셨던 예수님의 눈물, 목사님이 말씀을 통해 들려주셨던 성령님의 위로, 목사님이 찬양 가운데 보이셨던 하나님의 영광.

사람이 많아졌다고, 이단이 껴들었다고, 목사님이 연세 드셨다고 하나님께서 그것을 접으실 리가 없는 것 아닙니까?”

나는 이 성도의 메일을 읽고 정말 부끄러웠다. 이분이 교회에 처음 왔을 때는 지금보다 훨씬 조직도 정비되지 않았고, 일꾼도 없었고, 아무것도 없을 때였으며, 나는 미숙하기 짝이 없는 목사였다.

그런데 이 성도가 내게 자각시켜준 것이 무엇인가? 그런 것이 필요한 게 아니란 것이다. 순수하게 하나님을 아버지로 삼은 자녀들이 함께 모여서 테크닉이나 기교가 아닌 진심으로 하나님이 문제의 해결자 되심을 믿고 부르짖을 때, 거기서 능력이 나타나고 치유가 일어난다는 것이다.

자살충동을 느끼고 수면제를 먹었던 그 성도가 예배 한 번 드리고 나가면서 수면제를 쓰레기통에 집어던지는 역사가 그때는 일어났는데, 지금 교회의 모습은 어떤가? 너무 세련되고 설교도 매끄러워지고 겉으로는 다 갖춘 것 같지만 초창기 그 성도가 보았던 교회의 영적 야성과 역동성을 다 잃어버린 것은 아닌가?

교회는 세련된 인간들의 세련된 조직으로 유지되는 게 아니다. 하나님을 아버지의 자리에, 호주의 자리에 모셔드려야 한다. 그래서 그 하나님께서 일하시는 교회, 그 하나님이 치료하시는 교회, 하나님이 친히 눈물 닦아주시는 교회가 되어야 한다.

이런 교회로 복귀하기 위해선 한 가지 조건밖에 없다. 보이지 않는 하나님이 교회의 주인 되시고 아버지가 되시는 것이다.

† 말씀
그리스도의 사랑이 우리를 강권하시는도다 우리가 생각하건대 한 사람이 모든 사람을 대신하여 죽었은즉 모든 사람이 죽은 것이라
– 고린도후서 5장 14절

우리가 알거니와 하나님을 사랑하는 자 곧 그의 뜻대로 부르심을 입은 자들에게는 모든 것이 합력하여 선을 이루느니라
– 로마서 8장 28절

사랑은 오래 참고 사랑은 온유하며 시기하지 아니하며 사랑은 자랑하지 아니하며 교만하지 아니하며 무례히 행하지 아니하며 자기의 유익을 구하지 아니하며 성내지 아니하며 악한 것을 생각하지 아니하며 불의를 기뻐하지 아니하며 진리와 함께 기뻐하고 모든 것을 참으며 모든 것을 믿으며 모든 것을 바라며 모든 것을 견디느니라
– 고린도전서 13장 4절-7절

† 기도
사랑하는 주님, 오늘의 삶 가운데 무엇보다도 구해야 할 한 가지는 주님의 얼굴을 구하는 것입니다. 날마다 새롭게 주님의 얼굴을 구하고 있습니까? 주님을 향한 마음에서 시작된 믿음으로 주님을 바라보고 있습니까? 제 마음의 욕심으로 주님께서 주실 것을 기대하는 마음으로 주님을 바라보고 있지는 않습니까? 주님께서 예비하신 영혼들을 향한 시선으로 오늘을 살고 있습니까? 주님 앞에 간절한 마음으로 회개하며 전심으로 기도하게 하소서.

† 적용과 결단
지금 교회를 향한 주님의 마음과 시선을 다시금 묵상하길 원합니다. 기도자를 통해 행하시길 원하시는 주님의 마음을 붙잡고 기도하고 결단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