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베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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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베스
본문 : 대상 4:9-10

어릴 적 내 이름은 ‘은미’였다. 친척들과 지인들은 지금도 여전히 ‘은미’라는 이름으로 기억하시는 분들이 많지만, 나는 은미라는 이름을 싫어했다. 누가 은미라고 부르면 지금도 못들은 척 시치미를 떼거나 대답을 잘 안한다. 은미라는 이름 자체를 싫어하기보다 은미라는 이름이 지니는 나만의 의미가 싫었기 때문이다. 지금 내 이름이 된 ‘은희’는 원래 언니의 이름이었다. 외할아버지께서 호적에 올리실 때 이름을 착각하셨는지 언니의 이름은 은이, 내 이름은 은미가 아닌 은희로 올리는 바람에 은희가 되었다고 어머니가 말씀해 주셨다. 그 사실을 듣고 마치 이삭 집안의 에서와 야곱처럼 영적인 장자권이 내게 넘어 온 것 같아서 은근히 얼마나 기뻐했는지 모른다. 이름까지 바꿔주시면서 나를 우리 집안의 영적인 장자로 세우셨다고 혼자서 해석하고 적용하니까 사역이 즐겁고 행복했다. 꿈보다 해몽이 좋다는 말이 딱 이 경우가 아닌가 싶다.
야베스는 성경에 진짜 짧게 기록된 사람이다. 물론 내가 많이 좋아하는 삼갈 오빠가 사사기 3장 31절 딱 한절에 농축 엑기스로 기록된 것이 성경 기네스 최고 기록이긴 하지만 다음 순위는 아마도 야베스가 아닐까싶다. 야베스에 대한 기록은 역대상 4장 9절에서 10절까지 딱 두 절 뿐이다. 짧지만 굵다고 하는 표현은 야베스에게 딱 일 것 같다. 역대상 내용의 3분의 1은 족보이다. 4장 1절부터 44명의 익숙하지 못한 이름들이 쭉 나오다가 야베스의 이름에서 2절이나 할애되었다. 여기서 밑줄 쫙 그어줘야할 기가 막힌 홈런이 나온다.
야베스는 출생이 우울한 사람이었다. 대부분의 일반적인 가정에서 아이가 태어나면 이름을 짓느라고 온 가족이 총 출동해서 고심하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그런데 야베스는 태어날 때 무슨 문제가 있었나 보다. 대부분 유대인의 가정에서는 아버지가 아이의 이름을 짓는다. 그런데 야베스라는 이름은 그의 어머니가 지었다. 좋은 뜻을 가진 이름도 많은데 하필이면 ‘고통, 슬픔’이라는 뜻의 야베스로 지었을까. 이름에는 자식을 향한 간절한 기대와 소원이 있기 마련인데 막 세상에 태어나 삶을 시작하려는 아들의 이름을 ‘슬픔, 고통’이라는 뜻으로 지은 것을 보니까 야베스가 태어났을 때 산모의 심정이나 집안 사정이 말이 아니었던 것 같다. 아들의 아버지로서 기본적으로 해야 할 의무마저도 하지 않고 아내의 심정을 슬픔과 고통으로 몰아넣을 만한 일이었다면 아마도 아버지가 첩을 두었을 수도 있고, 아버지가 돌아가셨을 수도 있다. 하여간 어떤 경우이건 야베스의 탄생은 집안의 축복이 되지못했다.
야베스의 시작은 이렇게 미약했지만 야베스의 인생은 반전이 있는 인생이었다. 야베스는 어두운 출생에 집착하지 않았다. 고통과 슬픔이 변하여 기쁨이 되게 하시는 하나님이 야베스의 인생에 철저하게 개입하심을 믿었다. 울음 후에 반드시 기쁨에 날이 올 것을 믿었다. 상처자체는 독이 되지만 그것을 하나님께로 들고 가면 보상이 있음을 믿었다. 야베스는 하나님께 도움을 얻기 위해 강하게 부르짖었다. 그 누구도 야베스의 내민 손을 잡아 줄 사람이 없었다. 야베스는 문제에 집착하기보다 하늘을 향해 열린 창을 향해 부르짖음으로 간절히 구했다. 아버지의 철저한 외면으로 생긴 빈자리를 하나님만이 채울 수 있다고 믿었다. 열렬하고 간절하고 지속적으로 야베스의 부르짖는 기도는 계속되었다.

“주께서 내게 복에 복을 더하사 나의 지경을 넓히시고 주의 손으로 나를 도우사 나로 환난에서 벗어나 근심이 없게 하옵소서”

야베스는 구체적으로 세밀하게 기도한다. 야베스가 구한 풍성함은 보통을 뛰어넘는다. 복의 복이 하나님께로 부터만 온다고 믿지 않는다면 도저히 이렇게 구할 수 없을 정도이다. 풍성하게 쏟아부어주시되 부작용이나 골치 아픈 일 없이 복을 누리게 해달라고 기도한다. 야베스는 배짱이 참 두둑하다. ‘모 아니면 도니까 안 주시면 말고 그냥 구해보자’고 기도하는 수준이 아니다. 꼭 주실 거라고 완전히 확신하면서 불신앙의 그림자가 없다. 상처를 벗어나기 위해 실력을 기르거나 능력을 키워서 칼을 간 사람은 대체로 지경을 넓혀서 정상에 오르는 경우가 종종 있다. 하지만 야베스의 경우처럼 다른 형제들에게 존귀한 자로 존경을 받을 수 있었을까? 존경은 겸손해야 받을 수 있다. 고생고생하면서 고지에 오른 사람은 본전 생각이 나서 겸손히 섬기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게다가 재산이 불어나면 환난과 근심은 세트메뉴가 아닌가? 땅을 불리고 재산 늘리기에 급급해서 존경은커녕 그나마 가진 성품도 유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야베스는 남들이 할 수 있는 방법을 뛰어넘어 부작용과 리콜이 없는 안전한 방법을 택했다. 기도! 오직 하나님으로부터 오는 것만이 가장 완전하고 안전하다는 것을 너무 확실하게 알고 있었으니 야베스는 101%의 사람이다. 하나님의 오케이는 당연하다.
<야베스의 기도>라는 책이 일전에 초유의 베스트셀러가 된 적이 있었다. 생각지도 않았는데 너무 많이 팔려서 출판사에서 도리어 당황했다는 후문이 있다. 내 기도가 이런 식이 아닐까? 이런 당돌한 기도에 응답하실까 라는 미심쩍은 태도를 버리지 못하고 지지부진한 기도를 반복하고 있는 내게 야베스가 강펀치를 날리면서 일격을 가하는 것 같다.
“복의 복을 더해 달랬다가 말랬다가 언제까지 왔다 갔다 할 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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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댓글

2019.03.19 하나님과 동행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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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면서 표현하지 않으면 상대방은 모른다. 그래서 우리는 표현해야 한다. 상대방에게 나의 사랑이 전달 되도록 말이다. 우리의 사랑을 주께 그리고 이웃에게 표현하자. 우리가 당신을 사랑하는 자라고 말이다. #하나님과동행일기 #그림묵상 #묵상 #한컷 #기독교 #교회 #가족 #공동체 #신앙 #만화 #믿음 #일기 #글 #글쓰기 #god #jesus #사랑 #표현 #고백 #love 2019.03.19 하나님과 동행일기 하나님과 동행일기 페이지 facebook.com/Godgracediary 하나님과 동행일기 인스타 instagram.com/godgracedi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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