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몰스텝 #04] 행복은 ‘강도’보다 ‘빈도’로 결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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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스몰 스텝을 시작한 방식은 정말 간단하다. 처음에는 자주 쓰는 노트 뒤 페이지에 손으로 선을 그어 간단한 플래너를 만들었다. 가로에는 일주일에 해당하는 일곱 칸을, 세로에는 스몰 스텝 항목들을 적었다. 그리고 매일 실천하는 스몰 스텝들에 표시를 하기 시작했다.

몇 가지 원칙은 있었다. 첫째, 실천한 일에만 표시를 할 것. 둘째, 실행하지 못해도 X 표시 하지 말 것. 셋째, 일주일 이상 실천하지 않은 항목은 과감히 삭제할 것.

작은 실천과 성취를 통해 살아갈 힘을 얻자는 취지인 만큼 좌절감을 느낄 X 표시는 굳이 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 일주일 이상 실천을 못한다면 그건 노력이 부족해서라기보다는 애초에 나와 맞지 않는 스몰 스텝이라고 생각했다. 일주일도 지속하지 못할 항목이라면 애를 써도 지속하기 힘들 거라고 판단한 것이다.

그렇게 십여 개의 항목을 만들고 매일 체크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 항목은 매주 조금씩 늘어났다. 영어 단어 외우기는 회화와 한글맞춤법, 일어 공부로 이어졌고 팟캐스트 청취 목록도 하나둘씩 늘어갔다. 독서는 단편소설과 시 읽기로 확장되었고, 다큐 보기는 TED 동영상처럼 간단하게 볼 수 있는 강연 동영상 시청으로 자연스럽게 연결되었다.

항목이 늘어나자 양식 하나를 만들어 프린트를 했다. 지금도 매일 활용하고 있는 스몰 스텝 플래너는 바로 이런 과정을 통해 탄생했다. A4 한 장에 2주간의 스몰 스텝을 기록할 수 있는 스몰 스텝 플래너는 이제 50여 장에 이른다. 3년 여간의 실천이 고스란히 기록되고 있는 셈이다.

스몰 스텝, 쉽고 즐거운 습관

나는 스몰 스텝 플래너를 매일 가지고 다닌다. 짬이 날 때마다 플래너를 펼쳐 당장 할 수 있는 항목을 확인하고 그 자리에서 스몰 스텝을 실천한다. 신기한 건 이 일이 즐겁다는 것이다. 누군가의 눈에는 강박처럼 보일 수도 있겠지만 나는 이 일이 정말로 재미있다. 일명뽁뽁이를 터뜨릴 때의 쾌감과 비슷하다.

플래너를 보고 있으면 아직 실천하지 못한 스몰 스텝 항목에 체크하고 싶은 묘한 승부욕에 사로잡히곤 한다. 지하철에서 영어 단어 5개를 외우고 일을 하다가도 단축키 하나를 외운다. 그리고 플래너에 표시를 한다. 체크 표시가 늘어날 때마다 출처를 알 수 없는 성취감을 느낀다. 거의 모든 칸을 채운 날은 그날 하루를 잘 살아낸 뿌듯함이 인다.

공감이 안 돼 고개를 갸우뚱하실 분이 있을지 모르겠다. 그게 뭐 그렇게 대단한 거냐고 의문을 품으실 분도 당연히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이런 과정을 반복하면서 그날 하루를 살아갈 새 힘을 얻는다. 대단히 많은 노력과 시간을 들인 것도 아닌데 실제로 매일 의욕과 힘을 얻는다.

사람의 뇌는 복잡한 것 같지만 의외로 단순한 면이 있다. 누군가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땄다고 생각해보자. 아마 상상도 할 수 없이 기쁠 것이다. 하지만 그 기쁨은 그리 오래가지 못한다. 일주일쯤 지나면 스스로가 느끼는 흥분도, 주변의 칭찬과 반응도 첫날만큼 대단하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더 놀라운 사실이 있다. 사람의 뇌가 기쁨의 크기를 그리 디테일하게 분간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약속 시간 10분 전 도착이라는 스몰 스텝이 있다. 혼자 일하는 데다 외근과 미팅이 잦은 내게 매우 중요한 스몰 스텝이다. 클라이언트나 회사와의 신뢰관계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하지만 약속 시간 10분 전에 도착한 후 플래너에 표시를 할 때 느끼는 만족감은 상대적으로 아주 작다.

그런데 재밌는 건 스몰 스텝을 통해 이 작은 성취가 거의 매일 반복된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런 작은 만족감과 올림픽 메달을 딸 때의 큰 성취감을 뇌가 잘 구분하지 못한다. 그래서 많은 이들이 이렇게 이야기하는 게 어떨까. 행복은강도보다는빈도 결정된다고.

나를 향한 기대감이 생기려면

3년간의 스몰 스텝 기록을 매일 가지고 다니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나는 지난 3년간 나와의 약속을 성실하게 지키려고 노력했다. 그리고 그 증거가 스몰 스텝 플래너에 고스란히 기록되어 있다.

이 플래너를 볼 때마다 나 자신을 신뢰할 수 있게 되고 앞으로의 약속도 잘 지켜나갈 수 있을 거란 기대를 하게 된다. 대부분 고작 10분이면 할 수 있는 항목들이다. 그런데 이런 실천이 3년간 매일 반복되니 자전거 타기처럼 몸에 익었다.

실천은 쉬워지고 만족감은 커졌다. 다른 일을 할 수 있는 의욕과 용기도 생겼다. 그래서 매일 이 플래너를 들고 다닌다. 그리고 기회가 있을 때마다 스몰 스텝을 전도(!)한다. 백번 말로 설명하기보다 플래너를 보여주면 많은 이들이 고개를 끄덕인다. 이것이 3년 넘게 실천해온 작은 반복의 힘이다.

스몰 스텝 플래너는 내가 일어나는 시간과 잠자리에 드는 , 내가 좋아하는 것들과 도전의 기록들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체크 란이 휑하게 비어 있는 주를 볼 때면 그 이유를 곰곰이 생각해본다하루 10분의 실천이 힘들 만큼 바빴던 이유는 무엇일까. 그리고 이 항목들을 체크 표시들로 빼곡히 채우겠다는 다짐을 거듭하곤 한다.

어차피, 살아간다는 것은 매일의 소소한 일들 에 최선을 다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느끼는 만족과 성취감이 내가살아있음을 말해주고 보여주는 증거가 된다.

글 = 박요철
7년간 브랜드 전문지의 에디터로 살다가 지금은 작지만 경쟁력 있는 회사들을 돕는 브랜드 컨설턴트로 일하고 있다. 지극히 평범한 40대로 살던 어느 날, ‘남다른 삶’에 대한 고민이 시작됐다. 1년에 100권씩 자기계발서를 섭렵하고 부와 성공을 위해 밤낮으로 애썼지만 돌아오는 건 좌절과 실패감뿐이었다. 우리에게 주어진 위기와 기회 모두는 하나님의 설계 안에 있다고 생각하고 다른 사람이 재단하고 휘두르는 삶이 아닌 내가 원하는 가장 나다운 삶을 살고 싶었다. 그래서 시작한 것이 스몰 스텝이다. 남들이 열광하는 것이 아닌 내가 좋아하는 것을 찾고 싶었다. 그것을 찾기 위해서는 거창한 계획이나 또 다른 자기계발이 아닌 작지만 쉽게 성취감을 느낄 수 있는 뭔가가 필요했다. 그래서 3년 동안 매일 스몰 스텝을 실천했다. 그리고 가장 나다운 삶과 하루하루를 살아갈 힘을 되찾았다. 지금은 스몰 스텝이 연결해준 가장 나다운 일인 글과 강의를 통해 삶의 비밀을 꾸준히 공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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