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상학의 말과 말씀] 창(槍) 피(避)한 다윗이 창피(猖披)하지 않은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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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 ‘부끄러움’에 해당하는 한자어 ‘창피(猖披)’라는 단어는 ‘망신’, ‘수모’ 등과 함께 체면이 깎이는 일이나 아니꼬운 일을 당할 때 쓰는 말이다.

이 말의 어원은 의외로 ‘옷’과 관련되어 있다. 창(猖)은 원래 ‘미쳐 날뛰다’라는 뜻이고, 피(披)는 ‘풀어헤치다’는 뜻을 갖고 있는데, 이 말을 최초로 쓴 사람은 중국 전국시대(戰國時代)의 가장 유명한 시인 ‘굴원(屈原)’이다.

그가 쓴 서사시 ‘이소경(離騷經)’을 보면 “何桀紂之猖披兮(하걸주지창피혜)” 라는 구절이 나오는데, 그 뜻은 당시 무소불위의 권력을 누리던 하나라의 걸왕(桀王)과 은나라의 주왕(紂王)이 나라가 망하는 순간에 옷을 막 풀어 헤치고 품위와 체통을 잃고 당황하는 모습을 표현한 것이다. 그 후 ‘창피’라는 단어는 일반적으로 부끄럽고 수치스러운 일이 있을 때마다 널리 쓰이게 되었다.

왕이 춤을 춘다. 그것도 온 힘을 다해서 말이다. 이스라엘의 제2대 왕 다윗은 드디어 여호와의 궤가 다윗 성으로 들어오자 온 힘을 다해 춤을 춘다. ‘겉 에봇’을 입기 전인 속 옷 격인 ‘베 에봇’을 입은 채 말이다. 껑충껑충 뛰며 춤을 추고 있는 남편 왕을 창문으로 바라보는 사울의 딸 미갈은 마음속으로 비웃었다.

다윗이 가족을 축복하려고 집에 돌아왔을 때 미갈은 참지 못하고 심중의 말을 쏟아내고 만다. “오늘 이스라엘의 왕이 정말 볼 만하시더군요. 신하의 계집종들 앞에서 몸을 드러내시다니요.” 한 마디로 창피하다는 것이다. 어떻게 한 나라의 왕이 그렇게 체통 없이 춤을 출 수 있냐는 것이다.

다윗은 미갈(Michal)을 향해 일갈(一喝)한다. “나는 하나님 앞에서 그렇게 춤춘 것이오. 그분이 당신 아버지와 당신 집안 대신 나를 선택해 여호와의 백성 이스라엘의 통치자로 세우셨으니 나는 언제든 여호와 앞에서 기뻐 뛸 것이오. 내가 이것보다 더욱 체통 없이 행동해 스스로 낮아져도 당신이 말한 그 계집종들은 나를 우러러볼 것이오.” 다윗은 한 나라의 왕이었지만 온 누리의 왕 앞에서 추는 이 춤을 결코 창피한 행동이 아니라고 강변하고 있다.

그런데 다윗이라고 그의 인생 여정 가운데 창피하지 않은 순간이 한 번이라도 없었겠는가. 자신의 충직한 신하 우리아(Uriah)의 아내 밧세바(Bathsheba)를 성적(性的)으로 범하고 선지자 나단에게 칼날 같은 책망을 들었을 때 그는 죽을 정도로 창피하였을 것이다. 그는 그 민낯의 창피함을 자기기만(自己欺瞞)이나 자포자기(自暴自棄)로 합리화하지 않았다.

시편 51편에 소개 된 다윗의 비록 창피했지만 너무도 정직했던 그 기도는 지금도 회개의 정석으로 전해지고 있다. “하나님, 주의 얼굴을 내 죄에서 가리시고 내 모든 죄악을 지워 주소서. 오 하나님이여, 내 속에 정결한 마음을 창조하소서. 내 안에 정직한 영을 새롭게 하소서. 주 앞에서 나를 쫓아내지 마시고 주의 성령을 내게서 거둬 가지 마소서. 주의 구원의 기쁨을 내게 회복시켜 주시고 주의 자유로운 영으로 나를 붙들어 주소서.”

아마도 다윗은 기억할 것이다. 시기와 질투에 눈이 먼 사울이 자신을 향해 내뱉었던 독설과 만행을 말이다. “다윗을 벽에다 박아 버리겠다.” 악한 영에 사로잡혀 발작이 도진 사울은 집 안을 돌아다니며 소리를 질렀다. 급기야 그는 그런 자신을 위해 하프를 연주하던 다윗을 향해 창(槍)을 던져 버렸다.

그 위기의 순간, 두 번이나 그 날카로운 창으로부터 몸을 피한 다윗은 어떤 생각을 했을까? 사울의 그 거친 창으로부터 몸을 피하게 해 주신 하나님은 일개 양치기 소년 목동 다윗을 택정하여 이스라엘의 차세대 왕으로 기름 부으신 왕이신 하나님이셨다.

블레셋의 대표 장수 골리앗을 물맷돌로 쓰러뜨리게 하신 승리의 하나님이셨다. 요나단과의 뜨거운 우정을 통해 늘 피할 길을 예비해 주신 에벤에셀의 하나님이셨다. 앞으로 맞닥뜨리게 될 숱한 고비와 숨 막히는 역경을 보란 듯이 딛고 일어나게 해주실 그 하나님이 다윗의 주인이고 왕이시라면 그 분 앞에서 춤추지 않는 것이 도리어 이상한 것이 아닐까?

“I will Dance like David~” 지금도 수많은 예배에서 믿음의 세대들이 한자리에 모여 다윗처럼 춤을 출 것이다. 여호와의 법궤를 바라보며 껑충껑충 뛰었던 다윗처럼 말이다. “나의 왕 앞에서 노래하며 춤을 춰~ 아무것도 내 열정 막을 수 없으리~ 나는야 다윗처럼 춤을 출 거야~ 사람들이 비웃어도 나는야 다윗처럼 춤을 출 거야~” 벗겨진 베 에봇의 ‘창피’를 ‘은혜’로 덮어주신 왕이신 하나님을 향해 다윗이 내 놓을 수 있는 것은 ‘열정의 춤(The Dance of Passion)’일 수밖에 없었다.

편견과 아집으로 똘똘 뭉쳐 교회와 하나님을 비웃는 이 세상 앞에 기죽지 말자. 창피하지 말고 다윗처럼 춤을 추자. 당신의 백성이 창피를 당하도록 가만있지 않으실 우리의 왕이 시퍼렇게 살아계시기 때문이다.

“두려워하지 마라! 네가 부끄러움을 당하지 않을 것이다. 기죽지 마라! 네가 ‘창피’를 당하지 않을 것이다.” (이사야 54:4)

 

글 : 곽상학
현직 공립학교 중등교사이면서 청소년 사역자인 저자는 ‘뻔하지 않게, 펀(fun)하게’를 모토로 언제 어디서나 유쾌함을 몰고 다닌다. 다방면에서 활약하는 저자는 진정한 프로(P.R.O.) 사역자이다. 국어, 중국어, 상담, 교육학, 종교학, 진로 등 중등교사 자격증만 6개가 있을 정도로 열정(Passion)의 교사이자, 늘 새로운 것에 도전하고 변화시키는 개혁(Revolution)의 사역자이며, 아이들을 공감하고 소통하기 위해 항상 몸과 마음이 열려 있는(Openness) 네 아이의 아빠이기도 하다. 서울시교육청으로부터 ‘올해의 모범교사’와 ‘수업명인’으로 선정되었으며, 학교폭력예방 우수사례 공모전에서 교육부장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저자는 연세대학교 교육학과, 백석대학교 신학대학원(M. div), 총신대학교 교육대학원(기독교교육 전공)을 졸업했다. 현재 새롬중학교 진로교사이면서 강동온누리교회 파워웨이브 교육목사로 섬기고 있다. 이밖에 유스 코스타(Youth Kosta) 강사, 군부대 사역, 어린이와 청소년 집회 인도자, 부모 교사 세미나 강사 등으로 사역하고 있다. 저서로 《청바지: 청소년을 바라보는 지혜를 입어라!》(두란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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