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 내가 참으로 비겁했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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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말을 듣지 않을 때나 자기 맘대로 하려고 할때 힘들게 벌어서 부족함 없이 키우려고 애쓴게 생각나 서운함이 같이 몰려옵니다. 드라마 대사에나 나올법한 ‘내가 너를 어떻게 키웠는데…’하고 말이죠. 하지만 자녀의 나의 소유물이나 내가 조정할 수 있는 대상이 아님을 깨닫고 부모이기 때문에 자녀를 먹이고 입힐수 공부 시킬 특별한 권한이 주어졌던것임을 감사하는 하루가 되길 원합니다.

개인적으로 잘 아는 분이 있다.
그 분은 대학에서는 교수로 교회에서는 장로로 섬기는 분이다. 교수로 상당한 실력을 인정받아 국가의 큰 일을 감당하기도 했고 그 교회 담임목사의 존경을 받을 정도로 훌륭한 장로님이기도 하다.

어느 날 지방에서 공부를 하고 있던 장로님의 딸이 학기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왔다.
그런데 이게 웬 변고인가! 딸은 머리를 아주 샛노랗게 염색하고 돌아왔다.
아버지는 흥분하지 않고 조용히 딸을 불렀다.
그러나 아주 단호하게 다음과 같이 말했다고 한다.

“너는 열여덟 살이 넘었으니 집을 나가서 독립해도 된다.
독립해서 살면 머리도 네 마음대로 하고 살아도 된다. 그러나 내 집에서 나와 함께 사는 동안에는 내 말을 들어야 한다.”

장로님의 딸은 한참 고민하더니 결국 아버지의 말대로 머리를 고쳤다고 한다. 당신이라면 이 일을 어떻게 생각하는가? 그 장로님이 하신 행동이 옳다고 생각하는가 아니면 잘못되었다고 생각하는가?

대부분의 부모들이 그렇게 생각하고 행동한다.
언젠가 나도 둘째에게 꼭 그렇게 이야기해본 적이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그때 내 말과 행동이 잘못되었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때 둘째아이는 나에게 비겁하다고 했다.
경제적으로 자립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은 자신을 몰아붙여서
억지로 아버지 말에 따르게 하는 것은 비겁한 일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아버지에게 이런 말을 듣는 자신이 참으로 비참하다고 느낀다고 이야기했다.

나도 그때 내가 참으로 비겁하다고 생각했다.
아이에게 참 미안했다.

밥 먹여주고 용돈 주고 학비 대주고 옷까지 사주니 너는 무조건 내 말을 들어야 한다는 것은 너무 폭력적인 말이다.
그런 생각과 자세를 가지고 있는 부모라면 절대로 자녀교육에 성공할 수 없다.

부모가 자녀에게 돈을 주고 먹을 것을 주고 학비를 대주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절대로 그 일을 가지고 권리 주장을 해서는 안 된다.
물론 부모는 자녀를 교육하고 훈계하고 가르칠 권한이 있다. 그것은 부모이기 때문에 그렇다.
부모이기 때문에 그런 권한이 있는 것이지 자녀를 먹이고 입히고 공부시켰기 때문에 그런 권한이 주어지는 것은 아니다.

머리를 노랗게 염색한 일은 정말 잘못이면
아이가 내 집에 있든 독립해서 살든 끝까지 그것은 옳지 않은 일이라고 이야기해야 한다.
내가 주는 돈으로 생활하면 내 말을 들어야 하고
내가 주는 돈으로 살지 않으면 네 맘대로 해도 된다는 식은 옳지 않다.

특히 내 돈을 받는 동안에는 무조건 내 말을 들어야 한다니 이것은 정말 옳지 않은 말이다.
내 아이의 말과 같이 이 말은 비겁하다. 그리고 그런 부모의 행동이 아이들을 비참하게 만들고 있다.
<자식의 은혜를 아는 부모>김동호 p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