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간에서의 하루는 어떻게 지나가는지 모른다. 불어대는 먼지바람에 눈을 뜨기가 어렵고,
문제를 가지고 찾아오는 수많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만으로도 버겁다. 게다가 하루도 그냥 지나가는 법 없이 터지는 사건과 사고를 보며 아침에 방문을 나설 때마다 잠깐씩 서성이게 된다.

‘오늘의 일과를 무사히 마치고 이 방으로 다시 돌아와 하루를 정리할 수 있을까?’장담할 수 없는 일이다. 이곳이 내가 있어야 할 자리라고 믿기에 마음을 굳게 하고 방문을 나서면서도 한편으로는 언제 이 땅에서 나갈 수 있을지를 생각하는 나는 참 연약한 사람이다.

오랫동안 사역하시던 분이 떠나기 전에 이런 말씀을 하셨다.“여기서는 사는 게 아니라 버티는 거야.”

그나마 몇 안 되던 선교사 가정들도 하나둘씩 떠나 마음 편히 연락할 곳조차 없어졌다. 광활한 광야에 서 있는 느낌이 들고, 버틸 힘을 점점 잃어갔다. 마음을 다잡으려 예전 일기장을 펼쳐 보았다.

책상 앞에는 몇 장의 사진이 붙어 있습니다. 사랑하는 아내와 두 아이가 웃고 있는 사진입니다. 못 본 사이에 아이들이 많이 컸습니다. 이 사진들을 보고 있노라면, 나도 모르는 새 선교사가 아니라 아빠가 되어버립니다. 그리고 마음속에서 들리는 미세한 아이들의 소리가 나를 흔들어놓습니다.

얼마 전 한국에 있는 아내에게 전화를 했습니다. 이런저런 얘기를 하던 아내가 그날 아침에 딸아이가 한 말을 전해주었습니다.“나 선교원 안 갈래, 선교사 갈래!”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뜬금없이 이렇게 말하는 딸아이에게 아내가 다시 물었답니다.

“우리 딸, 선교원 안가고 선교사 갈 거야?”“어, 난 선교사 갈 거야!”

네 살짜리 아이가 선교사가 뭔지 알겠습니까?‘선교사 간다’는 말은 아빠한테 간다는 말이었습니다.

나는 아이에게 아빠로 불리기보다는 선교사로 이해되고 있습니다. 선교사가 뭔지도 모르면서 선교사에게 가겠다는 아이의 말은 아빠에 대한 그리움이겠지요.

만일 내 아이가 선교사가 뭔지 알 만큼 자라서도 선교사로 가겠다고 한다면, 하루가 너무 길어 내일이 오지 않을 것 같은 곳으로 가라고 하겠습니다. 아빠에 대한 그리움이 아닌 주님에 대한 그리움으로 가득한 곳, 아무도 모르지만 주님과 함께할 수 있는 곳으로 말입니다.

가난과 전쟁에 파묻힌 사람들, 가난과 전쟁에 파묻힌 땅, 나는 지금 여기에 있습니다.

이곳은 아직도 춥고 어두운 밤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언젠가 따뜻한 봄이 오겠지 하는 기대와 소망도 이제는 서서히 땅 속에 묻히는 것 같습니다. 걸어도 걸어도 끝이 보이지 않는 이 길 끝에는 도대체 무엇이 기다리고 있을까요?

내 세대에 볼 수 없다면 다음 세대에는 그 끝을 볼 수 있을까요? 좀 쉬었다 가고 싶은데 쉴 만한 곳이 없네요. 아니, 쉴 만한 여유가 없습니다.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치열한 전쟁터에서 식량도 탄약도 떨어져 가는데 나를 최전방으로 보낸 후방의 지원은 언제나 올까요?

우리는 소망을 말할 때 주님을 말합니다. 이 땅의 마지막 소망은 주님입니다. 주님을 제외하고는 이 땅의 내일을 볼 수가 없습니다. 내가 믿음으로 이 땅의 내일을 주님 안에서 보고 있다면
이 땅은 내가 있어야 할 땅입니다.

하루하루를 두려움으로 살아가는 사람들 틈에서 주님만이 해결책이심을 믿음으로 붙들고자 애쓴다. 다른 땅에는 다 계시지만 이곳만큼은 안 계시는 것 같은 주님의 이름을 오늘도 애타게 불러본다.

내가 믿음으로 이 땅의 내일을 주님 안에서 보고 있다면, 이 땅은 내가 있어야 할 땅이다. 열방엔 아직도‘사랑이 두려움을 이긴다’는 진리를 믿는 사람들이 가야 할 곳이 많다. 여기는 최전방이다.

† 말씀
내 계명은 곧 내가 너희를 사랑한 것 같이 너희도 서로 사랑하라 하는 이것이니라 사람이 친구를 위하여 자기 목숨을 버리면 이보다 더 큰 사랑이 없나니 너희는 내가 명하는 대로 행하면 곧 나의 친구라 – 요한복음 15장 12~14절

내가 진실로 진실로 너희에게 이르노니 한 알의 밀이 땅에 떨어져 죽지 아니하면 한 알 그대로 있고 죽으면 많은 열매를 맺느니라 자기의 생명을 사랑하는 자는 잃어버릴 것이요 이 세상에서 자기의 생명을 미워하는 자는 영생하도록 보전하리라 사람이 나를 섬기려면 나를 따르라 나 있는 곳에 나를 섬기는 자도 거기 있으리니 사람이 나를 섬기면 내 아버지께서 그를 귀히 여기시리라 – 요한복음 12장 24~26절

† 기도
주님, 주님의 심장을 가지고 복음을 전하는 이들이 기억하시고 마르지 않는 충만한 영을 부어주옵소서. 참된 소망되신 주님의 역사가 이 땅 곳곳에 이루어지길 소원합니다.

† 적용과 결단
당신이 있어야할 최전방은 어디입니까? 진리를 위해 당신이 있어야 할 땅이 어딘지 돌아보며 애타게 부르시는 주님의 음성에 응답해보세요.



기도할 때 듣는 '갓피플기도음악'은 다양한 상황과 관계가 혼재되어 있는 우리들 일상의 흐름 속에서 임재를 구하며 드린 기도음악연주입니다. 그렇게 여느 누구와도 같이 매일의 일상을 살고 있는 갓피플 동료와 가족들이 기도시간에 연주했습니다. 교회의 기도시간에 반주자가 없을때, 집에서 홀로 기도하실 때, 산책하며 주님께 마음을 드릴 때 저희들의 기도연주가 도움이 될 수 있기를 기도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