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 사이에 미안하다는 말의 의미 – 김유비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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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가 서로 싸우면 마음이 불편하다. 불편한 감정이 싫어 누군가는 먼저 사과한다. 먼저 사과하는 쪽은 주로 남편이다. 살아온 인생 때문에 그렇다.

남자의 세상에서는 사과는 미안하다는 말인 동시에 화해의 시도이다. 남자는 상대방이 아무리 큰 잘못을 했어도 먼저 사과한다.

사과는 상대에게 기회를 주는 것이다. 살다보면 그럴 수도 있으니 너무 마음 쓰지 말고 다시 잘해보자는 의미이다.

남자의 세계에서 먼저 사과하는 남자는 그릇이 큰 사람이다. 관대한 마음가짐으로 인생을 살아간다는 뜻이다. 포부가 크고 용기가 있는 사람이면 서슴지 않고 먼저 사과한다.

아내에게 사과할 때 결과는 정반대이다.
미안하다는 말은 소용없다.

남편은 배운 그대로 아내에게 사과한다. 아내는 전혀 사과를 받아줄 수 없다. 아내가 살아온 세상에서는 일방적인 사과는 의미가 없다.

남편이 아내에게 미안하다고 말하면 아내가 더 화를 낸다. 뭘 잘못했냐고 따진다. 남편은 당황스럽다. 자존심을 내려놓고 먼저 사과했는데 상황이 더 악화되었다. 아내가 모질게 느껴진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질까?

아내가 살아온 세상은 남편이 살아온 세상과 전혀 다르다. 여자는 감정이 상하면 다시 회복되는데 충분한 시간이 필요하다. 아무리 미안하다고 말해도 금방 풀리지 않는다.

남자보다 시간이 훨씬 오래 걸린다. 이 과정에서 누군가가 감정을 빨리 풀라는 식으로 대하면 더 화난다. 남편이 아내의 감정을 무시한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감정이 상하면 자존심이 상한다.

남편은 조급하다. 미안하다는 말이 소용이 없으면 갈등을 풀 수가 없다. 이미 미안하다는 말을 해서 주도권을 잃었다. 더 쓸 수 있는 카드가 없다. 계속 미안하다는 말을 반복할 뿐이다.

그러다 인내심을 잃는다. 남편도 화가 난다. 옳고 그름을 따지려 한다. 사과하고 끝내려고 했지만 뜻대로 되지 않았다. 이렇게 된 이상 잘잘못을 따져보자는 것이다.

미안하다는 말이 소용이 없다는 것을 안 남편은 치열하게 아내와 말다툼을 한다. 더 이상 남편의 사전에 “미안해”라는 말은 없다. 승자는 없다. 서로 상처받는다.

아내는 남편을 이해 못한다. 방금 전에는 미안하다고 말하더니 곧 바로 화를 낸다. 적반하장도 유분수이다. 미안하다고 말할 때는 언제고, 화를 내는 것은 뭔가 싶다.

아내는 조용히 결심한다. 두 번 다시 남편이 사과해도 받아주지 않을 것이라고. 남편은 알지 못한다. 더 이상 남편의 사과는 소용이 없다.

아내는 오해한다. 남편의 미안하다는 말이 “너 그만해”로 들린다. 불편한 상황을 빨리 처리하고 싶어서 하는 말이라고 느낀다.

화낼 일이 아니니까 그 정도만 하면 좋겠다는 말로 들린 이상, 아내는 상황의 심각성을 더 어필하는 수밖에 없다. 남편에게 더 독한 말을 하게 된다.

남편도 오해한다. 미안하다고 말해도 받아주지 않는 아내가 야속하다. 진심으로 사과한 것을 아내가 너무 가볍게 생각하니 자존심이 상한다.

자신에 대해 오해하고 있는 부분을 바로 잡고 싶다. 그래서, 치열하게 더 싸우는 것이다. “나는 그런 사람이 아니라고.”


어떻게 이 상황을 해결할 수 있을까?

부부 사이에 미안하다는 말은 의미가 없다. 미안함을 느끼지 말라는 이야기가 아니다. 미안하다는 말, 그 자체에 큰 의미가 없다는 뜻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아내의 감정이다. 무엇 때문에 감정이 불편하게 되었는지를 발견하지 못하면 미안하다는 말은 의미가 없다. 무엇 때문에 감정이 상하고 무엇 때문에 화가 났는지 정확히 발견해야 한다.

여기서 추측을 하면 더 위험하다. 아마 이것 때문에 화가 났을 거야라고 전제하는 것은 문제를 더 악화시킨다.

가장 좋은 방법은 아내에게 직접 묻는 것이다. 들어줄 준비가 되면 아내가 말을 한다. 아내의 말을 끝까지 다 들어주면 남편은 사과할 필요가 없다. 끝까지 아내의 말을 들어주는 것이 남편이 할 수 있는 최고의 사과이다.

끝까지 들어주면 아내의 감정은 풀린다. 사과할 필요가 없다. 남편이 이야기를 충분히 들어주면, 대화의 어느 시점에 아내는 자신이 잘못한 부분에 대해 이야기를 시작한다. 아내 스스로 그 부분을 고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할 것이다.

내 아내는 그럴 여자가 아니라고 말하고 싶은 남편도 있다. 그러나, 일단 끝까지 들어주고 나서 판단해도 늦지 않다. 아내의 이야기를 끝까지 들어준 남편은 몸값이 하늘로 치솟는다.

아내는 그런 남편을 존경하게 된다. 끝까지 차분하게 아내의 이야기를 듣기 어렵다. 그래서, 끝까지 들어준 남편은 존경받아 마땅하다는 것이다.

아내는 남편의 사과 자체를 무시할 필요가 없다. 남편은 가볍게 말하는 것이 아니다. 남편의 사과에는 진심이 담겨 있다. 미안하다는 말은 적극적인 경청의 신호이다.

남편이 먼저 미안하다고 말을 했다면 그 말 자체는 무시하지 말자. 아내가 화나는 이유도 결국 남편이 감정을 무시했기 때문이다. 똑같은 방식으로 남편에게 복수하지 말자.

남편이 아내의 말을 끝까지 들어주면 당연히 좋다. 그러나, 그런 남편은 드물다. 아내 역시 대화하는 방식에 서툴기 때문이다.

대화 방식에 근본적인 문제점이 있다. 주어가 “너”로 시작하기 때문이다. “당신은 이렇잖아. 당신이 이렇게 행동했잖아. 그게 문제가 되는거야”라고 말하면, 남편을 긴장하게 만든다.

남편은 아내의 비난에 대해 방어하게 된다. 주어를 “나” 로 바꿔야 한다. “나는 이렇게 느꼈어. 나는 이런게 속상했어.”

남편은 조금 더 편안하게 들을 수 있다. 자신을 비난하는 내용이 아니라 상황을 알려주는 내용이기 때문이다. 주어를 하나를 바꾸는 것으로 남편의 인내심을 극대화할 수 있다. 듣게 하는 것도 기술이다. 남편이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말하는 방식을 배우자.

부부는 사랑하기 때문에 싸운다. 아무리 행복해도 싸움을 피할 수는 없다. 싸우지 않기 위해 노력하면 반드시 실패할 것이다. 부부는 싸운다. 어쩔 수 없다. 상처주지 않고 잘 싸우기 위해 노력하라. 부부싸움을 통해 서로 더 이해하고 사랑할 수 있기를 바란다.

미안하다, 말하지 않아도 부부는 이미 서로의 마음을 안다.
단지, 그 마음이 전해지지 않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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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김유비 김유비는 12년동안 은혜의동산교회 부목사로 사역했고 현재 협동목사다. 김유비닷컴에 매진하기 위해 블로거와 상담자로 활동하며, 하나님이 만드신 행복한 가정을 세우고 돕는 일에 한 걸음씩 나아가고 있는 중이다. 알코올 중독자 가정에서 태어나 상처입은 어린시절을 보냈다.

아름다운 아내를 만나 사랑스런 세 아이의 아버지가 되었고, 김유비닷컴을 통해 자신이 발견한 행복의 비밀을 전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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