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로5가 역에 내려 급히 교회로 가던 중이었다. 나의 바쁜 걸음을 멈추게 하는 한 여자가 있었다. 그녀는 금방 울 것 같은 얼굴로 간청했다.

“창원까지 급히 가야 하는데 지갑을 잃어 버렸어요. 차비를 빌려주시면 집에 가서 빌린 돈을 꼭 부쳐드릴게요.”
그녀의 사정이 딱해 보였지만 내 수중에는 단돈 만 원밖에 없었기 때문에 난처해졌다.

“사정은 딱하지만 제 주머니에 여윳돈이 별로 없어서요. 아무래도 창원까지 가는 여비는 안 될 것 같아요.”
그러자 그녀는 줄 수 있는 만큼만 달라고 애원했다. 그래서 나는 가지고 있던 만 원을 그녀에게 주고 교회로 급히 발걸음을 옮겼다.

◈“사기꾼에게 속지 마세요!”
교회에는 나의 믿음의 어머니와도 같은 집사님 두 분이 이미 기도실에 앉아 기도를 하고 계셨다. 나는 교회의 다른 일을 잠시 보다가 기도실에 다시 들어선 순간 아연실색하지 않을 수 없었다. 낯익은 한 여자가 그 집사님들 곁에 앉아 있는 것이 아닌가! 다름 아닌 조금 전 종로5가 역에서 나에게 창원 가는 여비를 보태 달라던 그 여자였다.

나는 집사님에게 눈을 찡긋거리고 손짓 발짓까지 동원해가며 그 여자에게 돈을 주지 말라고 무언의 신호를 보냈다. 그러나‘그녀는 사기꾼’이라는 나의 암시를 알아차리지 못했는지, 나와 눈이 마주치기까지 한 그 집사님은 그녀의 손을 붙잡고 간절히 기도를 시작하는 것이 아닌가!

그녀는 자기를 위해 땀을 비오듯 흘리며 간절히 기도하는 그 집사님의 기도가 언제 끝나나 하는 표정으로 찌푸리며 앉아 있었다. 땀과 눈물로 애통하며 기도하시던 집사님은 한 술 더 떠서 이번에는 지갑에서 돈을 꺼내어 그 여자에게 쥐어주었다.

그리고는 “꼭 예수 믿고 구원 받으세요. 하나님은 당신을 무조건 사랑하신다오. 다음에 또 오구려!”하고 당부하며 극진히 배웅했다. 나는 어처구니가 없었다. 그래서 생글생글 웃고 있는 그 집사님에게 책망하듯 말했다.
“집사님도 참…… 그녀의 말은 다 거짓말이라니까요! 조금 전에 제가 종로5가 역에서 저 여자를 만났어요.
창원에 가야 하는데 지갑을 잃어 버렸다고 제게 고속버스 여비를 구걸했단 말이에요. 집사님은 사기꾼에게 감쪽같이 속은 거예요. 그런 사기꾼에게 돈은 또 왜 그렇게 많이 주세요?”

그리고 그녀에게 속아 우리들의 순수한 마음이 농락당하고 배신당한 것을 생각하니 분하고 억울해서 그녀를 다시 데려와 따끔하게 혼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이때 나이 지긋하신 이 집사님이 아직도 눈물이 그대로 맺힌 채로 대답했다.

“알아! 나도 잘 알고 있어! 그녀가 거짓말 하고 있다는 것을 나도 알고 있었어. 나도 아까 종로5가 역에서 저 여자에게 차비를 주고 왔거든.
그녀가 차비를 요구할 때 주고 오면서 왠지 마음속으로 석연치 않았어. 돈만 주고 올 것이 아니라 예수님을 만나게 해 주어야 할 텐데 하며 안타까웠던 거야. 그랬는데 그녀가 종로5가 역에서 제 발로 우리 교회 안으로 들어온 거야. 만약 내가 종로5가 역에서의 차비 얘기를 꺼냈다면 그녀는 예수님을 전도 받기도 전에 달아날 수밖에 없잖아.

속은 것이 아니고 속아주는 거야. 어떤 동기로 교회에 왔든지, 교회에 온 사람은 예수 믿게 하려고 성령님이 보내주심이야. 그녀가 가장 불쌍한 영혼이지. 자기의 죄를 알지도 못하니 얼마나 불쌍해. 하나님이 그녀를 참 많이 사랑하시나봐. 그녀가 꼭 예수님 믿어서 구원 받게 해달라고 주님께 다시 강청해 볼 참이야.”

그때 나는 부끄러움과 민망함으로 얼굴을 들 수가 없었다. 그 집사님은 예배실에 무릎을 꿇고 앉아 자신이 오히려 중한 죄인인 양 그녀를 대신해 가슴을 치며 회개하고 간구하는 것이었다.

◈ 사랑의 보자기에 얼굴을 파묻고
그 집사님은 그 후에도 그녀의 이런 저런 핑계와 거짓말을 다 알면서도 속아 넘어가 주었다. 그녀가 올 때마다 변함없이 지갑을 열고 돈을 주었고 “다음에 또 오구려” 하면서 융숭히 대접하였다.

그녀는 그 집사님의 용서와 사랑에 일곱 번을 못 넘기고 어느 날 거대한 사랑의 보자기에 얼굴을 파묻고 통곡하며 회개하였다. 그녀는 자원하여 우리 교회에서 식당일, 청소, 궂은일을 도맡아 봉사하였다. 그 후에 신학을 공부해서 지금은 중국 전역을 선교하는 선교사가 되었다.

사랑은 그 사람의 약점을
그 사람의 가장 좋은 장점이 되도록
도와주는 것.
똑똑히 헤아려 따지는 것보다 알면서
속아주는 것.
손해보면서도 얼마든지 양보하는 것.
이길 수 있는데 져주는 것.

나의 유익보다 하나님께
유익한 것을 선택하는 것.
남의 유익을 위해 나의 유익을 버리는 것.
따지기 전에, 비판하기 전에 실수도,
허물도 덮어주는 것.
이 세상 허다한 허물과 죄를
덮어줄 수 있는 거대한 보자기!

유정옥 서울역 노숙인을 섬기는 소중한 사람들 회장, 인천 인일여고와 총신대학신학대학원을 졸업했다.www.sojoonghan.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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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갓피플 기도'는 우리들의 일상에서 하나님께 올려드리는 모든 기도를 나눕니다. 나의 골방에서 때론 공동체와 함께, 어떻게 기도할까? 고민될 때, 지친 마음이 위로를 얻고, 감사와 기쁨이 회복되며, 일상에 도전으로 이어지는, 하나님과 매일 쌓아가는 듣고 받고 하는 기도를 나누길 원합니다. ‘기도할 수 있는데 왜 걱정하십니까?’ 우리 함께 기도해요!


기도할 때 듣는 '갓피플기도음악'은 다양한 상황과 관계가 혼재되어 있는 우리들 일상의 흐름 속에서 임재를 구하며 드린 기도음악연주입니다. 그렇게 여느 누구와도 같이 매일의 일상을 살고 있는 갓피플 동료와 가족들이 기도시간에 연주했습니다. 교회의 기도시간에 반주자가 없을때, 집에서 홀로 기도하실 때, 산책하며 주님께 마음을 드릴 때 저희들의 기도연주가 도움이 될 수 있기를 기도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