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죄명이 뭐니?”

‘죄명’이라는 단어가 가슴을 후벼팠다.

‘그렇지, 나 죄인이지… 내 죄명이 뭐지? 내가 무슨 일로 여기 구속됐더라?’

기억을 상기시켰다.

그 아이를 부모한테서 떼어내면서 ‘납치’, 그 아이가 난리 부리는 걸 제압하는 과정에서 몸에 멍이 생겨 ‘폭력’, 그 아이의 여권을 숨겨놓아서 ‘무장 강도’, 내가 이런 죄명으로 고발되었다는 것이 다시 선명하게 되살아났다.

아무 대답이 없자 그가 다시 물었다.

“너 죄명이 뭐냐고?”

“납치, 폭력, 무장 강도.”

죄명을 읊는 것조차 너무 고통스러워서 나는 힘없이 대답했다.

그러자 그가 눈이 동그래져서 물었다.

“Are you a Korean gangster?(너 한국 깡패야?)”

“Maybe.(아마도)”

어릴 때부터 태권도, 합기도, 유도 등 여러 운동을 했기 때문에 당시 누가 봐도 나는 주먹깨나 쓰게 생긴 외모를 가지고 있어서 그렇게 믿어졌을 것이다. 저녁이 될 때까지 둘 다 말없이 각자 생각에 잠긴 채 앉아 있었다. 그런데 하나님이 마음에 강하게 말씀하셨다.

어서 침묵을 깨고 그에게 말을 시켜!”

하나님이 주신 마음, 특히 말하라고 하시는 ‘내용’이 구치소에 어울리나, 싶을 정도로 뜬금없었다. 그래서 말할까 말까 계속 망설였다. 그런데도 어서 빨리 말하라는 마음을 계속 주셨다. 결국 침묵을 깨고 내가 말을 걸었다.

“그럼 넌 여기 왜 들어왔는데?”

“애인이 바람피워서 칼로 30번 찔러서 죽였어. 아마 종신형을 받게 되겠지.”

살인을 저질렀다는 얘기에 난 잠시 말문이 막혔다. 하지만 다시 용기를 내어 말을 이어갔다.

“너 여기 들어오기 전에 무슨 일 했는데?”

“막노동했어. 그럼 넌 진짜 갱스터야?
아니면 원래 직업이 뭔데?”

“나는 전도사 하다가 들어왔지.”

“아니, 전도사가 왜 이런 곳에 들어와?”

전도사라는 말에 그가 놀라는 눈치였다. 결국 나도 내가 들어오게 된 사연을 다 이야기했다. 그러면서 신앙 이야기로 자연스럽게 흘러갔다. 하나님이 ‘꼭 하길 원하는 말’은 아직 꺼내지도 않은 상태였다. 어서 빨리 하라고 재촉하시는 것 같아 계속 부대꼈다. 결국 조심스레 물어보았다.

“넌 하나님 사랑하니?”

“아니 웬 하나님?”

“하나님이 너를 사랑하셔!”

“뭐라고? 누가 날 사랑해?”

하나님이 널 사랑하신다고.”

그가 피식, 어이없다는 듯 웃었다. 굴하지 않고 나는 계속 말했다.

“너 한 번 생각해봐라. 이 지역 구치소에 수감된 사람들을 다 합하면 얼마나 될 것 같아? 대략 6,000명이 넘을 거야. 그럼 그 6,000명 중에 목회자는 몇 명이나 될 것 같아?”

“아마도 너 한 명?”

“맞아. 나도 그렇게 생각해. 6,000명 정도 되는데 목회자는 단 한 명! 내가 너랑 같은 방을 쓰게 됐다는 것. 그건 하나님이 널 너무 사랑하셔서 이 방에 날 보내신 거야. 하나님이 널 선택하셨다는 증거라고.”

“오 마이 갓!”

하나님이 자기를 사랑하신다는 사실을 알려주기 위해서 나를 자기에게 보내셨다는 걸 진심으로 믿는 것 같았다. 솔직히 말해 그걸 믿는 것을 보면서 오히려 내가 더 놀랐다. 그런데 더 놀라운 건 그가 던진 질문이었다.

“예수님은 왜 십자가에 매달려 돌아가신 거야?”

바로 너 때문이야!
주님께서 너를 너무 사랑하시기 때문에 십자가에 매달려 돌아가신 거야.”

내 대답에 그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그의 마음이 조금 열렸다는 게 느껴졌다. 엄청나게 현란한 표현으로 복음을 전한 것도 아닌데, 영어도 잘 못하는데, 그저 단 한 마디, 주님이 널 사랑하신다는 말에 마음이 열렸다? 하나님이 내 마음 가운데 찾아와 자꾸 그에게 말을 걸라고 했던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었나?

그가 그 자리에서 바로 예수님을 영접했다. 그리고 자기에게 하나님의 사랑을 알려줘서 고맙다고 했다. 그러면서 본인이 2층 침대에서 자겠다며 아래층 침대를 나에게 양보했다. 그건 정말 엄청난 결정이었다. 왜냐하면 햇볕이 잘 들어오지 않는데다가 2층은 천장과 가까이 붙어 있어서 1층보다 더 습하고 어두웠고 그러다보니 이불도 눅눅해서 벌레들이 셀 수 없이 우글거렸기 때문이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그의 담배 연기에 내가 얼굴을 찡그리자 그는 철장의 좁은 틈 사이에 얼굴을 바싹 대고 담배 연기를 밖으로 내보내려고 애쓰는 게 아닌가. ‘와! 내 말에 하나님에 대해 마음을 연 것도 신기하고, 하나님이 자신을 사랑한다는 걸 믿는 순간 나를 배려한다? 이게 뭐지? 하나님이 하신 일 맞나? 비록 죄인이지만 천성이 착한 사람인가?’

그의 변화가 신기하면서도 한편으로 그냥 우연인가 싶어 긴가민가했다. 하지만 그날의 일이 결코 우연이 아니었음이 그다음부터 계속 드러났다.

우리는 행복하고 편할 때는 감사를 잊고 산다. 아니, 감사는커녕 오히려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인다. 심지어 아홉 가지 가진 것은 생각하지 않고, 한 가지 없는 것에 불만을 토로한다.

받은 복을 세어보라고 해도 아직 받지 못한 복에 대한 아쉬움을 놓지 못할 만큼 어리석을 때가 많다. 하지만 인생이 바닥을 칠 때, 비로소 그동안 감사할 게 얼마나 많았는지를 깨닫게 된다.

나 역시 그랬다.

구치소에 수감되어 며칠 동안 2층 침대에서 벌레들과 부대끼다가 아래층 침대로 내려오게 되자 감사를 떠올렸다. 그나마 덜 눅눅한 이불을 덮으니 너무 좋았다. 마음속에 ‘좋다’라는 한 마디가 떠오르는데, 그렇게 달콤할 수가 없었다.

덜 눅눅한 이불 한 장이 이토록 소중하다니! 이 상황이 너무 감격스러웠다. 구치소에 들어온 지 며칠 만에 처음으로 고통스럽다는 생각에서 아주 잠시나마 벗어날 수 있었던 날이다.

– 주가 쓰시겠다, 윤치영

† 말씀
감사로 제사를 드리는 자가 나를 영화롭게 하나니 그의 행위를 옳게 하는 자에게 내가 하나님의 구원을 보이리라
– 시편 50편 23절

주께서 사랑하시는 형제들아 우리가 항상 너희에 관하여 마땅히 하나님께 감사할 것은 하나님이 처음부터 너희를 택하사 성령의 거룩하게 하심과 진리를 믿음으로 구원을 받게 하심이니
– 데살로니가후서 2장 13절

† 기도 
하나님, 오늘을 살아감에 감사합니다. 지금 이 순간, 누리고 있는 모든 것이 당연한 것이 아님을 늘 잊지 않겠습니다. 받지 못한 것에 아쉬워하는 것이 아니라 받은 복을 세며 감사가 끊이지 않는 제가 되겠습니다.

적용과 결단 
우리는 늘 뭔가 큰 것을 원하기에, 스쳐 지나가는 작은 것에 감사를 잊어버립니다. 그리고 후회하지요. ‘아… 그것이 작은 것이 아니라 정말 큰 감사였는데…’ 나를 구원해 주신 것도 감사하고, 매일의 평범한 일상이 감사하고, 오늘도 가족과 건강하게 하루를 보내는 것이 감사하고, 오늘도 밥을 먹을 수 있는 것이 또한 감사임을 생각하세요. 당신에게는 이미 넘칠 만큼 감사한 것이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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