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천 연극심리상담 #6] 불안해서 나도 모르게 하나님보다 앞서 걸었던 A의 고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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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연극치료 참여자인 30대 후반의 한 성도의 사례를 바탕으로 재구성한 것입니다.

연극치료 참여자가 그린 ‘나’ 의 자화상

사방이 뚫려 매서운 칼바람이 불어 닥치는 다 허물어진 담벼락 구석에 쪼그리고 앉은 한 아이! 의지할 것 하나 없이 불안과 두려움에 떨며 울고 있는 아이. 그 아이가 바로 저였어요.

아이는 무엇이 그렇게 무서웠던 걸까요? 무엇으로부터 피하고 싶었던 걸까요?

저는 ‘고요한 마음’을 갖는 것이 가장 어려웠어요. 늘 머릿속이 복잡했고, 쫓는지, 무엇에 쫓기는지도 모른 채 불안과 걱정으로 가득 찬 삶을 살았지요. 그럴수록 확실하게 붙들고 있을 무엇인가가 필요했어요.

하나님의 음성, 그분의 뜻을 아는 것이 저에겐 무척이나 중요했습니다. 그러나 그분은 제게 언제나 명확한 말씀을 주지 않으셨어요.

어느 길로 가야할지 몰라 고민될 때, 가만히 앉아서 그분의 말씀이 들릴 때까지 기다릴 수가 없었어요. 기다림은 불안의 연속이었으니까요.

제가 할 수 있는 것은 그분보다 앞서 걷는 것이었어요. “더는 못 기다리겠어요. 저 그냥 이 길로 갈래요”하고 성큼성큼 걸어가 보지만 이내 ‘이 길이 아니면 어쩌지?’, ‘주님의 말씀이 아닌 것 같은데…’ 하는 불안이 엄습해왔어요.

불안을 없애기 위해 더 열심히 걷고 더 열심히 일하다 보면 작은 성과가 보일 때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럴 땐 감사하는 마음이 사라졌지요. 제 힘으로 이룬 것 같았으니까요.

그리고 또 다시 불안을 잊게 해 줄 무엇인가를 찾아 몰두하려고 했어요. 가끔은 A나 B, 혹은 A, B, C 중 하나를 골라 달라고 하나님께 조르기도 했습니다. 저만의 선택지를 만들어 하나님의 뜻을 가두려 한 것이지요.

제 삶의 불안을 없애기 위해 필요하다고 생각하여 만든 목록(경제적 여유, 사회적 성공, 건강, 사람들의 지원 등)을 채워 주시지 않는 하나님은 나를 사랑하시지 않는 모양이라고 의심하기도 했습니다.

현재를 살아내기 위한, 미래를 살아가기 위한 생각과 계획으로 가득 차 있었어요. 그대로 이루어지길 기도했기에 응답해주시지 않을 때는 ‘차라리 기도하지 않는 게 낫겠어. 기도하면 실망만 하게 되니까. 차라리 내가 게을러서, 내게 능력이 없어서 안 된 거라고 믿자’라고 하면서 하나님을 멀리 한 때도 있었어요.

저에게 가장 어려운 것은 아무 것도 하지 않고 온전히 그분을 의지하는 것이었어요. 홍해 바다 앞에 선 저를 떠올립니다. 앞에는 홍해가 있고, 뒤에는 서슬 퍼런 애굽 군대가 있어요.

“배를 만들까요? 다른 길을 찾아볼까요?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왜 이렇게 힘든 상황에 놓이게 하시는 겁니까? 하나님의 뜻은 어디 있나요?”

점점 더 커지는 불안 앞에서 저는 다급하게 그분의 뜻을 구합니다. 그분의 뜻을 구한다고 하지만 실은 그저 빨리 문제가 없어지길, 제 불안을 없애주길 기도하는 것이지요.

바로 그 때 하나님의 음성이 들리기 시작합니다.

“두려워하지 말고 가만히 서서 오늘 내가 너를 어떻게 구원하는지 지켜보아라.”

그러나 저는 그 음성을 믿지 못해 다시 한번 되묻습니다.

“아무 것도 하지 않아도 된다고요? 말도 안돼요.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는 건 저를 불안하게 만드는 거란 말이에요.”

“내가 너를 위해 싸울 것이다. 그러니 너는 그냥 가만히 있기만 하면 돼.”

어쩔 줄을 모르고 당장이라도 무언가를 할 자세로 서 있다가 바다가 갈라지는 것을 보게 됩니다. 그것은 제 생각, 계획, 상상 속에는 없던 놀라운 것이었어요.

오늘도 저는 여전히 불안합니다.

어쩌면 이 불안이 완전히 없어질 날은 영영 오지 않을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이제 저는 불안이 몰려 올 때 잠시 가만히 있기를 선택합니다.

이 불안이 파도처럼 밀려왔다가 파도처럼 밀려가기를, 그리고 하나님께서 제가 생각하지도 못한 방법으로 저를 이끄시기를 기대하면서 말이죠.

(불안에 대한 두 번째 이야기가 이어집니다.)

글 = 김소진  김소진 루트연극치료놀이터 센터장이자 하나님의 딸, 부모님의 막내 딸, 연극배우의 아내, 귀여운 두 아이의 엄마입니다. 장로회신학대학교 ‘기독교 교육과’를 졸업했고, 마음이 아픈 사람들을 만나고 싶다는 생각에 대학원에서 ‘연극치료학’석사를 받아 연극심리상담사로 일하고 있습니다. 넘치게 받은 사랑을 돌려주고 싶은 마음에, 충남 청양에 작은 시골교회에서 아이들을 섬기는 사역도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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