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너는 내 아들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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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들리는 세상 가운데서 복음만을 붙잡고 살라고 자녀에게 말하는 것이 진리이지만 실상은 너도 세상가운데서 쉽게 쉽게 살 수 있으면 그리 살라고 하고 싶은 것이 부모의 마음일 것입니다. 하지만 세상과 타협한 곳에서는 복음의 은혜가 없습니다. 세상에서 손가락질 할지라도 주님이 칭찬하시는 그 삶을 살도록 자녀에게 본이 되는 부모가 되길 축복합니다.

창립예배를 드린 후 처음 교회를 둘러보신 아버지의 눈길이 아래쪽으로 향하더니 내 발 쪽을 물끄러미 보고 계시는 것이 아닌가. 내 헌 구두를 보신 모양이다.

교회를 짓느라 내 신발은 다 해어지고 떨어져 있었다. 밑창은 닳고 구두 옆은 구멍이 나서 물이 줄줄 샜다. 구두 한 켤레 살 돈도 내겐 사치였다.

“신발이 많이 헐었네? 신발 사러 가자!”
“고맙습니다, 아버지.”
그 길로 아버지는 나를 데리고 시내로 나가시더니 구두 한 켤레를 사주시고는 이렇게 말씀하셨다.
“아들아, 내가 너에게 해줄 수 있는 것은 이것뿐이다. 이제 모든 필요를 하나님께 구하고 받아라!”
“이제 너는 내 아들이 아니라 하나님의 종이다!”

그때 받은 구두 한 켤레를 품고 펑펑 울었다.
약간은 서운하고 그런 아버지가 매정해 보이기도 했지만, 아버지의 말씀이 옳다.
주의 종은 주인께서 공급해주시는 것으로만 살아야 한다.
그것이 아버지의 목회를 통해 내가 배운 교훈이자 내 목회 가운데 지켜나가야 할 원칙이다.
또한 내 자녀 중 대를 이어 3대째 목회자가 나온다면 반드시 물려주어야 할 유산이다.

나는 어디를 찾아가 도움을 구하거나 후원 헌금을 요청하는 리스트를 만들어 순례하지도 않았다.
그저 전폭적인 하나님의 도움만을 기다렸다. 5만 번 기도 응답을 받았다는 조지 뮬러처럼 인간적인 방법을 쓰지 않고, 하나님만 의지하며 그 도우심의 손길을 기다리는 인내를 조금씩 키워갔다.

‘내 이 신발이 닳아 없어질 때까지 전도하고 기도하며 이 교회를 채우리라!’
미국의 대각성 운동을 일으켰던 조지 휫필드(George Whitefield)는 ‘녹슬어 없어지기보다는 닳아 없어지기를’ 소원하며 쓰임 받기를 기도했다고 하지 않는가?

하룻강아지 범 무서운 줄 모르던 시절이었다. 목회를 오래 하신 선배 목사님들이 “아무것도 모를 때 개척을 하는 거지, 이것저것 다 알고 재고 나면 평생 개척 못 한다”라고 하신 말씀이 이제는 이해가 간다. 지금 또 하라면 할 수 있을까?
할 수는 있을 것 같다.
하지만 광야 4년을 생각하면 멈칫하게 되기도 한다.
<시퍼렇게 살아계신 하나님>안호성p1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