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몰 스텝 #12] 누구에게나 최고의 시간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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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저녁, 그날따라 평소 보다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기분 좋게 일어나 시계를 보니 아직 날이 밝으려면 한참이나 남은 새벽 시간이었다. 사방이 고요하고 고즈넉했다. 서재로 가서 스탠드를 켰다. 온 세상에 나만 존재하는 것 같은 착각에 마음이 한없이 차분해졌다.

나도 모르게 그 전날 쓰다 만 글을 다시 열었다. 그리고 그날 아침 온 가족이 깨어날 때까지 며칠 걸릴 분량의 글을 모두 써냈다. 생각이 명료 해진 탓에 글 역시 선명했다. 매끄럽게 읽히는 글을 읽으며 한 가지 깨달음을 얻었다. 때로는 나의 준비와 실력 부족이 아니라, 주변의 소음과 방해로부터 온전히 독립할 수 있는 시간과 공간의 부족이 큰 문제였다는 것을.

물론 몰입이 가능한 시간과 장소를 찾는 건 어려운 일이다. 때로는 악조건 속에서 일을 해내는 것이 프로다. 하지만 진짜 일 잘하는 사람들은 자신이 어떤 시간과 공간, 조건 속에서 최고의 퍼포먼스를 내는지 알고 있고 그것을 위한 자신만의 좋은 성과를 습관이나 의식, 이른바 ‘리추얼’을 가지고 있었다.

시인 윤동주는 매일 저녁 신촌에서 서강까지 천천히 산책을 했고, 슈바이처는 누구에게도 방해받지 않는 저녁 한 시간을 구별해놓았다고 한다.

무라카미 하루키가 매일 달리기를 한 후 연두부로 저녁 식사를 대신한다는 것은 많이 알려진 리추얼이다. 수없이 많은 천재 예술가들의 습관을 모은 단행본(리추얼, 메이슨 커리)이 출간될 정도로 이런 이야기는 넘쳐난다.

운동선수들 역시 최고의 결과를 만들어내기 위해 매일 치르는 자신만의 의식들이 있다. 이 모두가 최고의 퍼포먼스를 만들어내기 위한 자신만의 스몰 스텝들이다. 이해하거나 설명할 길이 없는 괴짜스러운 것이라 해도 말이다.

새로운 생각이나 아이디어가 필요할 때면 찾는 ‘달달한 작당’, 세상의 모든 그림책만 모아 놓은 곳이다.

나를 있는 그대로 이해한다는 것

스몰 스텝은 자신을 알아가기 위한 일종의 테스트다. 자신만의 취향과 개성을 확인해가는 훌륭한 도구인 셈이다. 그리고 어느 누군가에겐 최고의 방법이 자신에게는 최악의 결과를 만들어낼 수도 있음을 깨닫는 경험의 과정이기도 하다.

나는 타인보다 민감한 사람이다. 지하철과 버스에서 음악이 크게 들리거나 불쾌한 신체 접촉이 있으면 견디지 못하고 말하거나 그 자리를 피할 만큼 까칠한 사람이다. 그러나 스몰 스텝을 하면서 그 행동의 잘잘못을 떠나 나 자신을 새롭게 보게 되었다.

오감이 민감하다는 것은 사회생활에 불편함을 야기하는 약점이 되기도 하지만 글을 쓸 때는 특별한 장점이 된다. 다른 사람이 미처 깨닫지 못하는 부분을 인지하는 것만으로 인사이트를 얻을 수도 있고, 그 예민함이 문장에 담겨 디테일한 표현을 가능케 하기도 한다. 세밀한 관찰이 구체적인 묘사로 구현돼 나만의 스타일을 만들어낼 수도 있음을 깨닫게 된 것이다.

그러니 새벽에 일어나 일을 하는 것이 내게는 아주 ‘생산적’일 수 있다. 아침형 인간과 올빼미형 인간들은 저마다 자신의 라이프 스타일을 합리화하고 책이나 강연으로 강요하곤 한다. 그러나 둘 다 맞기도 하고 둘 다 틀리기도 하다.

내가 가장 행복하게 일할 수 있는 시간과 장소는 따로 있다. 그것이 어느 때이고 어느 장소인지 정할 수 있는 사람은 바로 나 자신뿐이다.

산책은 일상에서 쉼과 회복을 주는 소중한 시간이다. 그리고 아주 가끔은 찰나의 멋지고 행복한 순간을 만나기도 한다.

누군가는 여유롭게 욕심 없는 삶을 사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만족한다. 그러나 누군가는 치열하게 자신의 한계를 돌파하는 데서 삶의 의미와 이유를 찾기도 한다. 북유럽의 여유롭고 평등한 삶이 싫어 다른 나라로 탈출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고 들었다.

반대로 누군가는 우리나라의 치열한 경쟁이 싫어서 좀 더 여유로운 나라로 떠나기도 한다. 그런 이야기를 들을 때 우리는 자신에게 맞는 삶이 무엇인지도 모른 채 부러워하거나 비난하거나 무시할 때가 많다.

내 삶에 대한 예의

자신에게 맞는 삶은 다 다르다. 그것을 찾아 그에 맞는 삶을 사는 것은 내 삶에 대한 의무이자 하나님에 대한 예의라고 믿는다. 자신의 설계대로 살아가는 모습을 보면 하나님은 얼마나 뿌듯해 하실까? 아울러 내가 행복하면 가족도 행복하고, 주변의 지인도 행복할 수 있음을 체감했기 때문이다.

자신의 스타일대로 일하고 만족할 만한 성과를 만들어내 는 사람들처럼 멋있는 사람들이 또 있을까? 그런 사람들을 만날 때마다 내 몸의 세포들이 들불처럼 일어나 뛰어다니는 듯하다.

스몰 스텝은 매일 가장 좋은 삶이 어떤 것인지를 퍼즐 조각처럼 조금씩 알려준다. 나는 글을 읽고 쓰는 시간이 힘들면서도 가장 행복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남들이 어렵게 말하는 내용들을 말과 글로 쉽게 전달하는 것이 가장 ‘나다운’ 것임을 잘 알고 있다.

나는 ‘지적 호기심’이라는 안테나를 세우고 다양한 소재와 이슈를 찾아다니는 것에서 큰 기쁨을 느낀다. 그것을 ‘브랜드’와 ‘글쓰기’라는 일로 연결했을 때 나만의 경쟁력이 될 수 있음을 마흔이 넘어서야 깨달았다.

지인의 소개로 알게 된 대전의 골목 깊숙한 곳에 위치한 서점, 나는 이런 서점에서 가장 큰 회복의 힘을 얻는다.

나의 예민함이 그 일들을 해나가는 과정에서 장점이 될 수 있음도 깨달았다. 그리고 알게 되었다. 마흔 넘어 그 사실들을 알게 된 것이 결코 늦지 않은 것임을. 하지만 서른 전에, 스무 살 무렵에 이것을 알았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생각을 아주 가끔 한다.

더 많은 사람들이 스몰 스텝 을 통해 자신을 조금 더 일찍 알 수 있기를 바란다. 만약 그럴 수 만 있다면, 단언할 수 있다. 그것이 삶의 큰 축복이 된다는 것을.

 

글 = 박요철
7년간 브랜드 전문지의 에디터로 살다가 지금은 작지만 경쟁력 있는 회사들을 돕는 브랜드 컨설턴트로 일하고 있다. 지극히 평범한 40대로 살던 어느 날, ‘남다른 삶’에 대한 고민이 시작됐다. 1년에 100권씩 자기계발서를 섭렵하고 부와 성공을 위해 밤낮으로 애썼지만 돌아오는 건 좌절과 실패감뿐이었다. 우리에게 주어진 위기와 기회 모두는 하나님의 설계 안에 있다고 생각하고 다른 사람이 재단하고 휘두르는 삶이 아닌 내가 원하는 가장 나다운 삶을 살고 싶었다. 그래서 시작한 것이 스몰 스텝이다. 남들이 열광하는 것이 아닌 내가 좋아하는 것을 찾고 싶었다. 그것을 찾기 위해서는 거창한 계획이나 또 다른 자기계발이 아닌 작지만 쉽게 성취감을 느낄 수 있는 뭔가가 필요했다. 그래서 3년 동안 매일 스몰 스텝을 실천했다. 그리고 가장 나다운 삶과 하루하루를 살아갈 힘을 되찾았다. 지금은 스몰 스텝이 연결해준 가장 나다운 일인 글과 강의를 통해 삶의 비밀을 꾸준히 공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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