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교 2학년 때 학교에서 스케이트를 배웠다. 그 당시 신설동에 우리나라에서는 최초로 실내스케이트장이 생겼는데, 학교에서 그곳에 단체로 가서 스케이트를 배우도록 한 것이다. 나는 보기보다 운동 신경이 발달한 편이다. 그래서 그날로 스케이트를 배웠다. 코너를 도는 것까지 마스터했다. 스케이트 타는 것이 얼마나 재미있었는지 집에 돌아와서도 온통 스케이트 생각뿐이었다.

스케이트 타는 것이 너무 좋아서 어느 날 나는 아버지에게 스케이트를 하나 사달라고 말씀드렸다. 그러나 아버지는 아들에게 스케이트를 사줄 여유가 없었다. 머뭇머뭇하시더니 머리를 긁으시면서 미안하다고 말씀하셨다.

아들이라고 너 하나밖에 없는데 스케이트도 하나 사주지 못해 미안하구나.”

나는 그날 아버지께 너무나 죄송했다. 아버지에게 그만한 돈이 없다는 것을 뻔히 알면서도 철없이 아버지에게 스케이트를 사달라고 하여 아버지를 난처하게 만든 것 같아 참으로 죄송했다.

다른 부모 같았으면 다 큰 자식이 철없이 집안 사정도 모르고 스케이트 사달란다고 아마 야단을 치셨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 아버지는 그렇지 않으셨다. 나에게 미안하다고 하셨다. 아버지는 당신이 무능하여 가난한 것을 자식에게 정말로 미안하다 여기시는 분이었다. 그렇게 생각하는 것은 절대로 쉬운 일이 아니다.

나는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학교에서 가는 수학여행을 가보지 못했다. 잘못하면 사춘기에 마음의 상처로 남을 수 있는 일이다. 그러나 나에게는 어린 시절 가난의 흔적이나 상처가 거의 없다. 가난이 주는 부정적인 영향을 생각할 수 있겠으나 다행히 나에게는 그런 것이 별로 없다. 그럴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뭘까? 아버지가 내게 미안하다고 말씀하셨기 때문이 아닐까?

자신의 부족함을 미안해할 줄 아는 마음은 자녀교육을 위하여 매우 중요한 자세가 된다. 일단 그런 자세가 되면 교육은 누구나 가능하고 언제나 가능하고 어디서나 가능하다. 한걸음 더 나아가서 자신의 실수를 솔직하게 사과할 줄 아는 마음이 필요하다.

많은 부모들이 자신의 실수와 잘못을 자녀들에게 솔직하게 인정하지 못하고 있다. 잘못된 자존심과 권위의식 때문이다. 그러나 그것은 잘못된 생각이다. 부모의 권위는 자신의 실수와 잘못을 솔직하게 인정하는 데서부터 나온다. 우리는 이것을 알아야 한다.

뉴질랜드의 어느 집회에서 만난 장로님께 귀한 이야기를 들었다. 그 장로님의 큰딸은 자기 주관과 고집이 센 자녀였는데 어느 날 장로님이 화가 나서 그만 딸의 뺨을 때렸다고 한다.

그러자 그 딸은 눈을 똑바로 뜨고 “아버지는 장로님이라고 그러시지만 저는 아버지에게서 전혀 예수님을 찾아볼 수가 없습니다. 나는 무조건 아버지에게 순종할 수는 없습니다. 때리시려면 더 때려보세요”라고 소리를 질렀다고 한다.

그 말에 너무 충격을 받은 장로님은 잠시 자기 방에 가서 생각을 했다고 한다. 그리고 딸에게 가서 딸의 말을 인정하고 정식으로 사과하셨다고 한다. 그리고 앞으로는 정말 예수 믿는 사람답게 살아보겠다고 말씀하셨다는 것이다. 그러자 딸도 즉시 자기 잘못을 인정하고 아버지를 부둥켜안았다고 한다. 그 후로는 부녀 사이가 좋아져서 아주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는 이야기였다.

그때는 장로님과 딸 사이의 아주 큰 위기였다. 만일 그때 장로님이 딸에게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하지 않으셨다면 딸과 아버지의 관계는 좀처럼 회복되기 어려웠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아주 적절한 때에 자기 잘못을 솔직히 인정하여 벼랑 끝에 선 것같이 위태위태하던 관계를 다시 회복하게 된 것이다. 부모가 자기의 실수와 잘못을 인정하지 않으면 자녀들도 자기의 실수와 잘못을 인정하기 싫어한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자녀를 교육하려고 하는 부모들이 반드시 알아야 할 것이 있다. 자기의 부족과 실수에 대해 미안해 하고 사과할 줄 아는 부모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것이 자녀를 교육하려고 하는 부모들이 반드시 갖추어야 할 필수 자세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당신은 자녀에게 미안하다는 말을 하는가? 자녀에게 잘못했다고 말해본 적이 있는가?

– 자식의 은혜를 아는 부모, 김동호

† 말씀
자기 집을 잘 다스려 자녀들로 모든 공손함으로 복종하게 하는 자라야 할지며
– 디모데전서 3장 4절

자녀들아 우리가 말과 혀로만 사랑하지 말고 행함과 진실함으로 하자
– 요한일서 3장 18절

아비들아 너희 자녀를 노엽게 하지 말지니 낙심할까 함이라
– 골로새서 3장 21절

† 기도
하나님, 자녀를 주셔서 감사합니다. 주신 자녀에 감사하면서도 부모의 권위를 앞세워 실수와 잘못을 솔직히 인정하지 못할 때가 많았음을 고백합니다. 나의 부족과 실수에 대해 미안해하고 사과할 줄 아는 부모가 되게 하소서. 깨달을 수 있는 지혜와 은혜를 허락하소서.

적용과 결단
자녀에게 “정말 미안하다!”고 말해본 적이 있습니까? 부모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사과 않고 버티는 고집은 없는지 생각해보고, 자신의 실수와 잘못을 인정하며 사과할 줄 아는 부모가 됩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