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종교생활’ 이야기 #2] 머리가 될 망정, 꼬리가 되지 않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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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가 될 망정, 꼬리가
되지 않게 하여 주시옵고…

나의 주일학교 시절을 통틀어 유일하게 기억에 남는 기도 문구다. 주일학교 부장 선생님은 기도만 했다하면 저 관용구를 사용하셨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나는 부장 선생님께서 기도하실 때의 억양과 발음, 뉘앙스, 심지어는 표정까지 생생하게 기억난다.

왜 저 문구가 뇌리에 박혔을까. 당연한 얘기지만 어린 아이에게 반복만큼 무서운 것이 없다. 일주일에 한번씩 반복되는 기도문구가 마음 깊이 기억되었던 것이다. 또 한가지 이유는 저 문구가 나의 어린시절 교회생활에 매우 실제적인 영향을 주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어른들은 세상에서 변변치 않게 사는 것을 실패라고 생각하는구나. 머리가 되고 특별한 사람이 되어야 하나님께 영광 돌리는 가치 있는 인생을 사는 거구나’ 하고 말이다.

이런 생각들은 홀로 교회에 다니는 어린 나에게 좋은 방향타가 되어 주었다. 교회에 다니는 어린이는 어떠해야 하는가를 제시해주는 율법이요 선지자로서 나의 종교생활의 기틀을 착실하게 잡아주었다.

교회에서 하는 것은 무엇이든 열심히 했던 것 같다. 주일성수는 물론이고, 그 힘들다는 여름성경학교 개근도 여러번 하였다. 헌금을 빼먹은 적도 없다. 말 그대로 ‘머리’가 되기 위해 가열찬 열심으로 최선을 다했던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하는 것이 하나님께서 기뻐하시는 것이라 여겼다.

내가 ‘꼬리’가 되어 절망하고 있을 때에도, 열심을 내지 못해 죄책감에 빠져있을 때에도, 하나님께서 변함 없이 나를 사랑하시며 변변치 않은 나의 생을 통해서도 영광 받으시기 충분하다는 것을 깨달은 것은 아주 오랜 시간이 지난 후였다.

탁월함과 성공을 부추기는 종교심은 인간의 본성과 코드가 잘 맞아 떨어진다. 흔히 ‘고지론’이라고 말하는 인본주의적 메시지가 그것이다.

예수 믿는 사람이 세상 속에서 으뜸이 되고 탁월해져서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고, 하나님 나라를 확장시켜 나간다는 논리는 언뜻 맞는 말 같지만 사실 복음의 본질과는 영 거리가 멀다. 고지론에 빗대어 보면 예수님이나 사도 바울은 완벽한 실패자일 뿐이다.

하나님은 우리의 부족함과 연약함, 변변치 않은 모습을 가지고도 충분히 일하신다.우리가 살아가는 오늘이 별볼일 없고 머리는 커녕 꼬리가 되어 늘 이리치이고 저리치이는 것 같을지라도 말이다. 그것이 바로 십자가의 역설이며 복음의 능력이다.

십자가의 역설
복음의 능력


예수 그리스도께서 실패와 무능의 상징처럼 볼 수 있는 십자가에 못 박히신 것을 기억하자. 하나님께서는 자기의 연약과 좌절, 죄인 됨을 고백하며 오직 예수 그리스도 밖에는 자랑할 것이 없는 우리의 생을 기뻐하시고 당신의 강력한 도구로 사용하신다.

“내가 너희 중에서 예수 그리스도와 그가 십자가에 못박히신 것 외에는 아무 것도 알지 아니하기로 작정하였음이라”(고전 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