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로몬의 아가서에는 등장인물이 ‘사랑하는 자와 사랑받는 자’라고 명명되어 있다. 벌써 다른 사랑 이야기와 다르다. 서로 사랑하는 두 사람이 아니라 사랑을 하는 자와 사랑을 받는 자로 설정되어 있다. 누가 더 사랑하고 덜 사랑하느냐는 예민한 신경전이 사랑하는 사이에 있기 마련인데 아예 처음부터 한쪽은 사랑만 하고, 다른 한쪽은 사랑만 받는단다.

내용을 보면 짝사랑만은 아닌 것 같은데 작가는 이 사랑의 종류를 등장인물의 이름에 밝혀놓았다. 이 이야기에는 사랑하는 자 솔로몬이 무슨 이유로 술람미 여인을 사랑하는지 나와 있지 않다. 사랑이 이루어지는 황홀하고 가슴 설레는 순간에 대한 묘사도 없고 왜 사랑하게 되었는지에 대한 이야기도 없다. 독자가 직접 찾아내야 한다.

여자가 예뻐서 그러나 싶은데 자기 입으로 비록 검다고 한다(아 1:5). ‘비록’이라는 단어를 굳이 붙이는 걸 보면 공식적인 미인은 아닌 것 같다. 미인은 아니더라도 사랑받고 자란 매력 있는 여자인가 싶다가도 오빠들의 구박을 받아 포도 농사를 하고 있다고 하니 이것도 아닌가보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여동생이 어쩌다 오빠들에게 단체로 구박을 받아 햇볕 쏟아지는 들판으로 내쫓겨 시커멓게 탔단 말인가. 궁궐에만 거하던 솔로몬이 튼실한 농촌 아가씨의 순박한 매력에 빠진 경우라 하더라도 그 이유를 밝혀야 하지 않을까. 독자에 대한 예의가 있다면, 어느 순간 반했는지 알려줬어야 했다.

우리는 누군가에게 사랑을 주기 전에 사랑할 만한 이유를 찾는다. 이야기 속에서라도 사랑스러워야 사랑한다. 그런데 아무리 찾아봐도 이 이야기에는 사랑하는 이유를 찾을 수가 없다. 그래서 감정이입이 되지 않는다. 이해할 수 없는 사랑이다.

시골 아가씨에게 천재 왕자님이 특별한 이유도 없이 사랑에 빠졌다는데, 그 사랑 고백을 듣고 있자니 멀미가 나려고 한다. 이 왕자님의 사랑 고백이 다소 외설스럽다. 아가씨의 육체를 구석구석 훑으면서 하나하나 들춰가며 열렬히 찬양만 하다가 끝난다. 한번 시작하면 머리부터 발끝까지 다 들어야 한다. 사랑하는 여자의 몸을 주제로 시를 읊으면서 웬 동물들은 그렇게 많이 등장하는지. 이 여자는 이 고백이 그렇게 좋은가.

그러나 만약 남편이 내게 솔로몬과 같은 고백을 한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나를 위해 땀 흘려 밭을 갈고, 고기를 잡아 오고, 산에서 나무를 해오는 남편이라면 말이다.

그를 위해 옷을 짓고 밥을 하고 아이를 낳은 내게 이런 고백을 한다면, 아무렇지도 않고 새삼스럽게 예쁠 것도 없는 내 뺨과 목과 눈과 머리카락과 입술을 노래한다면. 사철 발 벗은 아내인 나를 나의 비둘기, 나의 백합화, 나의 누이, 나의 신부라고 부른다면, 처음에야 이 사람이 또 무슨 장난을 치려고 이러나, 피식 웃겠지만 그의 눈에 담긴 진심을 함께 보게 된다면.

그가 너무 고마울 것 같다. 이 고백 앞에서는 내가 과연 이런 사랑을 받을 만한 사람인가’ 돌아보게 될 것 같다. 이 사랑을 어떻게 갚아야 하나 가슴 뭉클한 고민에 빠질 것 같다.

이런 고백은 아무나 하는 게 아닌가보다. 사랑을 위해 기꺼이 희생한 사람만 할 수 있나보다.

아가서에 나오는 사랑은 이런 사랑이다.

일방적인 짝사랑.
이유가 없는 사랑.
기꺼이 희생한 사랑.

그렇다.

이 사랑은 우리를 향한 하나님의 사랑이다. 하나님의 사랑은 이해하기 어렵다. 바보 같은 사랑이다. 사람은 이렇게 어리석은 사랑을 하지 않는다. 그래서 내가 아가서를 이해하지 못한 것이다.

술람미 여인과 솔로몬을 우리와 하나님으로 보고 아가서를 다시 읽어보기 바란다.

왕 중의 왕이었던 자신을 하나님에 빗대고 아버지 어머니의 큰 후회와 회개, 형의 죽음, 그 이후에 태어난 서러운 자신의 출생. 형제 중에 가장 약하고 어린 자였던 자신에게 술람미 여인을 빗대어. 솔로몬은 그가 깨달은 하나님의 사랑을 노래하고 있는 것 같다.

자신을 먼저 사랑하신 하나님. 사랑하는 데 이유를 찾지 않으신 하나님.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사랑하신 하나님. 사랑하시되 끝까지 사랑하신 하나님. 자신의 추락과 타락까지 용서하시고 탕자를 기다린 아버지처럼 그가 돌아오기를 기다리신 하나님.

사랑 중에 가장 놀라운 사랑을 노래한 솔로몬은 마지막을 이런 대화로 장식한다(아 8:13,14).

Let me hear your voice.
Come away, my lover.

내게는 이 말이 이렇게 들린다.

네 고백을 들려다오.
주여, 어서 오시옵소서.

 † 말씀 
나의 사랑하는 자가 내게 말하여 이르기를 나의 사랑, 내 어여쁜 자야 일어나서 함께 가자
– 아가서 2장 10절

이스라엘아 들으라 우리 하나님 여호와는 오직 유일한 여호와이시니 너는 마음을 다하고 뜻을 다하고 힘을 다하여 네 하나님 여호와를 사랑하라
– 신명기 6장 4, 5절

† 기도
하나님, 당신의 일방적이며 이유 없는, 그리고 기꺼이 희생하여 주시는 사랑 앞에 ‘내가 과연 이런 사랑을 받을 만한 자인가’ 생각하게 됩니다. 저는 그런 자격이 없습니다. 그러면서도 그 주시는 사랑을 잊고 삽니다. 감사를 잊고 삽니다. 하나님의 그 사랑 앞에 무릎 꿇게 하소서. 그 이해하기 어려운 바보 같은 사랑 앞에 굴복하며 감사함으로 나아가게 하소서.

적용과 결단
하나님의 사랑은 이유를 알 수 없습니다. 나의 있는 모습 그대로, 나이기에 사랑해주십니다. 그 사랑 앞에 오늘도 굴복합시다. 그리고 그 사랑을 만끽하는 하루 되길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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