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노인팅 찬양과 묵상 #05] 시온의 영광이 빛나는 아침(Anointing 찬송가2집) by 전은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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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배인도자로서 예배곡을 선곡하다 보면, 종종 ‘이 곡은 이런 곡이야’라는 내가 정의 내린 박스 속에 갇혀서 사실상 그 곡이 지닌 참 의미를 발견하지 못할 때가 많이 있습니다.

“율동할 때 부르는 노래” “어른들이 많으실 때 부르는 노래” “수련회 아침 예배 때 부를 법한 노래” 등등으로 말이지요. 그러나 다시 한 번 노랫말 속으로 깊이 들어가, 원래 화자가 말하려는 세계를 이해하게 되면 훨씬 풍성하며, 어쩌면 전혀 다른 세계가 열리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제게 그러한 경험을 선물해준 곡 중 가장 인상적인 노래가 바로 찬송가 “시온의 영광이 빛나는 아침”입니다. 이 곡은 “송구영신 예배 시간에 부르는 노래”로 오래 제 마음에 인식되어 왔었습니다. 그러나 이 노랫말이 다르게 보이게 된 것은 세월호 사고 이후로 꽤나 마음이 혼란스러울 때였습니다.

이러한 혼란 속에서 예배하는 우리들은 어떤 노래들을 부를 수 있을는지. 아무런 답이 보이지 않아 답답한 마음뿐이었습니다. 분명 이해할 수 없는 인생의 순간에도 소망되시는 주님이 실존하신다는 것을 믿기에, 오늘도 우리는 여전히 주님을 예배하는 것을 믿음의 눈으로 선택하였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도무지 해결되지 않는 의문과 질문들이 우리 마음속에 차오르고, 이 상황에도 아무렇지 않게 희망만을 노래하는 것은 꼭 진심이 없는 껍데기가 되는 것 같아 개운치가 않았습니다.

그때에 처음 생각난 곡이 바로 이 찬송가였습니다.

시온의 영광이 빛나는 아침

어둡던 이 땅이 밝아오네

슬픔과 애통이 기쁨이 되니

시온의 영광이 비쳐오네

 

시온의 영광이 빛나는 아침

매였던 종들이 돌아오네

오래전 선지자 꿈꾸던 복을

만민이 다 같이 누리겠네

 

보아라 광야에 화초가 피고

말랐던 시냇물 흘러오네

이 산과 저 산이 마주쳐 울려

주 예수 은총을 찬송하네

 

땅들아 바다야 많은 섬들아

찬양을 주님께 드리어라

싸움과 죄악이 가득한 땅에

찬송이 하늘에 사무치네 아멘

이 곡은 예언자들이 선포하던, 돌아올 이스라엘, 회복될 예루살렘을 연상시킵니다. 무너져 내린 예루살렘 교회와 포로로 잡혀가 무너져버린 백성의 절망 중에 시인은 깊은 슬픔과 애통함 속에서 회복될 시온의 영광을 바라봅니다.

소망이 없는 어두운 땅에 서서, 찬란하게 비추실 주님의 빛을 기대합니다. 주께서 약속해 주신 그날에는 매였던 종들이 돌아오며, 하나님께서 약속하신 참된 회복의 이야기가 참으로 실현될 것입니다. 비록, 지금은 꿈과 같은 이야기로 들리겠지만요.

여전히 소망을 바라지만, 애통한 이 상황 속에서 4절의 가사는 다음과 같이 이어집니다. “싸움과 죄악이 참혹한 땅에 찬송이 하늘에 사무치네!” 여전히 주님을 신뢰하기에 오늘도 주님 앞에서 그 주신 꿈을, 소망을 노래하지만, 화자는 그 고통을 모르는 척하거나, 없다는 듯이 무시하지 않고 직면합니다.

“싸움과 죄악이 가득한 땅” 비록 그것이 오늘일지라도 주를 향한 찬송이 하늘까지 가득하기를, 결국에 회복된 만물이 -땅들과 바다와 많은 섬들이 – 다시 주를 노래하기를 기도하며 주 앞에 절규하고, 온 땅을 향해 선포합니다.

그래서였을까요? 어느 날부터인가 이 곡으로 예배하게 되는 날은 제 마음이 주 앞에서 많이 무겁고 아픈 순간들이 된 것 같습니다. 말 그대로 “송구영신(送舊迎新)”, 낡은 것을 보내고 새것을 다시 마주하기 원하는 마음이 더 깊어지는 순간들 말입니다.

싸움과 죄악이 가득 차버린 낡은 시절을 떠나보내고, 영원히 다스리실 회복된 주님의 다스리심을 기대하는 소망이 이 어두움과 같은 현실 속에서 구체화됩니다. 그날에 우리는 전능하신 하나님과 친히 성전이 되신 영광스러우신 예수 그리스도로 인하여 그 어떤 빛도 필요 없을 것을 믿습니다.

그리고 그 참된 영광을 가까이 보며, 주께서 약속하신 새 하늘과 새 땅에서 살게 될 것입니다. 그 찬란한 빛, 부인할 수 없는 실존하는 주의 영광으로 인하여 모든 나라들이 주님께 영광을 돌릴 것입니다. 이 진리가 오늘도 우리를 노래하게 합니다. 우리는 고통 중에도 노래합니다.

이 삶의 괴로움들이 우리의 모든 시선을 사로잡아, ‘하나님이 어디 계시냐?’ 질문하는 것만 같은 상황 속에서, “보아라, 메마른 광야에도 화초가 피듯이, 가물어 비틀어진 그곳에 물이 흐르듯이 주의 나라는 이루어질 것이다! 주의 통치는 여전하다!”라고 노래하는 것. 그 믿음으로 깊은 어두움 속에서 참된 빛이신 주님을 시인하는 것. 이것이 그리스도인의 노래의 핵심 아닐까요. 우리 소망을, 소망되신 주님을 노래합시다.

“성 안에서 내가 성전을 보지 못하였으니 이는 주 하나님 곧 전능하신 이와 및 어린 양이 그 성전이심이라 그 성은 해나 달의 비침이 쓸 데 없으니 이는 하나님의 영광이 비치고 어린 양이 그 등불이 되심이라만국이 그 빛 가운데로 다니고 땅의 왕들이 자기 영광을 가지고 그리로 들어가리라” (계시록 21:22-24)

글 : 전은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