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석동 1416-5 골목교회 커피마을 #6] 제 작업실은 길바닥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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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편 – 그들은 커피를 한 잔 시키고, 자신들의 삶 가운데 있는 짐을 토로했습니다▷

# 길, 우물, 부엌 그리고 들판

마을 한복판으로 들어와 사역을 하는 동안 제 작업실은 길바닥이었습니다. 아무것도 할 일이 없던 시절 길 위에서 낙엽을 쓸다 보니 동네 어른들과 인사를 나누는 사이가 되었습니다.

도서관을 운영하다 보니 동네 아이들의 친구가 될 수 있었습니다. 추운 겨울날 몇 달 간을 길에서 목공 작업을 하도 보니, 동네 이웃들과 길거리에서 많은 대화를 나누게 되었고, 그렇게 사람들이 제가 목사인 것을 조금씩 알게 되었습니다.

‘커피마을’이란 이름으로 커피숍을 열었더니, 삶의 위기에 놓인 많은 사람들이 찾아와서 이야기보따리를 풀어놓았고, 저는 그들을 위해서 기도해주었습니다.

십자가를 높이 걸고 강대상에서 설교를 할 때는 어느 누구도 거들떠보지 않았지만, 양복을 벗고 작업복을 입고 길거리에서 일하고, 아이들과 뛰어놀고, 커피숍에서 커피를 탔더니 많은 사람들이 목사인 저를 알아주고 찾아주었습니다.

그러고 보니 예수님의 사역지도 회당이 아닌, 길거리였고 우물이었고, 부엌이었으며 그리고 들판이었습니다. 그곳에서 예수님은 사람들에게 복된 소식을 전했습니다.


# 목사, 바리스타로 평일을 살다

처음 커피마을의 문을 열고 앞치마를 두르고 손님들을 받는 일이 쉽지 않았습니다. 오랜 시간 동안 ‘목사’에 대한 이미지들이 있는데 앞치마를 두르고 커피를 내오고 계산을 하는 모습이 저만 낯선 것이 아니라 손님들과 교인들도 낯설었던 것 같습니다. 그렇지만 금세 익숙해졌습니다.

저는 주일에는 양복을 입고 강대상에 서서 사람들에게 하나님의 말씀을 전하지만, 평일에는 교우들과 똑같이 평상복을 입고 앞치마를 두르고 바리스타로 섬기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노동의 신비를 조금씩 배우게 되었습니다.

설거지를 하고 있으면 기도하는 제 자신과 만나게 됩니다. 그리고 바리스타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주다 보니 자연스럽게 복음을 전하게 되었습니다. 이 모든 것들이 일상의 신비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저 그들과 같은 모습과 자리에서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단 한마디 “당신의 아픔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어요. 저도 당신과 같은 불쌍한 사람이랍니다. 그런데 당신의 아픔을 치유할 수 있는 길은 예수님을 만나는 거예요”라고 말해준답니다.

그리고 손님들이 돌아간 자리를 치우고 그들의 온기가 남은 찻잔을 물로 닦으면서 그들을 위해 기도합니다. 때로는 교우들 한 사람 한 사람의 이름을 부르면서 기도하기도 합니다. 그럴 때는 찻잔에 뜨거운 눈물이 떨어질 때가 한두 번이 아닙니다.

한 번은 새벽 2시까지 설거지를 하는데 주님께서 저를 따뜻하게 안아주셨습니다.

‘아이야 괜찮아. 내가 너와 함께 하마.’

그 한마디의 주님의 말씀이 저로 하여금 매일매일 설거지를 하고 목공을 하고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원동력이 되었습니다.


# 내리막길에서 만난 예수

예수님과 함께 예루살렘으로 향했던 제자들의 부푼 꿈은 십자가 처형이라는 비참한 결과로 끝나고 말았습니다. 그들은 실망하여 다시 자신들이 살던 마을, 엠마오로 내려가고 있었습니다.

그 길에 부활하신 예수께서 동행하셨습니다. 그렇지만 그들은 부활하신 예수님을 알아보지 못했습니다. 예수님께서 그들의 대화에 들어오셨습니다. 그들과 대화를 나누시면 예수님은 엠마오로 향하여 함께 내려가셨습니다. 그들과 대화가 깊어지면서 예수님은 성경을 풀어서 가르쳐 주셨습니다.

그리고 이윽고 그들의 집으로 들어가서 떡을 떼어 주실 때 그들의 눈이 열려서 부활하신 예수님인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눅 24장 13-31절). 이 짧은 경험이 기독교의 새로운 출발이자 시작이 되었습니다.

저는 이 말씀을 읽는 가운데 ‘커피마을’을 통한 제 사역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커피마을에서 인생의 내리막길을 걷는 사람들을 만났습니다. 한 때는 부푼 꿈을 가지고 살던 사람들이, 직장을 잃고 가정과 건강을 잃고 외롭게 홀로 남겨진 사람들이 저를 찾아왔습니다.

그들은 커피 한잔을 하면서 저에게 자신들의 이야기를 들려주었고 저는 그들에게 때로 성경말씀을 풀어서 이야기해주었습니다. 그리고 그 가운데 서로 편하게 떡과 빵 그리고 밥을 나누는 사람들 가운데 눈이 열려서 부활하신 예수님을 발견하는 것을 자주 보게 되었습니다.

그렇습니다. 저는 이 경험을 통해 목회에 대해서 정의하게 되었습니다. 목회란 다름이 아니라, 부활하신 예수를 만나고, 그와 함께 하는 여행길 이야기인 것입니다(다음주 계속).

글, 사진 = 안준호 
마을지기라고 불리는 안준호 목사(참포도나무교회)입니다. 저는 어느 날 부터 한 마을(백석동 1416-5번지)에 들어와 살게 되었습니다. 그곳에서 동네아이들과 뛰어놀며 어느덧 바리스타가 되었고 목수가 되었습니다. 한 잔의 맛있는 커피를 나누듯이 마을에서 일어나는 이야기들을 여러분과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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