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가장 먼 거리는 사람의 머리에서 가슴까지의 거리라고 한다. 물리적으로는 머리와 가슴 사이가 30센티밖에 되지 않지만, 머리에서 생각한 것이 정작 가슴으로 내려와 실천하게 되기까지가 너무 어렵기 때문이다.

나는 이 말에 100퍼센트 공감한다. 살다보면 머리로는 다 알아도 마음이 움직이지 않을 때가 많으니까. 특히 마음이 열리는 것은 절대 내 의지로 되지 않는다. 오직 하나님께 간구할 때 얻게 되는 선물이다.

E구역에는 에이즈 환자가 한 명 있었다. 교도소에서 주사로 마약을 맞다가 에이즈에 걸렸다고 했다. 그는 얼굴이 점점 검어지고, 몸도 뼈밖에 없을 정도로 흉측하게 변해 갔다. 워낙 영양이 부족하다보니 그에게는 식빵과 우유가 특별식으로 제공되었다. 그러나 에이즈는 하루하루 그의 몸을 갉아먹고 있었다.

나는 E구역의 모든 사람과 친하게 지냈지만, 단 한 명, 그와는 몹시 서먹서먹했다. 솔직히 말해 내가 그를 의도적으로 피해 다녔다고 하는 것이 맞다. 그가 에이즈에 걸렸다는 걸 알기 전에는 그와 친근하게 악수도 했었다. 그러다가 그 사실을 알게 된 이후부터 급격하게 거리를 두었다. 그리고 부랴부랴 그와의 기억을 되짚어 보기까지 했다.

‘내가 그와 뭘 했더라? 전화 수화기를 바로 다음에 사용하지 않았었나? 그 사람 침이 좀 튀지 않았을까? 아, 정말 찜찜하네….’

그래서 그를 정말 열심히 피해 다녔다. 전화를 하기 위해 줄을 서 있다가도 그가 내 앞에 서 있으면 혹시라도 침이 전화기에 묻어 있을까봐 두려웠다. 정말 부끄러운 고백이지만, 어떨 땐 기다리고 있던 사람 몇 명을 앞으로 보내기도 했고, 수화기가 부서져라 닦고 또 닦은 후에야 전화했다. 개수대에서 그가 손이라도 씻으면 한참 동안 피해 있다가 다시 씻으러 갔다. 사람은 영으로 통하니 그도 이런 내 마음을 눈치챘는지 오히려 그가 먼저 나를 피해주었다.

그런 그를 볼 때마다 괴로웠다. 나는 분명 주의 종인데, 그 한 사람도 품지 못하면서 다른 이들에게 하나님의 사랑을 전한다고? 내 안에 사랑의 마음이 없는데, 어떻게 하나님의 복음을 전할 수 있을까? 삶과 행동이 다른 나 자신이 너무 싫었다. 점점 마음의 가책이 심해졌다.

하루는 그날따라 가는 곳마다 그와 쉬지 않고 만났다. 화장실에 가도 있고, 운동장에 가도 있고, 다른 친구 방에 가도 있었다. 하나님께서 마치 그림자처럼 따라다니게끔 하신 것 같았다. 그런데도 그에게 선뜻 다가가기가 어려웠고, 마음이 너무 부대꼈다.

하나님, 너무 힘듭니다. 이런 저 자신이 정말 증오스러워요. 그런데 제 힘으로는 도저히 안 돼요. 어떡하면 좋아요? 도와주세요. 제 안에 사랑이 넘치도록 제발 도와주세요.’

난 내 마음조차 내 마음대로 못 하는 연약한 인간이라는 것을 또다시 깨닫는다. 차라리 눈앞에 보이지 않으면 잊히기라도 할 텐데 수시로 부딪히니 더 괴로웠다. 이런 내게 하나님께서 찾아와 조용히 물으셨다.

 지금 네가 하는 행동이 무엇이냐? 너의 사랑으로 하지 말고, 나의 사랑으로 가라!

하나님 앞에 부끄러워서 얼굴이 화끈거렸고, 쥐구멍에라도 들어가고 싶은 심정이었다. 스스로 의롭다고 생각했던 것, 교도소에서 많은 사람에게 복음을 전하며 스스로 잘했다고 생각했던 것, 그 모든 것이 허울뿐이고 다 가짜로 여겨졌다. 난 그동안 진짜 하나님의 사랑을 전하지 않았던 것이다. 가식적이고 가증스러웠던 내 모습에 대해 저절로 회개가 쏟아져 나왔다.

며칠 후, 복도를 돌다가 그와 부딪혔다. 그가 멋쩍게 웃으며 나를 피해 가려고 했다. 나는 얼른 손을 내밀어 악수를 청했다. 갑작스러운 나의 행동에 그가 당황해서 어쩔 줄 몰라 했다. 그런 모습을 보니 더욱 미안해졌다. 그에게 미안한 마음을 표시하는 대신 그를 꽉 껴안아주었다.

하나님은 널 사랑하셔. 네 삶을 포기하지 마. 하나님을 믿고 의지해.” 그는 내 어깨에 얼굴을 파묻고 흐느끼기 시작했다. 그의 뜨거운 눈물이 내 어깨를 적셨다. 그동안 나 때문에 얼마나 서러웠을까, 생각하니 코끝이 찡했다.

하나님이 이런 모습을 얼마나 기다리셨을까. 하나님은 내가 사람을 차별하지 않고 다 품어주기를 얼마나 바라셨을까. 모두가 다 손가락질하는 에이즈 환자라도 품어주고, 축복해주는 것이 하나님의 진짜 사랑과 긍휼함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어쩌면 나도 교도소에 갇히지 않았다면 평생 모르고 살았을 것이다. 하나님은 단단하게 굳은 내 마음을 이렇게 녹이고 계셨다. 사랑도, 용서도, 분노도, 마음을 다스리는 일까지 다 내려놓고 맡겨야 한다는 걸 다시 한번 깨닫는다.

– 주가 쓰시겠다, 윤치영

† 말씀
아무 일에든지 다툼이나 허영으로 하지 말고 오직 겸손한 마음으로 각각 자기보다 남을 낫게 여기고 각각 자기 일을 돌볼뿐더러 또한 각각 다른 사람들의 일을 돌보아 나의 기쁨을 충만하게 하라 너희 안에 이 마음을 품으라 곧 그리스도 예수의 마음이니
– 빌립보서 2장 3~5절

그러므로 하나님의 능하신 손 아래에서 겸손하라 때가 되면 너희를 높이시리라 너희 염려를 다 주께 맡기라 이는 그가 너희를 돌보심이라
– 베드로전서 5장 6, 7절

† 기도
하나님, 내 안에 아버지의 사랑이 가득하길 원해요. 그래서 사랑할 수 없는 사람, 미워할 수밖에 없는 사람까지 사랑하게 해주세요. 아버지의 그 큰 사랑으로 모두를 사랑하는 이가 되게 해주세요. 삶과 행동이 동일한 사람이 되어서 아버지 하나님이 사용하려 하실 때 제일 먼저 사용되는 사람 되게 해주세요.

적용과 결단
우리 모두 알 거예요. 살아가다가 보면, 아버지 하나님의 사랑이 아니면 절대 행할 수 없는 일이 있다는 걸요… 오늘 하루 사랑도, 용서도, 분노도, 마음을 다스리는 일까지 다 내려놓고 그분께 맡기는 하루 되시길 바래요. 그리고 그분의 사랑으로 나아가는 날 되길 기도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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