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겐 해결되지 않은 트라우마가 있다. 어릴 때 부모님의 싸움을 자주 목격한 탓에 언성을 높이며 싸우는 소리가 들리면 지금도 심박수가 빨라지고 긴장한다. 이런 트라우마를 친한 동생에게 나눴을 때 뜻밖의 이야기를 들었다.

자신의 트라우마는 다름 아닌 가정예배라고 말이다. 그녀는 가정예배가 지옥이었다는 말을 스스럼없이 내뱉었다. 나는 술 취한 아버지의 목소리만 들어도 불안 증세를 겪었는데, 동생은 “예배드리자”라는 소리에 심장이 요동쳤다고 했다.

동생의 아버지는 가정예배 시간에 늘 훈계를 하셨다고 한다. 예배로 모였지만 외모와 태도, 신앙과 성적 지적 등으로 가족이 숨을 쉴 수 없었다고 회고했다.

그래서 동생은 결혼하면 절대 가정예배를 드리지 않을 거라고 확실히 선을 그었다. 소통과 나눔 없이 일방적으로 훈육받는 예배 시간이 얼마나 고통스러웠을까. 오죽했으면 지옥이라 표현했을까 생각하니 그 마음이 헤아려졌다. 감사하게도 이후 동생에게 회복과 치유의 시간이 있었고 지금은 아름다운 가정을 이루고 예쁘게 믿음 생활을 하고 있다.

한번은 우리 집 가정예배가 무르익어 갈 무렵 어린 자녀들과 매일 가정예배를 드린다고 하니 한 목사님이 “애들 잡는 가정예배, 그런 거 하지 말라”라고 조언했다. 애들이 싫어하는데 억지로 데려다 가정예배를 드리면 나중에 가정과 하나님을 모두 떠난다는 게 그의 지론이었다.

한창 어려움을 극복하며 아이들과 행복한 예배를 드리고 있는데 ‘격려는 해주지 못할망정 왜 저런 말씀을 하실까?’ 하고 이해되지 않았다. 하지만 친한 동생의 사례와 목사님의 말씀을 종합해볼 때 그럴 만한 이유가 있으려니 했다.

그렇다면 가족과 하나님을 더욱 가까이하며 행복한 가정예배를 드리기 위해 힘쓰면 되는 것 아닌가. 가정예배가 믿음의 가정을 파괴하는 주범이 되지 않도록 말이다.

교회를 떠날까 봐 신앙을 강요할 수 없다는 이야기는 해도 학교를 떠날까 봐 학업을 중단한다는 부모는 본 적이 없다. 학업에 있어서는 자녀가 힘들어해도 ‘애들 잡는 공부’를 시키며 부모의 뜻을 굽히지 않지만 정작 신념을 굽히지 않아야 할 신앙에 있어서는 관대한 부모들이 많다.

공부는 당연히 해야 할 의무와 책임으로 여기면서 신앙생활은 여러 이유를 갖다 붙이며 과도하게 염려하며 멀리하려고 한다. 주님의 자녀로서 마땅히 감당해야 할 책무도 있는 법이다. 자녀가 하나님을 떠날까 봐 신앙 훈련이나 믿음의 자리를 포기하는 건 부모의 믿음 없음을 증명할 뿐 아니라 하나님을 불신하는 일이 되고 만다.

한번은 아이가 어릴 때부터 신앙 안에서 잘 키워온 분이 ‘모든 걸 내려놓겠다’며 내게 상담을 청했다.

“사모님, 저 이제 교회에서 예배드리는 것 외에 집에서 하는 신앙교육은 안 하려고요.”
“아니, 왜요? 지금까지 잘해왔잖아요. 무슨 힘든 일이라도 있었어요?”
“실은 남편이 집에서 아이랑 성경 읽고 암송하며 예배드리지 말래요. 그러다 아이가 목사 된다고 하면 어떡할 거냐고요. 실은 저도 조금은 염려되기도 해서요.”

예상하지 못한 답변에 말문이 턱 막혔다. 목사가 되면 어떤가. 또 목사는 아무나 되나. 그에게 신앙은 어떤 의미였을까. 여러 생각이 들어 너무 안타깝고 속상했다. 신앙은 부모가 만들어주는 영역이 아니라 하나님의 은혜이자 선물이다. 소명과 사명 또한 그분 손에 있다.

가정예배는 부모가 받은 은혜와 사랑을 자녀도 경험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그저 주님을 소망하며 함께 나아가는 자리다. 이 귀한 자리를 지옥으로 만들 것인가 아니면 천국으로 만들 것인가는 부모의 태도에 달려있다.

가정예배 시간에는 율법으로 칼날을 세우며 가르치고 훈계해선 안 된다. 사랑으로 복음을 제시하며 죄인 됨을 고백하고 용납되는 시간이어야 한다. 죄인에게는 예수님 한 분이면 충분하다. 예배의 주인이 주님이심을 기억하고 그분 앞에 모일 때 애들을 ‘잡는’ 가정예배가 아니라 ‘하나님의 자녀로 세우는’ 가정예배가 될 것이다.

– 아무리 바빠도 가정예배, 백은실

† 말씀
우리가 선을 행하되 낙심하지 말지니 포기하지 아니하면 때가 이르매 거두리라
– 갈라디아서 6장 9절

여호와께 감사하라 그는 선하시며 그 인자하심이 영원함이로다 여호와의 속량을 받은 자들은 이같이 말할지어다 여호와께서 대적의 손에서 그들을 속량하사 동서 남북 각 지방에서부터 모으셨도다
– 시편 107편 1-3절

† 기도
하나님. 사랑으로 복음을 제시하며 죄인 됨을 고백하고 용납하는 가정예배를 드리고 싶습니다. 가정예배가 훈계의 시간이 아니라 축복과 감사가 넘치는 자리가 되길 원합니다. 하나님의 은혜와 섭리를 증명하는 가족만의 역사의 자리, 믿음의 발자취로 남을 수 있기 원합니다. 우리 가정의 온전하신 주인은 하나님 한 분이심을 기억하며 ‘하나님의 자녀를 세우는’ 예배가 되게 하소서.

† 적용과 결단
가정예배, 당신도 애들을 ‘잡는’ 예배로 생각하시나요? 나의 기억 속에 그렇게 자리잡고 있나요? 오직 주인이신 주님만을 예배하기 위해 부모와 자녀가 사모하는 마음으로 나아오는 자리가 되기 위해 기도합시다. 우리 가정에는 ‘잡는’ 예배가 아닌 ‘하나님의 자녀로 세우는’ 가정예배가 되길 소망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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