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님, 제가 ‘가장’인데…. 돈이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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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라는 삶의 무게는 결코 가볍지 않습니다. 부모님이 씌워주시는 우산 아래에서 비를 피하다 이제는 그 비를 오롯이 혼자 견뎌야 하는 시간같을 때도 있었죠. 하지만 부모는 자녀의 작은 신음 소리도 놓치지 않는것처럼 우리의 하늘 아버지는 우리의 모든 상황을 알고 계시고 우리가 그분께 나아오기를 기다리고 계십니다. 이제 우리가 부모가 되었을 지라도 그분에게는 우리는 그분의 자녀이니까요~ 사랑합니다. 나의 아버지~

드디어 자유다. 끝나지 않을 것 같던 광야가 드디어 끝이 났다.
출소 후 집에 돌아가 사랑하는 가족들을 만나는 순간 나는 이것이 바로 행복이란 것을 느꼈다.
하지만 내가 맞닥뜨린 현실은 너무나 비참했다.

구치소와 교도소, 재판 과정을 거치는 동안 모든 상황이 다 뒤죽박죽이 되어버렸다. 신학을 공부하겠다고 온 호주였는데, 이제 주일이 되어도 사역할 교회가 없어 괴로웠다.
또한 가정 경제가 다 무너져버렸다. 신문, 잡지 배달로 승승장구하던 사업체도 다른 사람에게 넘어가버려서 아내가 허리띠를 졸라매고 아이 둘을 간신히 키우며 생활하고 있었다.

감옥에서 나온 지 얼마 안 되던 날, 내가 갇혀 있는 동안 우리 가족의 어려운 일들을 자기 일처럼 도와주고, 보살펴준 변 전도사님께 전화하고 며칠 후 그 분을 집으로 저녁 초대하였다.

전화를 끊자마자 아내가 “대접할 음식이 하나도 없는데 어떡해요”라며 걱정부터 했다. 변 전도사님은 우리 형편을 다 알고 있어 비싼 음식이 아니어도 이해할 테니 냉장고에 있는 재료들로 정성껏 준비해서 대접하자고 했다.
아내는 난감해했다. 냉장고 안에 식재료가 아무것도 없다는 것이다. 설마, 하며 냉장고를 열어보았는데, 오렌지 주스 가루 말고는 진짜 텅 비어 있었다.

그날 밤 자려고 침대에 누워 있는데, 텅 빈 냉장고를 생각하자 기가 막혀 헛웃음이 났다. ‘가장’이라는 이름 앞에 덜컥 두려움이 앞섰다. 앞으로 어찌 살아야 할지 생각하니 막막했다.
“하나님 아버지, 돈 좀 주세요!”
아버지께 조용히 말하는데, 나도 모르게 눈물이 흘렀다. 아무리 힘들어도 이런 기도는 하지 않았는데 태어나서 돈 달라는 기도를 난생처음으로 해봤다.
그래도 어쩌랴! 기도밖에 할 수 있는 것이 없었다.

다음 날, 나보다 먼저 출소한 로버트에게서 갑자기 연락이 왔다.
교도소의 윙wing과 윙wing, 그러니까 구역과 구역이 나누어진 철창을 마주 보고 우리는 매일 성경공부를 같이하던 절친한 사이였다. 출소 후 연락이 닿지 않았는데, 그가 만나자고 소식이 온 것이다. 오랜만에 만난 로버트에게 물었다.

“로버트, 지금 무슨 일을 해? 돈은 많이 벌고 있어?”
“윤, 돈 필요해? 내가 돈 좀 줄까? 나에게 전 재산 600달러가 있는데, 우리 둘이 반씩 나누자. 내가 300달러 빌려줄게.”
“아, 그건 아닌데…. 괜찮아. 돈 필요 없어.”

그가 밑도 끝도 없이 돈을 빌려주겠다고 말해서 솔직히 당황했다. 그러더니 바로 우리 집에 가자고 했다. 나는 그를 집으로 데려가기가 꺼려졌다. 나야 교도소에서 함께 지낸 사이니까 상관없지만, 아내와 아이들이 전과자인 그와 만나는 것이 부담스러웠기 때문이다.

어쩌면 마음 한편에 그에 대한 불신이 있었던 것 같다. 그래도 계속 가자고 하는 그의 말에 어쩔 수 없이 그를 집으로 데리고 갔다. 주스 한 잔을 나눠 마시고 나서 로버트가 가겠다고 일어서며 날 데리고 나갔다. 그러더니 내게 400달러를 주는 게 아닌가!

“너는 가족이 있으니까 300달러 말고, 400달러 가져. 그리고 윤, 나는 널 형제라고 생각해. 이거 빌려주는 거 아냐. 그냥 너 줄게.”

로버트는 그렇게 억지로 내 손에 돈을 쥐어주고 씩 웃으며 사라졌다. 나는 그에게 너무 미안했다. 그는 우리 가족을 보고 긍휼함을 품었는데, 나는 그가 전과자라고 색안경을 끼고 봤으니 말이다. 나는 여전히 주님 앞에서 다듬어져야 할 부분이 많은 사람이었다.

동시에 내 안에 하나님이 주시는 마음이 들어왔다.

“아들아, 네가 한 기도를 내가 다 들었다.”
‘아, 그랬구나. 침대에 누워서 아버지, 돈 좀 주세요, 했던 내 기도를 들으셨구나.’
그 순간 확신이 들었다. 하나님은 늘 기도를 듣고 계시고, 또 앞으로 어떤 일이 있어도 절대로 굶어 죽지 않는다는 것을 말이다.
<주가 쓰시겠다> 윤치영p18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