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천 연극심리상담 #14] 그분의 외면을 통해 그분을 인정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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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님을 위해 열심히 일하고 있어요. 그 분을 전하기 위해, 사람들을 돕기 위해 잠시도 쉬지 않고 최선을 다하고 있으니 감사와 기쁨이 흘러 넘쳐야 하잖아요? 그런데 왜 지칠까요? 왜 저도 모르는 사이 불평하고 있을까요?”

모 선교단체에서 일하는 간사님(30세, 여)이 연극치료를 받기 위해 찾아왔습니다.

적은 보수지만 하나님의 일을 한다는 사명감에 힘든 줄 모르고 달려왔는데 어느 날 보니 하나님과 사람들을 향한 불만으로 가득 찬 자신을 발견했다며 점검이 필요한 것 같다하셨지요.

“당신을 닮은 사물을 하나 골라 보세요. 그 사물로 한 번 살아 보겠습니다.”

주희(가명)님은 사과나무를 떠올렸고, 사과나무 역이 되어 즉흥극을 만들었습니다.

“빨리 빨리 자라서 좋은 열매를 많이 맺어야지.” 나무는 햇빛을 받고 양분을 빨아들이며 열심히 성장합니다. 열매가 달리자 사람들은 나무를 칭찬하며 사과를 따갔습니다. 그렇게 일 년, 이 년, 삼 년… 사람들은 고마워하며 사과를 가져갔지만 “작년만 못하잖아.” “좀 더 많이 열리면 좋을 텐데…” “저 쪽 나무 열매가 더 좋은 것 같아.”라며 불평하기도 했습니다.

“지금 기분이 어떠세요?”

“글쎄요. 행복하지 않아요. 사람들의 말에 많이 휘둘리고 있는 것 같아요.”

주희씨는 역할을 바꿔 먼 옛날 사과나무 씨앗을 심어 준 바람이 되었습니다.

“바람이 어떤 마음으로 씨앗을 심었을지 즉흥극으로 만들어 볼까요?”

“작은 씨앗아, 내가 너를 여기에 심어 줄게. 무럭무럭 잘 자라렴. 열심히 자라서 귀하게 쓰임 받는 나무가 되어라.”

이 말은 나무가 힘을 내도록 격려했지만 반대로 나무에게 버거운 짐이기도 했습니다.

 

<귀하게 쓰임 받다> <크게 쓰임 받다>

많은 기독교인들이 꿈꾸는 것입니다. 하나님께서 이를 위해 우리를 이 땅으로 보내셨다고 생각하면서 말이죠.

그런데 귀하게 쓰임 받는다는 것은 과연 어떤 의미일까요?

주희씨는 ‘하나님께 귀하게 쓰임 받다’를 ‘사람들에게 인정받다’와 혼동하고 있음을 고백하게 되었어요. 하나님보다 사람들을 더 많이 신경 쓰고 있다는 것, 사람들의 말 한마디에 뿌듯해졌다가 속상해지고, 울었다가 웃었다가 하면서 그들을 나의 평가자로 삼았다는 것.

‘내가 이렇게 열심히 하고 있는데, 왜 더 고마워하지 않지?’ 라는 마음이 뒤따라온다는 것도요.

더불어 ‘그 분의 뜻대로 쓰임 받음’과 ‘나의 뜻, 세상의 뜻대로 쓰임 받음’을 혼동하고 있음도 고백하게 되었지요.

‘하나님께서 나를 통해 일하시니, 교인 수가 늘고, 물질의 축복이 따르고, 병이 낫고, 가정이 회복되었다.’를 기대하는 마음. 그러나 과연 하나님도 그것을 위해 일하시는 걸까요?

이것은 주희씨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주희씨와 같은 모습이 제게도 있기에, 창피하지만 제 이야기를 잠깐 해보려고 합니다.

제 남편은 연극배우입니다. 소득이 낮은 직업 5위 안에 빠지지 않는 불안정한 직업이지요. 그나마 돈을 벌 수 있는 방법은 영화 쪽으로 영역을 넓히는 거라고 생각해 꽤 오랫동안 영화 오디션을 위해 애써왔습니다.

대부분은 오디션 자체도 성사되지 않았지만 어쩌다 오디션을 봐도 모조리 떨어지던 중에 가끔 프로필을 넣지 않은 곳에서 오디션을 보러 오라고 연락이 오는 일도 있었습니다. ‘아, 이젠 정말 내 기도를 들어 주시려나보다.’라고 기대했지만 그마저도 모두 떨어졌지요.

‘내가 이렇게나 간절히 원하니’ ‘하나님의 뜻에 반하는 일도 아니니’ ‘하나님께서 남편을 통해 귀하게 일하실 것이니’ <하나님은 응답하셔야 한다> 라고 고집을 부렸습니다.

“하나님, 저희만 좋자고 이러는 거 아니에요. 유명한 영화배우가 되어 시상식에서 상 타면 이 모든 영광을 하나님께 돌린다고 할 거예요. 헌금, 기부, 전도도 많이 할 거니까 하나님도 좋은 거잖아요. 저를 사랑하신다면 저희를 통해 일하세요.”

이 기도를 듣고 어떤 생각이 드시나요? 속이 뻔히 보이는 괘씸한 기도인가요? 창피한 걸 알기에 이렇게 기도하지는 않았지만 저의 깊은 곳에는 이 마음이 있었음을 고백합니다.

그분의 외면을 통해 하나님의 목표와 방법은 세상의 것과 다르다는 것을 인정하게 되었습니다.

하나님의 작품이라면 내 역할이 악역이든 조연이든, 누구 하나 기억하지 못하는 엑스트라든 감사함으로 감당해야합니다.

“저를 통해 일하세요.”는 그분이 아닌 내가 주인공 되고픈 마음의 다른 표현일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