쉰들러 리스트, 백부장 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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쉰들러 리스트, 백부장 리스트!
눅 7 : 1-10
요즘은 영화가 철철 넘치는 시대이지만 관객의 기억을 오래도록 사로잡는 영화는 드물다. 하지만 이 영화는 볼수록 감동적이다. 영화의 주인공인 오스카 쉰들러는 처음에는 기회주의자였다. 쉰들러는 독일군 점령지인 폴란드 크라코우에서 폴란드계 유태인이 경영하는 그릇 공장을 인수하러왔다가 나치의 살인 행위를 보면서 차츰 현실을 직시하게 되었다. 나치의 유태인을 향한 잔인한 태도에 양심의 가책을 느낀 쉰들러는 유태인들을 강제 노동 수용소로부터 구해내기 위한 구체적인 계획을 짠다. 그 계획은 노동 수용소 장교에게 뇌물을 주고 유태인들을 크라코우에서 탈출시켜 쉰들러의 고향으로 옮기는 것이었다. 이 탈출 계획을 위해 유태인 회계사인 스턴과 함께 유태인 명단을 만들었다. 이 계획은 완벽하게 이루어져 마침내 1,100명의 유태인들을 나치로부터 구해냈다. 그러나 1945년 전쟁이 끝나고 러시아 군대가 동유럽을 자유화시켰을 때 쉰들러가 연합군으로부터 도망가기 전에 자신이 살았다는 안도감보다 더 많은 사람들을 구해내지 못했다는 죄책감과 후회에 시달리게 되었다. 영화를 보면 이런 말이 나온다. “한 생명을 구하는 것이 전 세계를 구하는 것이다.” 자기의 이익과 상관없이 한 사람을 생명 그 자체로 존중한 주인공 오스카 쉰들러의 마음이 오래도록 감동의 끈을 이어가게 한다.

백부장의 리스트에도 특별한 것이 있다. 백부장은 당시 세계를 지배하던 대제국 로마에서 식민지 속국인 이스라엘에 파견된 직업 군인이었다. 백부장은 로마 군대에서 명목상 100명의 보병으로 편성되어 있는 ‘100인대’의 지휘관으로 군의 중추적인 역할을 하는 장교였다. 백부장이라는 직위에는 명성이 따르는 것 외에도 높은 급료와 퇴역할 때 후한 상여금이 있어서 매우 매력적인 직업이었다. 보통 성경의 기록에 사람의 이름이 남는 것이 상례이지만, 직위가 백부장이라는 것 외에 별다른 개인적인 기록이 남아있지 않다. 예수님을 기절초풍시킬 정도의 믿음을 가진 대단한 사람이라는 칭찬을 받았는데 이름이 없으니 무명의 백부장이 되었다. 그 사람의 이름은 없지만 백부장의 주둔지가 가버나움이었으니까 가버나움의 백부장이라고 하면 헛갈리지 않을 것 같다. 가버나움의 백부장은 철저한 군인 정신에 입각해서 사명을 충실하게 감당하는 군인이었다. 상관의 명령에 철저하게 순종하는 사람이었다. 군인이라고 하면 강한 이미지가 지배적이다. 부드럽고 유연한 군인을 생각하기란 쉽지가 않다. 가버나움의 백부장은 자기의 명령 한마디에 목숨을 거는 수많은 병사를 거느린 장교였지만 인간적으로 부드러운 감성을 지닌 명령자였다. 가버나움의 백부장은 뭐하나 남부러울 것이 없는 사람이다. 식민지 속국에 파견되었으니 모든 사람을 마음대로 부릴 수 있는 특권을 거저 받은 셈이다. 생명과 재산을 좌지우지하는 힘과 권세를 가진 사람의 요구를 거절하기란 쉽지 않다. 병사 뿐 아니라 노예도 원하기만 하면 얼마든지 백부장의 소유가 되었다. 백부장이라는 직위가 가진 자체의 힘과 그 힘의 파생으로 생겨나는 부와 권력은 사람을 사람이라는 존재 자체로 서지 못하게 만드는 묘한 유혹이 있다.

백부장의 가버나움 주둔 스토리는 가장 인간답게 살 수 없는 곳에서 가장 인간답게 살았던 모습을 보여준다. 가버나움 백부장 리스트에 기록된 사람들은 사실 인간적인 대우를 받을 수 없는 사람들뿐이다. 그 리스트에 ‘사랑하는 종’이라고 쓰인 사람은 ‘노예’ 즉 주인의 개인 소유물쯤으로 여겨지는 것이었다. 주인의 필요에 따라 돈으로 거래되는, 인권이라고는 전혀 보장 받을 수 없는 물건이었다. 게다가 백부장의 사랑을 받던 종은 중풍 병까지 들어서 쓸모가 없는 퇴물이었다. 언젠가 모 개그맨이 말했던 것처럼 노예계의 ‘쒸레기’ 정도 되는 사람이었다. 병들어 죽게 된 종을 어디에 쓰겠는가! 그러나 가버나움의 백부장은 사람을 효율성과 유용성의 관계에서 사용 개념으로 본 것이 아니라 사람을 존재 그 자체로 사랑했다. 젊고 건강했을 때 충성스럽게 주인을 섬겼던 종이 병들어 쓸모없게 되었다고 방치하는 것은 진정한 군인으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가버나움의 백부장은 사랑하는 종을 병으로부터 구해내기 위해 계획을 세웠다. 사랑하는 종을 충분히 살릴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는 사람에게 청탁을 하기로 말이다. 백부장이라고 하는 직위를 가지고 직접 찾아가면 누구도 쉽게 거절하지 못하겠지만 백부장의 리스트에 기록된 또 다른 사람들에게 부탁하기로 했다. 로마의 식민지 이스라엘 사람들 특히 유대인의 장로들에게 청탁을 해서 사랑하는 종을 고쳐달라고 했다. 가버나움의 백부장이 그동안 어떻게 했는지 이 사람들의 반응을 보면 까무러칠지도 모른다. 이스라엘의 완고하기 짝이 없는 장로들이 열 일 제치고 예수님께 나와서 필사적으로 가버나움 백부장의 부탁을 들어달라고 난리가 났다. 가버나움의 백부장은 피정복지 이스라엘 사람들이 마음으로 진정 원하고 바라는 것이 이루어지도록 힘을 다해 도와주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힘과 권력은 남용하는 것이 아니라 바르게 사용될 때 진정한 능력이 됨을 알았다. 눈물겨운 삶을 이어가는 이스라엘을 위해서 예배 처소를 지어주었다. 설움과 아픔을 달래면서 하나님을 예배할 때 이스라엘이 가장 행복해보였기 때문이다. 강인하고 강직한 직업 군인의 경직된 모습 이면에 인간을 향한 진정한 이해와 사랑이 있었다. 피정복지 이스라엘사람들은 가버나움의 백부장의 자기를 넘어선 사랑을 보답할 기회가 왔음을 알았기 때문에 포기하지 않았다. 가버나움 백부장의 리스트에는 뭔가를 바라고 기대할 수 있는 사람들의 명단보다 전적으로 자기의 것을 주어야 하는 명단으로 가득 차 있었다. 가버나움 백부장의 리스트를 예수님께서 흐뭇하게 바라보시더니 가버나움 백부장에게 그의 생애 최고의 순간을 만나게 해주셨다. 사랑하는 종의 병이 나은 것은 오히려 덤이었고, 모태 신앙으로 조상대대로 믿음을 가지고 있었던 유대인들도 들어본 적이 없는 최고의 칭찬을 듣게 되었다.

가버나움 백부장의 신앙은 모태신앙도 따라 올 수 없는 알짜배기라네. You are Good! 신앙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척박한 이교도의 땅에서 파견된 사람이 어떻게 이런 신앙을 가지게 되었을까? 물질과 힘이 가치관으로 존재하던 땅에서 온 사람이 이런 신앙을 가지게 되었을까? 가버나움 백부장의 인간미 이면에 깊이 흐르던 일상에 뿌리를 둔 하나님에 대한 선명한 이해를 보면 그 해답이 있다. “어떻게 주님이신 예수님을 내 밑에 있는 사람에게 하는 것처럼 오라 가라 합니까? 저희 집에 오시는 것을 감당치 못합니다. 말씀만 하셔도 분명히 낫습니다. 주님! 말씀만 하셔도요.”
나의 리스트에는 특별한 사람들이 있을까? 되갚을 능력이 없음이 명백한 사람을 사랑할 마음이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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