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건 네 잘못이 아니야 : 죄책감에서 벗어날 이유 – 김유비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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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신이 실수했다는 두려움에 갇힌 B의 사연 

“모든 것이 제 잘못처럼 느껴져요. 사람들은 직접 말하지 않아요. 하지만, 느낄 수 있어요.”

B(29세, 여자)가 세 번째 직장을 그만둔 직후였다. 마케팅 회사에 다녔던 그녀는 회사의 중요한 계약을 위한 프레젠테이션에 선배와 함께 참여했다. 발표하고 있던 선배 노트북 화면을 넘겨주는 일을 맡았다.

프레젠테이션이 중간 정도 진행되었을 때쯤, 동영상 파일이 열리지 않았다. 파일이 무거워 플레이 되지 않아 생긴 문제였다.

B는 식은땀을 흘리기 시작했다. 선배는 당황했지만, 노련하게 그 상황에 대처했다. 선배가 시간을 끌고 있는 사이 동영상은 다시 플레이되었다. 청중이 느끼지 못할 정도의 실수였다. 프레젠테이션이 끝나고 선배는 B에게 수고했다고 말했다. B는 선배의 얼굴을 똑바로 볼 수 없었다.

3일 후, B는 선배로부터 다른 업체가 선정되었다는 말을 들었다. 선배는 B에게 말했다. “실망하지 마. 경쟁이 원래 치열해. 이번 주에도 프레젠테이션 2개가 더 있으니까 준비 잘하자.” 그것으로 끝이었다.

B는 사직서를 제출하고 회사를 그만뒀다. 세 번째 회사를 그만둔 B가 다시 취업하기는 쉽지 않았다. 면접을 볼 때마다 똑같은 질문을 받았다.

“우리 회사가 네 번째, 직전 회사는 7개월 다녔고요. 나머지 두 회사는 일 년 정도밖에 안 다니셨어요. 특별한 이유가 있었나요?”

B는 적성에 맞지 않아 회사를 옮겼다고 말했지만, 면접관의 반응은 시큰둥했다. 3개월의 시간이 흘렀다. B는 취업에 대한 미련을 버리고 프리랜서로 살아갈 준비를 시작했다.

“어릴 때 만화 작가가 되고 싶었거든요. 웹툰을 그리고 있어요. 지금은 시작 단계니까 열심히 노력해야죠.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시작하려고요. 모아둔 돈이 있으니까 잠깐은 버틸 수 있어요.”

B에게 가장 견디기 힘든 것은 자신이 실수했다는 느낌이었다. 실수했다는 느낌이 들면 B는 견딜 수 없는 불안을 느꼈다. 가슴이 짓눌리는 듯한 답답함이 느껴졌다.

밀폐된 공간이 머물 수 없어 사무실 밖으로 뛰쳐나가야 숨을 쉴 수 있었다. 그런 날, B는 잠을 이룰 수가 없다. 머릿속에서 그날 그 장면이 반복적으로 생각이 났다.

‘그 사람은 왜 나에게 그런 말을 한 걸까? 무슨 뜻일까? 나는 또 왜 그렇게 대답을 했을까?’

머릿속 생각을 멈추기 위해 TV를 보고, 샤워를 해도 소용없었다. 잠시 사라졌던 생각은 금방 다시 찾아왔다. 해가 뜨는 것이 두려워졌다.

암막 커튼으로 해를 가리고 알람 소리를 의지해 일어났다. 수면부족으로 B의 몸은 점점 무거워졌다. 사무실 밖으로 뛰쳐나가는 횟수가 늘어났다. 한 달에 한 번에서 일주일에 한 번으로, 일주일에 한 번에서 매일 한 번으로.


# 그날 내가 엄마한테 전화만 하지 않았더라면…

12년 전 어느 날, 그녀는 엄마에게 짜증을 냈다. B는 야간자율학습에 적응하지 못했다. 집에서 공부하고 싶다고 말했다.

“시간이 조금 필요하지 않겠니? 이번 여름 방학 때까지만 잘 버텨봐. 그래도 힘들면, 엄마가 선생님께 말해줄게”라고 엄마가 말했다.

다음 날, 비가 억수같이 내렸다. 저녁을 먹고 책상 앞에 앉은 B는 답답해서 견딜 수가 없었다. 선생님께 배가 아프다고 핑계를 대고, 엄마에게 전화했다. 가방을 챙겨 교실 밖으로 나가 엄마를 기다렸다. 30분이 지나도 엄마가 오지 않았다. 다시 30분이 흘렀다. 벨소리가 들렸다.

B는 짜증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왜 안 와? 빨리 와.”
전화기 너머로 아빠의 목소리가 들렸다.
“엄마가….”

엄마가 운전했던 차는 음주운전 차량과 정면으로 충돌했다.

“그날 전화하지 않았다면…. 그날 그냥 교실에 있었다면…. 엄마는 죽지 않았을 거예요.” 그녀는 고개를 떨구고 울기 시작했다. B는 모든 것이 자기 탓이라고 말했다.

아버지가 끊었던 술을 다시 입에 대면서 간경화가 진행되기 시작한 것, 아버지가 성급하게 재혼을 해서 새엄마와 관계가 엉망이 된 것. 모두 자기 탓이라고 말했다.

그녀의 아버지가 술에 취해 몸을 가누지 못할 정도가 되면 혀가 꼬부라져서 하는 말이 있다.
“네 잘못이 아니야…. 네가 그런 말을 할 때마다 아빠의 가슴이 찢어지는 것 같아. 그날 내가 갔어야 했어. 엄마가 아니라 아빠가 운전을 했어야 했다고…. 아빠 잘못이야….”

그때마다 그녀는 마음속으로 대답했다.
‘아니에요. 아빠, 제 잘못이에요.’
그녀의 아버지, 그녀의 친척, 그녀의 친구들 모두 “너의 잘못이 아니야”라고 말해도 소용이 없었다.

그들은 한결같이 말했다. “비난받을 사람이 있다면 그날 술을 먹고 운전한 그 자식이야. 그 자식 때문에 벌어진 일이라고.” 그들의 노력과 달리 B의 생각은 달라지지 않았다. 애써 위로하려는 사람이 나타나면 그녀는 더 깊은 어둠 속으로 자신을 숨겼다.


# 죄책감으로부터 벗어나는 2가지 방법 

충격적인 사건을 경험한 사람이 그 사건 이전을 기억하지 못할 수 있다. 충격과 함께 그 이전의 기억이 사라져 버린 것이다. 12년 전, 그 사건이 일어난 이후부터 그녀는 엄마를 기억하지 못했다. 그녀는 기억의 창고 후미진 곳에 엄마에 대한 그리움을 가두고 문을 굳게 걸어 잠갔다.

엄마를 기억하는 것은 죄책감에 사로잡히는 것을 의미했다. 의도적으로 기억하지 않는 편을 택했다. 엄마에 대한 그리움이 떠오르면 그녀는 사건이 일어난 그날 저녁으로 되돌아간다. 그녀의 내면 안에 구간반복 기능이 켜져 있다.

고통스러운 장면을 무한 반복한다. 누군가 구간반복 기능을 꺼준다면, 엄마를 기억할 수 있을 것이다. 안타깝게도 그 기능을 끌 수 있는 사람은 이 세상에 한 사람, 그녀 자신뿐이다. 엄마에 대한 기억을 되찾으려면, 그 기억에 대해 누군가에게 말을 해야 한다. 그곳에 자유가 있다.

“제가 5살쯤인 것 같아요. 엄마가 동화책을 읽어주는 장면이 생각나요. 엄마 무릎에 앉으면 엄마는 두 팔을 둥그런 원으로 만들어 그 안에 저를 담았죠. 두 손으로 책을 들고 있었고요. 엄마가 만든 둥그런 원이 좋았어요. 아늑하고….”

5살 꼬마로 되돌아간 그녀는 엄마 품에 안겨 고개를 들고 말했다.

“엄마, 미안해.”

“응? 뭐가?” 엄마가 말했다.

“내가 그날 전화만 하지 않았어도…. 나 때문에 많이 아팠지?”

“아니야, 엄마가 미안해. 끝까지 같이 있어 주지 못해서…. 엄마 없어도 잘 할 수 있지?”

“응….”

현실의 그녀는 오열하기 시작했다.

사건을 바꿀 수는 없지만, 사건을 바라보는 관점은 바꿀 수 있다. 그 날의 기억을 지울 수 없지만, 그날의 사건을 다른 관점으로 바라보는 것이다. 그 날 그 사건은 그녀의 잘못이 아니다. 그녀의 아버지 잘못 또한 아니다.

그 사건은 아무도 예상할 수 없었고, 아무도 대비할 수 없었다. 그 일이 일어났고, 그 일은 막을 수 없었다. 이것이 진실이다. 이 단순한 관점이 효과를 발휘하는 것은 고되고 오래 걸리는 작업이다. 다른 사람의 설득으로 외부에서 주입될 수 없기 때문이다. 자기 내면으로부터 시작되어야 하는 일이다.

그녀에게 필요한 것은 두려움과 마주할 용기이다. 현실에서 그녀는 두려운 상황과 마주할 것이다. 사랑, 일, 관계에서 어려움을 겪을 때마다 그녀의 구간반복 기능이 켜질지 모른다.

“모든 것이 다 내 잘못이야.” 그때마다 그녀는 리모컨 버튼을 누르듯, 자기 비난의 목소리를 꺼야 한다. “다 내 잘못은 아니지. 어쩔 수 없는 일도 있잖아.”

사람마다 자기 비난의 목소리가 들린다. 다른 사람에게는 관대하고 자신에게는 무자비한 목소리 말이다. 우리는 그 목소리를 들으며 산다. 그 목소리를 만드는 것도 자신이고, 그 목소리로 고통받는 것도 자신이다.

반대로 그 목소리를 거부하는 것도 자신이다. 왜 그 목소리가 들리는지 아무도 모른다. 선택만이 남았다. 듣느냐, 마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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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김유비 김유비는 12년동안 은혜의동산교회 부목사로 사역했고 현재 협동목사다. 김유비닷컴에 매진하기 위해 블로거와 상담자로 활동하며, 하나님이 만드신 행복한 가정을 세우고 돕는 일에 한 걸음씩 나아가고 있는 중이다. 알코올 중독자 가정에서 태어나 상처입은 어린시절을 보냈다.

아름다운 아내를 만나 사랑스런 세 아이의 아버지가 되었고, 김유비닷컴을 통해 자신이 발견한 행복의 비밀을 전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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