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방에 걸려 있던 달력이 눈에 들어왔다. 뚜렷한 형체가 없는 노란색의 추상화가 그려져 있었다. 달력을 빤히 쳐다보는데 이상한 것이 보였다.

십자가에 못 박힌 예수 그리스도가 고통스럽게 십자가에 매달려 눈물을 흘리고 있는 게 아닌가! 나는 좀 더 가까이 보려고 눈을 크게 뜨고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와 그의 눈을 보았다. 고통스러워 피눈물을 흘리는 것처럼 보였다.

나는 믿을 수 없는 광경에 눈을 한 번 감았다 떴다. ‘어? 이상하다, 저건 그냥 추상화 달력일 뿐인데 왜 내 눈에 이상한 게 보이지?’ 여러 번 눈을 감았다 떠도 십자가에 못 박힌 예수 그리스도가 피눈물을 흘리고 있는 모습이 지워지지 않았다. 나는 무릎을 꿇었다.

그런데 더 충격적인 말이 내 입에서 나오기 시작했다. “주님! 당신이 지신 십자가가 힘들어 보입니다. 이제 저도 그 십자가를 함께 지겠습니다.” 그 고백을 하자마자 이전까지 단 한 번도 생각해보지 못한 이상한 것들이 깨달아지기 시작했다. ‘나는 원래 하나님의 딸이었으나 그동안 사탄의 꾐에 빠져 다른 곳에 있었다.’ 누가 알려주지도 않았는데 이것이 깨달아지는 게 아닌가!

마치 뱀이 하와를 유혹해서 아버지가 먹지 말라던 과실을 먹었던 것처럼 그동안 그럴듯한 말에 속아 다른 쪽에 있었던 내 모습을 보게 되었다. ‘사탄이 말로 하와를 속였는데 이번에도 내가 그에게 말로 속았었구나!’ 그러면서 오직 생명이 되는 ‘진짜 말’은 여호와 하나님께 있음이 깨달아지기 시작했다. ‘그래, 내가 살려면 하나님 아버지의 말씀을 들어야 해. 나를 지으신 아버지의 말씀에 생명이 있어. 그 말씀을 들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교회로 가야 해! 이 집에 도저히 있을 수 없어.’

당시 친정에는 온통 부적이 붙어 있었는데 그것들이 내 눈에 뱀처럼 보였다. 도저히 볼 수가 없어서 부모님께는 죄송했지만 안방에 붙어 있던 부적들을 떼어 찢어버렸다. 그리고 엄마가 절에 다니면서 가져온 달마 그림과 불교 탱화들을 보이지 않게 돌려놓았다. ‘여기서 빨리 탈출해야 해. 교회로 가야 내가 살아!’ 그런 생각이 나를 사로잡았다.

잠시 후 안방 문이 열리고 가족들 모두가 걱정 어린 눈빛으로 내게 괜찮은지를 물었다. “나를 빨리 교회로 보내줘!” 그렇게 소리치며 그들의 눈을 피해 안방 건너편에 있는 피아노가 있는 방으로 갔다. 그런데 그 방에 들어가자마자 친정 앞에 있던 교회의 빨간 십자가의 불빛이
방안으로 비춰 들어오는 게 아닌가!

나는 무릎을 꿇고 기도하기 시작했다. ‘하나님 아버지, 제가 아버지의 딸인데도 당신을 모르고 살아왔습니다. 용서해주세요.’ 혼자서 회개기도를 하고 있었다. 그러면서 궁금증이 생겼다. ‘얼마 전에 돌아가신 큰스님은 어떻게 된 거지? 워낙 덕이 높은 분이셨으니 좋은 곳에 가셨을 텐데…. 그가 남긴 것은 무엇이지?’

순간 내 안에서 ‘손가락으로 방을 긁어 보라’라는 큰 음성이 들렸다. 나는 검지로 방바닥을 긁었다. 그랬더니 마음속에서 또 음성이 들렸다. ‘눈에 뭐가 보이느냐?’ 그래서 나도 모르게 “먼지요”라고 대답했다. ‘네가 크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한낱 이 티끌처럼 작은 피조물에 속하니라.’ 이런 말이 내 안에서 울려 나왔다.

‘이건 또 무슨 현상이지? 내 안에서 울리는 이 음성은 뭘까? 크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이 먼지와 같다고? 피조물이라면 모든 사람들이 예외 없이 하나님에 의해서 만들어졌다는 얘기네.’ 그런데 내게 일어나는 일이 정말 신기하고 낯선 체험의 연속이었지만 마음은 이상하게 편안했다. 그것을 어떻게 다 설명하랴, 하나님의 은혜인 것을….

지금도 내게 일어나는 모든 과정이 불가사의하다. 나처럼 의심 많고 객관적인 사실 정보가 뒷받침이 되어 충분히 이해가 되어야만 받아들이는 이성적인 사람이 도저히 설명이 안 되는 부분들을 무조건 받아들였다는 것이 이해되지 않는다.

그러나 당시 누가 내게 와서 전도하지 않았는데도 내가 하나님의 자녀이고, 하나님 아버지가 내 아버지이시며 그분의 아들이 예수 그리스도이시라는 사실이 믿어졌다.

† 말씀
야곱아 너를 창조하신 여호와께서 지금 말씀하시느니라 이스라엘아 너를 지으신 이가 말씀하시느니라 너는 두려워하지 말라 내가 너를 구속하였고 내가 너를 지명하여 불렀나니 너는 내 것이라 – 이사야 43장 1절

영접하는 자 곧 그 이름을 믿는 자들에게는 하나님의 자녀가 되는 권세를 주셨으니 이는 혈통으로나 육정으로나 사람의 뜻으로 나지 아니하고 오직 하나님께로부터 난 자들이니라 – 에베소서 1장 12, 13절

내가 그리스도와 함께 십자가에 못 박혔나니 그런즉 이제는 내가 사는 것이 아니요 오직 내 안에 그리스도께서 사시는 것이라 이제 내가 육체 가운데 사는 것은 나를 사랑하사 나를 위하여 자기 자신을 버리신 하나님의 아들을 믿는 믿음 안에서 사는 것이라 – 갈라디아서 2장 20절

† 기도
예수님을 믿고 하나님의 자녀가 된 것은 다 하나님의 은혜임을 깨닫게 하시니 감사합니다.
예수님의 십자가 사랑을 기억하게 하셔서 날마다 새로운 은혜를 누리게 하시옵소서.

† 적용과 결단
하나님의 자녀가 된 것이 은혜임을 늘 기억하며 살고 있나요?
나를 위해 십자가 지신 예수님을 믿는 믿음 안에 날마다 거하는 자 되기를 결단해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