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음악을 좋아한다.
어려서 나는 노래를 아주 잘 불렀다. KBS방송국의 ‘누가누가 잘하나?’라는 프로그램에 나가서 일등을 한 적도 있었다.

변성기 때 성대 관리를 잘못하여 결국은 성악을 할 수 없게 되었지만 음악을 상당히 좋아한다. 그래서 어려서부터 아이들에게 악기 하나씩을 가르쳐주었다. 초등학교 1학년부터 중학교 3학년까지는 무조건 악기 하나씩을 배워야 한다는 것이 우리 집의 불문율이었다. 큰아이는 피아노, 둘째는 플루트, 셋째아이는 바이올린을 배웠다.

큰아이가 중학교 2학년 때 일이다. 교회에서 가족찬양대회가 열렸는데 우리 가족도 초청되었다. 그래서 나는 큰애에게 피아노 반주를 하라고 말했다. 교인들에게 우리 애가 피아노를 잘 친다는 것을 알릴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기 때문이다.

그런데 큰아이는 내 앞에서는 아무 말도 안 하더니 제 엄마에게 가서 피아노 치기 싫다고 이야기한 모양이었다. 자기도 같이 노래하고 싶다고 했단다. 그때 아내가 깊이 생각하지 않고 아이에게 이렇게 얘기했다고 한다.

야 이놈아, 아빠가 월급 타다가 밥 먹여주고 공부시켜주고 피아노까지 가르쳐주었는데 그것도 안 하겠다면 쓰겠냐?”

그 이야기를 듣고 아내에게 그건 당신이 잘못 말했다고 한 후 나는 아이에게 편지를 썼다. 그 내용은 대략 이렇다.

너도 알다시피 아빠는 형제 없이 혼자 커서 어려서도 개와 고양이를 형제로 알고 살았다. 그러다가 결혼하여 엄마가 너를 임신했을 때 아빠는 얼마나 기뻤는지 모른다.

그래서 네가 태어나기도 전에 네 이름을 ‘부열’(父悅, 아비의 기쁨이라는 뜻)이라고 짓지 않았니? 네가 태어나서 적어도 1년은, 아빠는 버스정거장에서 집까지 한번도 걸어가본 적이 없단다.

네가 빨리 보고 싶어서 아빠는 늘 뛰어다녔지. 그때 네가 나에게 준 기쁨이란 평생 갚아도 갚을 수 없을 만큼 큰 것이었어. 말하자면 그건 내가 네게 진 빚과 같은 거야. 네가 나에게 빚이 있다면 사실은 나도 네게 빚이 있단다. 그러니까 아빠에게 진 빚 때문이라면 치기 싫은 피아노 억지로 치지 않아도 된다. 피아노 치기 싫으면 피아노 안 쳐도 돼.

대회가 있던 날 아이는 아무 소리 없이 피아노를 쳤다. 아니 마지못해 피아노를 친 것이 아니라 기쁜 마음으로 기분 좋게 피아노를 쳤다. 그리고 그 편지 이후 얼마나 나를 따르게 되었는지 모른다. 나는 그 편지 한 장으로 자녀의 마음을 얻게 되었고 자녀를 교육할 수 있는 권한과 기회 또한 얻게 되었다. 아이는 그 후로 내 말을 들으려 했고 존중하려 했다.

 후에 나는 그 내용으로 글을 한 편 썼다. 글의 제목은 ‘자식의 은혜’였다. 들어본 적이 있는지 모르겠다. 자식의 은혜라고 하니 그 말이 좀 이상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분명 자식의 은혜가 있다. 많은 자식들이 부모의 은혜를 안다. 그러나 대부분의 부모들은 자식의 은혜를 모른다. 내가 내 자식의 은혜를 알아주었더니 자식은 부모의 은혜를 생각해주었다. 부모의 은혜만 강조하며 폭력적으로 효도를 권해서는 안 된다. 그런 방법은 통하지 않는다.

어느 앙케트 조사에 따르면 젊은이 중 70퍼센트가 자기 부모를 미워한다고 답했다 한다. 부모 대하기 힘들어하고 싫어하는 정도가 아니라 미워한다는 것은 충격적인 이야기가 아닐 수 없다.

당신은 그 이유가 어디에 있다고 생각하는가? 사람들 말처럼 요즘 젊은이들이 사람의 도리도 모르는 패륜아들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하는가? 그러나 꼭 그렇지만은 않다. 대부분 그 원인은 자녀에게 있기보다 부모들의 권위주의적이고 폭력적인 자세에 있다.

큰아이의 이 피아노 사건(?)에서 ‘자식의 은혜를 아는 부모’라는 이 책의 제목이 되기도 한 말이 나왔다. 그리고 그것이 자식을 대하는 나의 태도와 마음에 큰 영향을 주었고, 결국은 아이들 셋을 큰 갈등 없이 잘 키울 수 있게 되었으며, 지금까지도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고 할 만한 부모 자식 사이로 이어지게 된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부모의 은혜를 모르는 아이들도 꽤 많지만, 사실은 그보다 자식의 은혜를 모르는 부모들이 더 많은 것 같다. 부모가 자식의 은혜를 깨닫게 된다면 많은 부모들과 자식들의 사이가 좋아지지 않을까?

– 자식의 은혜를 아는 부모, 김동호

† 말씀
네 집 안방에 있는 네 아내는 결실한 포도나무 같으며 네 식탁에 둘러 앉은 자식들은 어린 감람나무 같으리로다
– 시편 128편 3절

여호와께서 시온에서 네게 복을 주실지어다 너는 평생에 예루살렘의 번영을 보며 네 자식의 자식을 볼지어다 이스라엘에게 평강이 있을지로다
– 시편 128편 5, 6절

† 기도
하나님, 귀한 자녀 주심을 감사합니다. 자녀를 통해 주신 기쁨과 행복이 얼마나 큰 감사요 은혜인지를 다시 한 번 깨닫습니다. 하나님이 우리에게 주신 사랑과 존중을 기억하며, 내 자녀를 그렇게 사랑하고 존중하게 하소서. 나의 소유물로 생각하고 억압하며 마음대로 하는 것이 아니라 한 인격체로 인정하고 사랑하게 하소서.

적용과 결단
내가 번 돈으로 밥 먹고 산다고 내 마음대로 한다? 이것은 교육이 아니라 폭압입니다. 교육적 자세는 인격적인 자세입니다. 나는 자녀들을 인격적으로 대하는지 되돌아봅시다. 한 인격체로 인정하고 존중하기 위해 노력하는 자세가 필요함을 기억하고 행동하기로 결단합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