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생과 타인의 인생을 망치겠다고 작정하고 태어난 사람이 누가 있을까요. 그런 사람이 있다 한들, 그가 그 환경에서 다른 모습으로 자라는 게 쉬운 일이었을까요.

사람들은 대부분 자기의 환경과 가진 모든 자원 속에서 잘해보려고 나름의 방법으로 최선을 다해요.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거나 망치려고 의도한 게 아닙니다.

다만 조금 더 자신의 마음과 상대의 마음을 잘 헤아릴 수 있었더라면 더 잘 사랑하고 더 적게 상처 줄 수 있었을 텐데 그게 어려웠을 뿐입니다. 또 노력은 했지만 잘 몰라서 잘하지 못했을 뿐이지요.

서로가 서로에게 줬던 사랑뿐 아니라 상처도 있는 그대로 인정하는 게 좋아요. 상처는 사랑으로 퉁칠 수 있는 게 아닙니다. 돈은 5천 원 빚을 지고 1만 원으로 갚으면 5천 원 빚이 사라지지만 상처는 그렇지 않아요. 그럼에도 상처의 경험을 있는 그대로 헤아려 보듬어줘야 해요. 그것이 건강한 마음입니다. 내가 상처를 준 쪽이어도 마찬가지예요.

‘그래, 나는 그때의 나대로 최선을 다했지만 그때의 너는 속상할 수 있었겠구나.’

어린 시절의 저는 그렇지 못했어요. 제 마음을 무시하고 인정하지 않았어요. 서운한 마음이 들면 그 마음을 무시하고 나쁘게 여겼지요.

‘엄마가 저렇게 힘드신데 나라도 힘들게 하지 말아야지. 속상한 일도 속상해하면 안 돼. 나 정도면 얼마나 행복한 건데. 언니와 여동생은 나보다 훨씬 힘든 어린 시절을 보냈어. 내가 힘들다고 하는 건 투정이야. 나는 감사만 해야 해.’

상대가 더 힘들다고 내 고통은 무시해도 되는 게 아닌데 어린 저는 그랬어요. 물론 지금의 저는 그렇지 않아요. 유치원생 아들을 키우는 엄마가 된 오늘의 제가 그때/거기의/저를 봅니다.

아들의 나이에 어리광을 잘 부리지 못했던 어린 저를 진심으로 안쓰럽게 생각하지요. 그렇다고 어린 날의 저만큼 부모님을 존경하지 않는다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타인을 위해 희생하는 부모님을 두었기에 내가 같이 희생해야 했던 게 아무것도 아니라고 그들을 이상화하지 않을 뿐이지요.

그들의 딸로서 같이 희생해야 했던 어린 제 마음을 충분히 알아줌과 동시에, 많은 짐을 지고 하루하루 견뎌야 했던 그때의 부모님(지금의 저보다 어렸던)을 생각하며 이전보다 더 존경합니다.

제가 부모님이 처했던 환경에서 그들의 자원을 그대로 가지고 태어나 자랐다면 어땠을까요? 그만큼 살아오기가 어려웠을 거예요. 부모님이 얼마나 최선을 다해 살았는지 이전의 저보다 더욱 잘 헤아리게 되었습니다. 부모님에게 약함이 있으면 있는 대로, 서운한 부분이 있으면 있는 대로 그들이 살아온 인생 그대로를 인정하고 긍정하며 이전보다 더욱 존경합니다.

저와 가족의 이야기를 쓰면서 저 역시 소화되지 않은 상처는 아직도 다 내어놓지 못했어요. 하지만 제 글을 읽으며 누군가는 다친 마음이나마 자신의 마음을 있는 그대로 헤아리는 두려운 도전을 하기를 기도합니다.

그리고 마음 헤아리기 연습을 많이 한 후에 나를 아프게 한 상대의 마음까지도 헤아리는 연습을 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감히 상처 준 그를 용서하라고 말하는 게 아니에요. 현재의 내가 “그때/거기의/나”와 “그때/거기의/그”를 헤아리는 시도를 해보라는 거예요. 그것만으로도 상처받은 내 마음이 조금 더 위로받고 자유로워지는 경험을 할 수 있을 거예요.

저도 상처는 상처대로 인정하고 은혜는 은혜대로 감사하려고 합니다. 부모님의 삶을 진심으로 존경하지만 그 삶의 그림자도 이해합니다. 그 상처가 하나님의 은혜를 매 순간 체험하는 은혜의 요소가 된 것도 사실이니까요.

전에는 은혜가 너무 커서 어려움을 어렵다고 말하는 게 하나님 앞에 염치없게만 느껴졌어요. 그래서 ‘나는 상처가 없다’라고 합리화를 했었지요. 하지만 상처는 상처고 은혜는 은혜입니다. 저는 상처도 그 자체로 은혜로 여깁니다. 다만 상처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은혜가 크니 상처는 없다’라고 여기지는 않게 되었어요.

삶 속에서 이해되지 않는 부분까지도 하나님의 주권임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려고 합니다. 오직 모든 순간에 제 삶의 주인 되시는 주님께 감사드립니다.

-사랑하는 내 딸, 애썼다, 한혜성

† 말씀
여호와께서 자기 백성의 상처를 싸매시며 그들의 맞은 자리를 고치시는 날에는 달빛은 햇빛 같겠고 햇빛은 일곱 배가 되어 일곱 날의 빛과 같으리라
– 이사야 30장 26절

그가 찔림은 우리의 허물 때문이요 그가 상함은 우리의 죄악 때문이라 그가 징계를 받으므로 우리는 평화를 누리고 그가 채찍에 맞으므로 우리는 나음을 받았도다
– 이사야 53장 5절

† 기도
하나님. 제 안에 상처들이 있습니다. 그로 인해 서운한 마음들도 있고, 어떤 일에 저 자신을 합리화하기도 합니다. 그 상처들을 상처대로 인정하겠습니다. 그 상처를 통해 주님이 주시는 은혜들도 감사함으로 받겠습니다. 주님의 넓은 은혜로 헤아려 보듬어주시고, 저 또한 주변 사람들을 사랑과 은혜로 헤아려 보듬게 하소서.

적용과 결단
마음 헤아리기 연습은 현재의 내가 “그때/거기의/나”와 “그때/거기의/그”를 헤아리는 시도입니다.

간단하게 “마음 헤아리기” 연습을 해보아요.

 

* 나는 여기 지금 이런 관점입니다.
그리고 당신은 거기 지금 그런 관점일 수 있습니다.

* 나는 거기 그때 그런 관점이었습니다.
그리고 당신은 거기 그때 그런 관점이었을 수 있습니다.

* 나는 지금 여기에서는 이런 관점입니다.
그리고 나 자신도 거기 그때에는 그런 관점이었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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