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따라걷기 #07] 예루살렘과 그 주변 : 십자가의 길 – 구레네 시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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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가다가 시몬이란 구레네 사람을 만나매 그에게 예수의 십자가를 억지로 지워 가게 하였더라 (마 27:32)

디아스포라는 원래 자기가 살던 땅에서 떠나 다른 나라에 흩어진 사람들이 공동체를 이루며 살아가는 것을 말하는데, 디아스포라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이들이 유대인일 겁니다. 오늘날 이스라엘 땅에 사는 유대인들은 그 출신에 따라서 아쉬케나짐( אשכנזים ), 스파라딤( ספרדים ), 미즈라힘( מזרחים )으로 나뉩니다.

중앙 유럽과 동부 유럽의 디아스포라 출신들을 아쉬케나짐, 서부유럽 지역의 디아스포라 출신들을 스파라딤, 그리고 중동 지역에서 살고 있던 사람들을 미즈라힘이라 부르는 거예요. 그중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하는 사람들은 아쉬케나짐들로 이스라엘에 거주하는 유대인 인구의 60퍼센트 정도입니다. 이 서로 다른 유대인들은 단지 출신지만 다른 것이 아니라 율법을 해석하고 이해하는 방법도 조금씩 다릅니다.

많이 다르다고 한다면 많이 다르다고도 할 수 있고요. 그래서 이들은 한 회당에서 섞여서 예배드리지도 않습니다. 각각의 회당이 따로 있어요. 마치 요즈음 한 동네에 감리교회, 성결교회, 장로교회, 침례교회가 각각 있듯이 유대인 동네마다 몇 개의 회당이 있습니다.

간혹 TV에서 아쉬케나짐 랍비와 스파라딤 랍비가 율법 해석을 놓고 벌이는 설전을 볼 수도 있는데, 이와 같은 율법 이해에 대한 견해 차이는 서로 오래 떨어져서 살아왔기 때문에 생겨난 자연스러운 결과일지도 모릅니다.

기원전 3세기부터 예수님 시대에 이르기까지 가장 컸던 유대인 디아스포라는 이집트의 알렉산드리아와
시리아의 안디옥이었습니다. 이들은 단지 규모만 큰 것이 아니라, 디아스포라 가운데서도 유대교의 신학과 성서 해석의 방법을 만드는 중심지였습니다.

이 두 지역 외에도 셀 수없이 많은 디아스포라들이 있는데, 그중에서 기독교인들에게 널리 알려진 지역은 바대, 메데, 엘람, 메소보다미아, 갑바도기아, 본도,브루기아, 밤빌리아, 구레네, 리비아, 로마, 그레데, 아라비아의 디아스포라(행 2:9-11)입니다.

디아스포라에 거주하던 예수님 시대의 사람들이 성전이 있는 유대아(Judea)와 완전히 분리된 것은 아니었습니다. 모든 이스라엘 사람이라면 반드시 지켜야 하는 세 개의 명절(유월절, 칠칠절, 초막절)에 예루살렘을 순례했으니까요. 디아스포라에서 유대인들이 순례를 위해서 예루살렘을 찾으면 제사는 성전 한곳에서 드리지만, 안식일이 되어 회당에 갈 때면 각각의 디아스포라의 회당을 찾아가기 마련입니다.

마치 오늘날 이스라엘에서 아쉬케나짐과 스파라딤, 미즈라힘이 서로 다른 회당을 가듯이 말이지요. 신약성경에서도 사도행전 6장에서 스데반과 논쟁을 벌이던 유대인들을 보면 9절, 구레네인, 알렉산드리아인,길리기아와 아시아에서 온 사람들의 각 회당에서 스데반의 반대자로 일어나 스데반을 몰아세우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디아스포라 중에서 구레네라는 곳은 지금의 리비아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기원전 3-2세기 프톨레미 시대의 기록을 보면, 구레네 지역에는 약 십만 명의 유대인들이 살고 있었다고 하네요. 기원전 1세기 때에는 로마의 속주(屬州) 가운데서 북아프리카 지역의 중심지로 부상합니다. 신약성경의 시몬이 바로 구
레네 사람입니다. 예수님께서 고난의 길(ViaDolorosa)을 걸어가실 때에 로마 병사들이 잡아다가 억지로 십자가를 끌고 가게 한 사람말이지요(마 27:32 ; 막 15:21 ; 눅 23:26).

각각의 성경에서 단 한 절로만 구레네 사람 시몬에 대해 짤막하게 소개하고 있지만, 시몬에 대해서 말하려고 하면 예수 그리스도를 따르는 사람으로서 창피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시몬에 대해서는 거의 알려진 바가 없습니다. 구레네 사람이라고 하지만, 구레네에서 유월절 순례를 위해 예루살렘에 왔었는지, 아니면 그가 태생만 구레네이고 예루살렘 주변이나 유대 땅 어디에선가 살았던 사람인지, 그가 예수님을 따르던 사람들 중에 하나였는지, 아니면 그 고난의 길에서 예수님을 처
음 만난 것인지 성경에는 이렇다 할 단서가 없습니다.

신약성경에서 “구레네 사람 시몬이 누구인가?”에 대해서는 설명하지 않지만, 확실하게 말하는 것은 그가 자발적으로 십자가를 지고 간 것이 아니라 로마 병사들에 의해서 억지로 끌고 갔다는 겁니다.

예수님께서 걸어가신 고난의 길에는 많은 사람들이 나와 있었습니다. 예수님께서 십자가를 지고 통과하셨던 그 길은 십자가만을 위해서 만들어놓은 특별한 길이 아니라 시장통이었거든요. 예수님의 주변에서 예수님을 향해 돌을 던지고 소리치던 많은 사람들 중에는 예수님께서 가시는 곳마다 좇아다니며 예수님의 말씀을 듣고 감동을 받았던 사람, 예수님의 기적을 눈으로 직접 본 사람, 기적의 당사자, 그리고 제자들이 있었을 겁니다.

그런데 예수님께서 십자가를 지시고 골고다 언덕을 향하여 올라갈 때에 그 누구도 채찍질하는 로마 병사들을 말리지 않았고, 예수님께서 쓰러지셨을 때에 어느 누구도 쓰러지신 예수님을 일으켜주는 사람이 없었다는 겁니다.

다섯 번째 장소 : 구레네 사람 시몬이 예수님의 십자가를 함께 지고 골고다 언덕을 향해 올라가기 시작한 곳을 기념하는 곳. 이곳을 기념하는 작은 예배당으로 들어가는 입구의 오른쪽 벽에는 비틀거리시던 예수님께서 손을 짚으셨다고 전해져 내려오는곳이 있다. 순례객들은 예수님의 손과 포개어보기 위해서 이곳에 손을 대고 간다.

그 구경꾼 가운데 구레네 사람 시몬도 있었습니다. 보다 못한 로마 병사는 누군지도모르는 시몬을 붙들어다가 예수님의 십자가를 억지로 함께 지고 가게 하였습니다. 십자가를 메고 가기 싫었고 예수님에 대해서 관심이 없었을지도 모르는 시몬이 알지도 못하는 예수라는 사람의 십자가를 아무런 감동과 슬픔도 없이 마지못해 억지로 끌고 갔다고 흉보지는 마세요.

시몬 외에는 아무도 예수님의 고난의 길을 함께 걸어간 사람이 없었으니 말예요. 불과 며칠 전까지만 해도 “호산나!”를 외치며 열광하던 무리들은 다들 욕설을 퍼붓고 돌을 던지고 예수님의 고난을 재미삼아 구경하고 있었고, 예수님의 제자라는 사람들은 죄다 도망갔는데 억지로라도 예수님의 십자가를 함께 끌고 갔다는 것이 얼마나 장한 일인가요?

기대하지 않았고 예상치도 못했던 단 한번의 만남이었지만 시몬에게는 충격적인 만남이었고, ‘내가 십자가를 함께 져주고 있는이 ‘예수’라는 인물이 누군가?’ 하는 의문과 함께 예수님에 대해서 전혀 모르던 사람이 예수님을 전하는 사람으로 바뀌었습니다.

스데반이 순교한 후에 예수님을 따르던 사람들이 소아시아 지방 여러 곳으로 흩어질 때에 구레네 사람 몇몇이 안디옥에 이르러 복음을 증거한 이야기가 사도행전에 전해지는데, 학자들 중에 일부는 그 구레네 사람들 중에 시몬이 있지 않았는가 추측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행 11:20). 뿐만 아니라, 그의 두 아들 중 하나인 루포는 로마의 초대교회에서 바울과 함께 중요한 일을 하였습니다. 바울은 구레네 사람 시몬의 부인이자 루포의 어머니를 “내 어머니”라고 부를 정도였으니 말이지요.

알렉산더의 뼈 상자 : 고고학자들의 연구 결과, 70년 이전의 것으로 판명되었으며, 뼈 상자의 뚜껑에는 “구레네 사람 알렉산더” 그리고 상자의 옆면에는 “시몬(의 아들) 알렉산더”라고 기록되어 있다. 기드론 골짜기 실완 남쪽에서 히브리대학교 교수 수케닉에 의해서 발굴되었다.

또 다른 아들 알렉산더에 대해서는 성경에 제대로 나와 있지 않지만, 1941년부터 시작된 히브리대학교 고고학 발굴단에 의해서 그가 예루살렘에서 사역했다는 간접적인 증거를 찾아낼 수 있었습니다. 실로암 연못 남쪽에 있는 기드론 골짜기의 오래된 무덤들을 발굴하던 중, “시몬의 아들 알렉산더”라는 1세기의 뼈 상자(Ossuary)가 발견된 것이지요. 그 상자에는 주인인 알렉산더가 구레네 사람( קרנית )이라고 그 출신지까지 명확하게 기록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고고학자들은 이 뼈 상자의 주인이 신약성경에 나오는 구레네 사람 시몬의 아들 알렉산더라고 확인해주었습니다.

유월절 즈음이 되면 유대인들은 이스라엘에서 명절을 보내려고 세계 각지에서 날아옵니다. 엄청난 수의 기독교인들은 그 즈음에예루살렘에서 부활절을 보내려고 세계 각지에서 찾아오지요. 온 예루살렘의 숙박 시설들은 이미 예약이 끝났고 유대인들과 기독교인들은 서로 다른 마음을 가지고 예루살렘성을 채울 겁니다. 그때에 적어도 기독교인들이라면 구레네 사람 시몬도 함께 기억해주었으면 합니다.

시몬을 생각하면서 지금의 내신앙을 부끄럽게 생각하고, 선뜻 십자가를지고 갈 용기가 없다면 억지로라도 지고 가서 예수님을 만나고자 하는 장한 생각을 해주었으면 합니다.

 

글 = 이익상 / 내용 발췌 = 이스라엘 따라걷기
감리교신학대학교 구약학 석사와 히브리대학교 성서학 석사를 거쳐 텔아비브대학교 성서학 박사 과정 중이며 현재 춘천중앙교회 부목사로 있다. 2012년부터 이스라엘 정부의 허가를 받은 비영리 단체인 성서학 연구소 ‘비블리아’의 대표로 활동해왔다. 현재 팟캐스트 비블리아의 운영자로 성경과 하나님을 알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성경을 이해하기 쉽게 설명하며 학문과 신앙으로 다양하게 소통하고 있다. 그는 성경과 관련된 모든 것의 저작권자는 하나님이라는 마음으로 예수님처럼 다른 사람을 복되게 하는 배움과 섬김을 실천하는 학자이며 목회자이다. 성경과 성지에 대한 정확한 지식을 바탕으로 한 애정과 통찰력 있는 가이드로 이스라엘을 찾은 많은 순례자들을 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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