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 힘들 때 함께 울어주는 것들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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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다보면 한 구절의 시가 마음을 따뜻하게 하기도 합니다. 두 명의 크리스천 시인이 ‘함께 울어주는 시’를 직접 골라주었습니다. 소개하는 시들이 따뜻한 위로와 소망, 격려가 되기를….

만약 내가

에밀리 디킨슨

만약 내가 한 사람의 가슴앓이를
멈추게 할 수 있다면,

나 헛되이 사는 것은 아니리.
만약 내가 누군가의 아픔을
쓰다듬어 줄 수 있다면,

혹은 고통 하나를 가라앉힐 수 있다면,
혹은 기진맥진 지친 한 마리 울새를

둥지로 되돌아가게 할 수 있다면,
나 헛되이 사는 것은 아니리.

기도

나 태 주

내가 외로운 사람이라면
나보다 더 외로운 사람을
생각하게 하여 주옵소서

내가 추운 사람이라면
나보다 더 추운 사람을
생각하게 하여 주옵소서

내가 가난한 사람이라면
나보다 더 가난한 사람을
생각하게 하여 주옵소서

더욱이나 내가 비천한 사람이라면
나보다 더 비천한 사람을
생각하게 하여 주옵소서

그리하여 때때로
스스로 묻고
스스로 대답하게 하여 주옵소서

나는 지금 어디에 와 있는가?
나는 지금 어디로 향해 가고 있는가?

나는 지금 무엇을 보고 있는가?
나는 지금 무엇을 꿈꾸고 있는가?

시인 나태주
1945년 충남 서천에서 출생하여 1971년 신춘문예 시 당선으로 시인이 되었다. 첫 시집 《대숲 아래서》에서부터 《세상을 껴안다》까지 33권의 시집을 출간했다. 현재는 공주문화원장으로 일하고 있다.

ㄴ “에밀리 디킨슨의 를 외우다 보면 많은 위로와 각성이 됩니다. 그의 시는 서강대학교 영문과 교수이며 매우 아름다운 문장으로 글을 썼던 故 장영희 교수가 가장 사랑했던 작품입니다.

에밀리 디킨슨의 생애와 장영희 교수의 생애가 여성이라는 점과 좋지 않은 조건에서 인생을 살았다는 점에서 서로 닮아 있고, 그러면서도 인생을 아주 아름답게 살면서 좋은 일, 의미 있는 일을 많이 하면서 살았다는 점에서 그렇습니다.

누군가를 위로할 때 필요한 건, 그저 함께 진심으로 울어주는 마음 아닐까요?”

작고 세미한
서성환

꽃도 피우지 못하고 말리우는 들꽃들
날아오르지 못하고 사라지는 애벌레들

펼쳐 보지도 못하고 스러지는 꿈들
종래 실패자로 끝내야 하는 인생들

이루 말할 수 없는 안타까움
의미도 모르겠는 허망함

이해할 수 없는 현실
결코 삭힐 수 없는 한(恨)들

그 끝 모를 서글픔, 착잡함
절망 같은 긴 기다림
그 속에 담겨 언뜻 언뜻 들리는
작고 세미한 음성 ..

그저 감싸 안는 그 거짓 없는 따스함
있는 그대로의 푸근함

모든 조바심을 뛰어넘는
그 평안한 온전함

존재(存在)의 위로
초탈(超脫)의 자유
ㄴ“목회자로서 겪는 어려움과 고통 중에서도 위로받을 수 있었던 것은 하나님을 아버지라 부를 수 있는 특권이었습니다 .

아버지이신 하나님께서 언제나 선하시고 내 형편과 사정을 알아주심을 믿고 소망하며 많은 위로가 되었으니까요.

위로할 수 있는 유일한 분은 저에게 작고 세미한 음성으로 다가오시는 하나님뿐입니다. 그 은총을 깨달을 때 비로소 누려지는 따뜻하고 푸근한 존재의 위로를 느끼셨으면 좋겠습니다.”

하나님 아버지
서성환

하나님,
제겐 참 두려운 게 많습니다.

잘 모르는 것도 너무 많습니다.
부끄러운 일은 다 헤아릴 수도 없습니다.

지치고 힘겨워 헐떡일 때도
더러 더러 있습니다.

그런데도
의연한 척해야 할 때도 있습니다.

그래도
하나님 아버지
하나님을 아버지라 부를 수 있어

참 좋습니다.
참 다행입니다.

시인 서성환
연세대학교 연합신학대학원에서 조직신학을 공부하고 신학석사학위(Th.M)를 받았다. 현재 사랑하는교회 담임목사로 일하고 있다. 시집《가난하지만》,《꿈을 캐내어라》가 있고, 다수의 성경공부 교재를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