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천 연극상담 #8] 이런 나를 하나님께서 사랑하실 리 없잖아

수치심에 귀 기울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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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주 씨 이야기 – 사랑받았다고 느껴본 적이 없어요

직장 생활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친한 친구도 없이 자기 방에서만 지내려고 한다는 20대 후반 민주(가명) 씨. ‘무기력하고 우울해 하다가 어느 순간 공격적’이 되는 민주 씨를 보다 못한 그녀의 언니가 연극 치료를 신청하여 상담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첫날 만난 민주 씨는 언니에게 들었던 것과 영 딴판이었습니다. 밝고 쾌활한 편이었고, 자기 이야기도 곧잘 했습니다. 왜 직장 생활을 버티지 못하는지, 왜 친구가 없는지 이해하기 힘들었죠.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민주 씨의 문제를 알게 되었습니다. 민주 씨는 무슨 이야기를 해도 결론은 늘 ‘엄마’때문이었어요. 사회생활을 못 하는 것도, 친구 관계를 잘 맺지 못하는 것도 결국엔 다 엄마 때문이라고 했죠.

“저는 엄마한테 충분한 사랑을 받았다고 느껴본 적이 없어요. 사랑 받아 본 적이 없는데 어떻게 자기 자신을 사랑하고 다른 누굴 사랑할 수 있겠어요?”

성격을 형성하는 데는 환경적 요인 못지않게 타고난 기질이나 성향도 큰 영향을 미칩니다. 같은 환경에서 자라 건강한 삶을 살고 있는 민주 씨의 언니가 그 증거입니다.

내 삶의 모든 부분이 ‘누군가’나 ‘환경’에 의하여 이렇게 만들어졌다고 믿는다면 상대가 혹은 환경이 변하지 않으면 아무 것도 변할 수 없지 않을까요?

민주 씨의 경우도 변화의 열쇠를 민주 씨가 쥔다면 민주 씨의 변화로 인해 어머니가 변할 수도 있습니다. 반대로 그녀의 어머니는 변하지 않더라도 이를 대하는 민주 씨의 시각과 태도가 변해 고통에서 벗어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민주 씨는 이 말을 이해하지 못했고 받아들이려 하지 않았습니다.

“제가 사랑받지 못한 것조차 다 제 책임이라는 건가요? 피해를 본 건 전데 왜 그게 제 잘못이라고 하는 거죠? 선생님이 그렇게 생각하신다면 더 치료받고 싶지 않아요.”

심하게 분노한 민주 씨는 결국 울음을 터뜨렸고, 그 길로 치료를 중단했습니다.


# 수치심 극복이 잘 안 되는 이유

사람은 누구나 타인들의 평가에 영향을 받아 자아상을 만들어 갑니다. 어려서는 타인의 평가가 전부인 듯 여기지만 성장하면서 새겨들어야 할 말과 흘려보내야 할 말을 적절하게 구분하게 되지요.

그런데 민주 씨의 경우는 성인이 되어서도 자신에 대한 타인의 평가에 크게 휘둘리고 있었습니다.

타인의 평가 중에서도 사랑받고 인정받고 있다는 ‘느낌(감정)’에 매달린다면 흔들리지 않는 건강한 자아상을 갖기 어렵습니다.

우리는 사랑 받고, 인정받고 있다고 느끼기 위해서 상대를 살피고, 상대에게 맞추려고 노력합니다. 어떻게 하면 상대의 관심을 끌 수 있는지, 어떻게 하면 상대가 좋아하는지 살피고 이에 맞게 행동하려고 하죠.

하지만 100명의 사람에게 100가지 다른 방법으로 맞출 수가 없으니 살다 보면 자신도 모르게 자신만의 방법을 갖게 됩니다. 베풀고 도와 자신을 필요로 하게 만들든지, 능력을 개발하여 성공하던지, 남들에게는 없는 특별한 모습을 갖는 식으로 말이지요.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내가 기대했던 대로 상대가 반응해주지 않으면 실망하게 되고 사랑 받으려고 노력했던 스스로가 부끄러워집니다.

이후에 이 상처를 덮을 만한 온전한 사랑을 받게 된다면 다행이지만 세상에 변하지 않는 ‘충만한 감정적 사랑’은 없기에 실망은 계속되고, 결국 스스로에게 ‘아무에게도 사랑 받지 못할 존재’라는 낙인을 찍게 돼요.

그리고 자신이 그 누구에게도 사랑 받지 못할 존재라는 열패감에서 잠시라도 벗어나기 위해 원망할 대상을 찾습니다.

이 원망이 상대를 향하면 적대적, 공격적이 되는 것이고, 자신을 향하면 우울해집니다. 이런저런 노력을 해봐도 자신의 진짜 모습을 안다면 그 누구도 자신을 사랑해주지 않을 것이라는 두려움 때문입니다. 다른 사람은 몰라도 ‘하나님은 내 모습 그대로를 사랑해주실 거야’라며 자위하려고도 해보지만 그런 위안은 그리 오래가지 못합니다.

왜냐하면 사람들은 모르는 나의 가장 추악하고 부족한 모습도 하나님은 아시기 때문이죠. ‘이런 나를 하나님께서 사랑하실 리가 있겠어?’라며 결국 하나님의 사랑마저 의심하게 됩니다.


# 수치심의 뜻 

자신을 부끄러워하는 마음을 우리는 수치심(羞恥心)이라고 합니다. “아무도 나를 진심으로 사랑해주지 않는 것 같아요. 하나님께서 저를 사랑하신다는 것도 느껴지지 않아요”라고 말하는 사람들의 마음속에는 ‘나는 사랑 받지 못할 부끄러운 존재’라는 수치심이 숨어 있습니다.

자려고 누웠는데 ‘아, 내가 왜 그랬을까? 미쳤지, 미쳤어!!’라고 창피한 일이 떠올라 이불을 차게 된다는 ‘이불킥’. 과거를 떠올리며 스스로 부끄러워한다는 것에서는 수치심과 일맥상통합니다.

하지만 이불킥과 달리 수치심은 웃으며 넘길 수 있는 가벼운 감정이 아니며 알아차리기도 쉽지 않습니다.

수치심에 대한 반응이 우울, 원망, 분노 등으로 표현되기도 하지만 본인조차 자신의 감정이 무엇인지 알아차리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를 알고 인정하면 더 큰 수치심이 몰려오기에 외면하려고 하기도 하고요.

아무도, 심지어 하나님조차 나를 진심으로 사랑해주지 않는 것 같아 슬프고 화가 나세요? 이 문제를 해결할 열쇠는 나를 사랑해주지 않는 상대에게 있는 것이 아니라 바로 내 손 안에 있습니다(수치심에 대한 두 번째 이야기가 이어집니다).

글 = 김소진  김소진 루트연극치료놀이터 센터장이자 하나님의 딸, 부모님의 막내 딸, 연극배우의 아내, 귀여운 두 아이의 엄마입니다. 장로회신학대학교 ‘기독교 교육과’를 졸업했고, 마음이 아픈 사람들을 만나고 싶다는 생각에 대학원에서 ‘연극치료학’석사를 받아 연극심리상담사로 일하고 있습니다. 넘치게 받은 사랑을 돌려주고 싶은 마음에, 충남 청양에 작은 시골교회에서 아이들을 섬기는 사역도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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