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 개척 5년 차, 내 상태는 최악이었다.

몸도 마음도 만신창이가 되었다. 새벽부터 새벽까지 만나야 할 사람과 이끌어야 할 모임이 줄지었다. 식사와 잠이 부족했고 두통에 시달렸다. 발목 인대와 무릎이 나빠졌고, 기침은 멈추지 않았으며, 왼쪽 귀가 잘 안 들렸다. 머리를 감으면 머리카락이 한 움큼씩 빠졌다. 먹어도 체하기 일쑤였고, 조금만 신경 써도 설사를 했다.

건강뿐 아니라 정서에도 이상 신호가 이어졌다. 어느 날 부터인가 나는 딱딱한 사람이 되어있었다. 웃을 때 함께 웃지 못했고 울 때 함께 울지 못했다. 자주 화를 냈고 사소한 일로도 시비가 붙었다. 차가운 사람이 되었다. 가장 가까운 사람들에게 냉정하고 매몰찬 말들을 내뱉기 일쑤였다.

유혹도 커졌다. 온갖 종류의 죄들이 매일 아침 현관 앞에 엎드려 나를 기다리는 듯했다. 마음이 공허했고 전도하고 싶은 마음도 사라졌다.

이런 변화를 가장 먼저 눈치 챈 건 다행히 아내였다. 그녀가 내게 간단명료하게 말했다. 여보, 당신 이상해졌어요. 쉬어야 해요.”

당시 아내는 내가 기도하지 않는 상태라는 걸 알고 있었다. 그리고 나를 위해 기도하며 진지하게 조언했다. 지금이야 아내의 말을 성령님의 음성처럼 귀담아듣지만, 번아웃 상태의 나는 매우 고집스러웠다.

기도하지 않는 상태를 들켜서 화가 났다. 그녀는 남편을 포기하지 않고 직언했을 뿐이었다. 그런데 부부싸움이 크게 났다. 내 입에서 공격적인 말이 나갔다. 그녀뿐 아니라 나도 깜짝 놀랐다. 그러고서야 알아차렸다.

‘아! 이게 말로만 듣던 번아웃이구나! 쉬어야 한다. 이 상태로 계속 사역을 하다가는 교회를 돕기는커녕 파괴할 수도 있다. 사역은 고사하고 아내와 관계도 내가 망치고 있다. 정말 쉬어야 한다.’

쉬는 일정을 계획하려고 스케줄러를 열었다. 빈칸이 없었다. 실망스러웠다. 그래서 기도했다. ‘휴가를 보내주소서!’ 기도가 아니라 혼잣말인 것 같았다.

그다음 날, 카톡으로 영상 전화가 걸려왔다. 태국에서 사역하는 선교사님이었다. 대학원 시절 나의 룸메이트이기도 했던 그가 말했다.

“준기야! 태국에 한번 안 오냐?”

“안 돼. 내가 얼마나 바쁜데!”

“너 그런 식으로 과로하다가 번아웃 된다. 좋은 말로 할 때 한번 다녀가라. 여기서 강의도 좀 해주고….” 휴가 명분을 만들어주겠다는 이야기였다. 쉼이 필요해 보여서 연락을 했던 것 같다.

“그래! 기도해볼게.”

답을 미룬 뒤 전화를 끊었지만, 일 분도 안 지나 이것이 기도 응답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바로 톡을 보냈다. “언제 갈까?”

선교지에 가는 건 좋은 명분이었다. 일일이 만나거나 전화해서 약속들을 취소하고 비행기표를 예매했다. 그리고 주일 설교 도중 내 처참한 영적 상태를 고백하며 기도를 부탁했다. 주일예배 후에는 ‘선교지 방문’이라는 광고도 띄웠다.

“죄송합니다, 여러분. 제가 교만해져서 성령님의 능력이 아닌 제 힘으로 일하다가 번아웃 되어버렸습니다. 이 상태로 사역하다가는 저뿐만 아니라 주변 분들까지 위험하게 만들 것 같습니다. 마침 선교지에서 방문 요청도 있고 하니 2주일 동안 휴식차 다녀오겠습니다.”

다행히 하나님께서 은혜를 주셨다. 모두 강대상 앞으로 나와 눈물로 나를 위해 기도해주었다.

내가 너희 가운데 거할 때에 약하고 두려워하고 심히 떨었노라 – 고전 2:3

다음 날 새벽 이른 시간, 나는 가족을 데리고 친구 선교사가 있는 태국으로 갔다. 가는 길에 휴양지에 들러 아내와 딸을 바닷가에 데려다 놓고 나는 기도하기 위해 혼자 한적한 곳을 찾았다. 그곳은 해변이었다.

수영복 한 장 걸치고 홀로 쭈그리고 앉아 기도를 시작했다. 인터넷은 물론 전화기도 꺼놨다. 아무도 나를 찾지 않았고, 기도에 방해받을 일도 전혀 없었다. 일부러 만든 시간이었다. 쉬며 생각하며 기도하기에 최적의 상황이었다. 그런데 기도가 나오지 않았다! 아예 입이 열리지 않았다.

“주여~~~”라고 한숨 쉬듯 기도를 시작해봐도 거기서 끝나기 일쑤였다. 분명 얼마 전까지만 해도 교회 기도모임들을 인도하며 뜨겁게 기도했다. 산기도에 사람들을 데리고 가서 기도했고, 특별새벽기도회를 주도했다. 그런데 홀로 기도하려니 기도가 나오지 않았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채 두 시간이 그저 지나갔다. 가슴에 무거운 돌이라도 얹혀있는 듯 답답했다. 하나님이 침묵하시는 것 같고, 내 입술은 붙어버린 듯했다. 견디다 못해 물로 뛰어들었다. 물속에서 한참 소리를 지르다 나왔다. 해변에 널브러졌다. 살갗이 따가웠다. 빛이 강해 눈을 감았다. 눈물이 흘렀다.

무언가 크게 잘못되었다.

기도가 왜 안 되는지 조금은 알 것 같았다. 마지막으로 골방기도(마 6:6)를 한 것이 언제인지 기억도 나지 않았다. 그러고 보니 기도가 안 되는 상황과 번아웃이 연결되어 있는 듯 했다. 생각을 분명히 하고 싶었다. 숙소로 돌아가 휴대폰 메모장을 열었다. 거기에 적었다.

step1. 기도하지 않았다.

step2. 내 힘으로 일했다.

step3. 내 힘으로 하나님의 일을 하니 번아웃이 왔다.

step4. 그래도 기도 안 하고 있었다.

step5. 이제는 아예 기도 못하게 되었다.

 

적어놓은 글을 쳐다보다 또 눈물이 터졌다.
‘이렇게 미련한 목사를 봤나!’

베개에 고개를 묻어 울음소리가 새어나가지 않게 했다. 스스로에게 속은 것 같아 자책이 되었고 서럽기도 했다. 눈물이 생각을 맑게 했다.

처음에는 하나님께서 주신 소명과 비전이 있었다. 세계 복음화의 일이었고, 하나님의 일이었다. 처음에는 기도로 모든 일을 진행했다. 그러나 어느 순간부터 기도가 사라졌고, 나는 기름 없는 등잔의 심지처럼 타들어갔다. 그런 줄도 모르고 기도는 계속 등한시한 채 아예 다 타버렸다. 재만 남아 시커멓게 되었다.

생각이 정리되고 문제를 파악하니 배가 고팠다. 목도 말랐다. 해가 지고 있었다.
오랜만에 배불리 식사를 했다. 이 심경 변화를 눈치 챈 아내가 물었다.

“여보, 괜찮아요?”

나는 입안 가득 음식을 물고 대답했다.

응! 내가 기도 안 했다는 것을 알았어!”

지옥 세력 꺾고 천국에 잇닿아 일하는 방법: 기도
실패를 이기고 궁극적 승리를 얻는 방법: 기도
성령께서 일하시도록 하는 방법: 기도

하늘의 지혜로 일하는 방법: 기도
예수님을 닮아가는 방법: 기도
사랑하는 이들을 지키는 방법: 기도

† 말씀
내 영혼이 내 속에서 피곤할 때에 내가 여호와를 생각하였더니 내 기도가 주께 이르렀사오며 주의 성전에 미쳤나이다
– 요나 2장 7절

모든 기도와 간구를 하되 항상 성령 안에서 기도하고 이를 위하여 깨어 구하기를 항상 힘쓰며 여러 성도를 위하여 구하라
– 에베소서 6장 18절

† 기도
하나님, 이 일에 쫓기고 저 일에 쫓기며 오늘도 분주합니다. 잠시 돌아보면 하루가 가 있고, 일주일이 지나가 있습니다. 주님 앞에, 기도의 자리에 나아간 것이 언제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주님 사랑하는 이들을 지키고 예수님을 닮아가는 기도를 하고 싶습니다. 제 입술을 떼게 하소서. 부르짖으며 주님 앞에 나아가 기도하게 하소서.

적용과 결단

번아웃, 다른 이에게만 해당되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당신에게도 찾아올 수 있습니다. 특히 영혼의 호흡인 기도를 하지 않고 내 힘으로 무언가를 해보려 할 때 찾아올 수 있음을 기억하십시오. 당신의 영혼의 상태를 바로 바라보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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