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석동 1416-5번지 커피마을 #10] 주님이 길에서 사람들을 만났듯 저도 길에서 사람들을 만나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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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편 – 골목 교회 목사, ‘목수’가 되었습니다 ▷

# 골목 속에 세워진 커피마을 2호점

커피마을 서대문점은 우연한 기회로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평소 커피마을의 모델을 테이크아웃 카페로 전환할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카페교회의 가장 커다란 문제는 ‘카페’와 ‘교회’의 건널 수 없는 문화의 차이입니다. 카페는 말 그대로 카페의 문화가 있고 교회는 교회만의 문화가 있습니다.

그런데 이것이 양립하기 어려움이 있습니다. 물론 큰 부분에서는 통하는 점이 있지만, 장점을 살리기 위해서 저는 오히려 서로를 분리시켜서 진행시키고자 했습니다.

평일에 목사가 교회에서만 있는 것이 아니라 세상으로, 삶으로 들어가서 그들과 같이 살아가는 것, 그리고 그렇게 정직한 노동을 통해서 자신의 가정의 생계를 이어가도록 돕는 것이 ‘커피마을’의 미션이 될 것 같습니다.

그동안 교단과 교회는 개척교회 목회자들, 특히 도시 개척교회 미자립교회 목회자들의 생계의 문제에 대해서는 미온적인 흐름을 보여왔습니다.

그렇지만 지원을 받으면서 자립을 할 수는 없습니다. 자립을 위해서라도 외부의 후원을 끊고 자립을 위한 구조로 변경해야 할 것입니다.

저는 이제 ‘카페교회’라는 용어보다는 오히려 ‘커피마을’이란 이름으로 일들을 진행하려고 합니다. 주님께서 성전을 나와서 길거리에서 사람들을 만났듯이 그렇게 저도 길거리에서 우물가에서 동네 밖에서 사람들을 만나려고 합니다.

어쩌면 ‘커피마을’을 시작한 지 7년 만에 이제 제대로 길을 떠나려고 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 골목 교회, 골목 목사

마을 안의 작은 개척교회를 담임하다 보니, 저희 교회의 정체성에 대해 많이 고민을 하게 되었습니다.

교회의 정체성을 어떻게 파악하느냐에 따라서 저희 교회의 앞으로 나아갈 방향이 결정되기 때문이기도 하고, 또 지난 십 년 동안 저희 공동체를 인도하신 하나님의 뜻을 알고 싶은 마음이었습니다.

그래서 몇 가지 단어들에 대해서 생각해 보았습니다.

‘마을교회’, 네 저희 교회는 마을교회를 지향합니다. 마을 안에 자리하며 무너진 마을공동체를 일으키는 교회가 되길 기도하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마을 교회라는 단어는 요즘 흔한 ‘마을기업, 마을공동체’와 다르지 않은 사회사업의 한 종류처럼 보일 것 같은 마음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마을교회라는 단어도 제 마음에 쏙 들지 않았습니다.

‘작은교회’, 저희 교회는 작은 교회입니다. 매 주일 예배를 드리는 인원이 40명 밖에 되지 않으니 작은 교회가 맞습니다.

그렇지만 4명이 모이는 교회보다는 열 배는 더 큰 교회이고, 400명이 모이는 교회에 비해서는 열 배 작은 교회, 4000명이 모이는 교회에 비하면 400배, 4만 명이 모이는 교회에 비해서는 4천 배나 작은 교회입니다.

그러니, 작은 교회라는 말도 타당하지 않습니다. 기준점이 바뀌면 크고 작은 것도 바뀌게 마련입니다. 그리고 교회를 모이는 수로 평가하는 것은 신성모독이라고 할 것입니다.

요한계시록에서 주님으로부터 책망을 받은 교회는 그 신앙의 교회를 ‘작은’ 혹은 ‘큰’교회로 부르는 것은 지양되어야 할 것입니다.

‘개척교회’, 저희 교회는 10년 전 개척한 교회입니다. 그러니 개척교회라고 불러도 될 것 같습니다. 그런데 그 기준도 애매합니다. 개척교회와 기성교회의 차이를 교단에서는 어떻게 정하는지 한번 물어보고 싶습니다.

아마 대답하기 힘들 것 같습니다. 얼마 전, 한 대형교회에서 파생된 개척교회는 이미 모이는 수가 천 명을 넘었다고 합니다. 그 교회는 개척교회인가요? 아니면 뭐라고 불러야 할까요?

그래서 저는 ‘개척교회’라는 단어도 쓰지 않으려 합니다. ‘개척정신’이 없는 교회는 아무리 개척한 지 얼마 되지 않았다 하더라도 그 교회는 기성교회의 하나에 불과할 뿐입니다.

‘개척교회’가 가져야 할 가장 중요한 점은 무엇보다도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는 ‘개척정신’이며 ‘개척영성’이어야 합니다.

그러다 저는 어느 날, “아, 우리 교회는 골목 교회이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골목 교회라는 단어가 떠오르는데 제 눈가에 눈물이 맺힙니다. 그리고 지난 10년 동안의 골목에서의 삶이 주마등처럼 지나갔습니다.

그렇습니다. 저희 교회는 골목 교회입니다. 사람들이 거들떠도 보지 않는 마을 안 깊은 골목에 쪼그려 앉아 있는 교회입니다. 1층에는 골목카페가 있고, 지하에는 ‘가나예배당 for Les Miserable’라는 이름의 골목 예배당이 있습니다.

저는 매일 이 골목에 있으니, 저는 골목 목사입니다. 그러고 보니 우리 예수님도 골목에서 사람들을 만나셨습니다. 골목에서 죄인을 만나셨고, 골목에 있는 우물에서 여인들을 만나셨습니다. 사람들이 가기를 꺼리는 사마리아 골목도 주님은 거침없이 다니셨습니다.

골목 끝 경건한 사람들은 들어가지 않던 사람들의 집에도 주님은 들어가셔서 그들과 함께 먹고 마셨습니다. 그리고 부활하신 다음에도 골목길 옆집에 들어가서 사람들과 함께 먹고 마셨고, 그들은 부활하신 주님을 골목에서 만나게 되었습니다.

절은 산에 있지만 교회는 골목에 있습니다. 골목에서 사람들을 만나야 합니다. 차를 타고 지하주차장에 고급차를 세워놓고 헌금을 하는 교인들만 만날 것이 아니라, 길거리에 나가서 예수님이 만나셨던 길거리의 사람들을 만나야 합니다.

그들의 흔들리는 발걸음을 붙잡아 줘야 하고, 그들의 고된 삶에 동반자가 되어야 합니다. 그 길은 곧 부활하신 예수님을 만나는 길입니다. 저는 이 골목에서 부활하신 예수님을 만났습니다.

죽더라도 절대로 이 골목을 떠나지 않겠습니다. 이 골목에서 저도 죽고 부활의 증인이 되겠습니다. 저는 골목 교회 목사입니다(다음주 마지막).

글, 사진 = 안준호 
마을지기라고 불리는 안준호 목사(참포도나무교회)입니다. 저는 어느 날 부터 한 마을(백석동 1416-5번지)에 들어와 살게 되었습니다. 그곳에서 동네아이들과 뛰어놀며 어느덧 바리스타가 되었고 목수가 되었습니다. 한 잔의 맛있는 커피를 나누듯이 마을에서 일어나는 이야기들을 여러분과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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