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몰 스텝 #10] 나만의 속도로 살아가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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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보 같은 짓이었다. 그러나 어쩔 수 없었다. 천만 원짜리 프로젝트 의뢰가 왔는데 거절할 수 밖에 없었다. 백만 원짜리 일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천만 원 짜리 일을 하면서 백만 원짜리 일을 만족스럽게 해낼 자신이 없었다.

두 가지 일을 모두 만족스럽게 해내려면 보름은 밤을 새워야 할 것 같았다. 물론 20대의 나로 돌아가 죽는 셈치고 한다면 못 해낼 것도 없을 것 같았다. 그러나 그 선택의 순간에 한 가지 질문이 떠올랐다.

“이런 삶을 5년 후에도 이어갈 수 있을까?”

나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안정적인 수익을 얻는 대신 포기해야 할 많은 것들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천만 원짜리 일을 제안한 담당자는 당장 일을 시작하자고 했다. 필요하다면 합숙을 해서라도 일을 마치자고 했다. 하지만 그 일에 올인하려면 지금 하고 있는 일들의 많은 부분을 소홀히 할 수밖에 없을 것 같았다.

그것은 먼저 일을 제안한 사람과의 신뢰를 해칠 것이 분명해 보였다. 그 신뢰는 프로젝트의 액수로 가늠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 며칠 간의 고민 끝에 거절의 뜻을 전할 때는 큰 결심이 필요했다. 하지만 지금도 그렇고 앞으로도 나는 같은 결정을 내릴 것이다.

어느 날 저녁, 또 다른 미팅 장소로 이동하기 전에 잠깐 들른 선릉에서 멋진 노을을 만나 잠시 쉬었다.

남다르게, 나답게

사람들은 저마다의 속도로 산다. 단기간에 생각지도 못한 결과를 뽑아내며 성취감을 누리는 사람들을 나는 적지 않게 알고 있다. 그들의 목표는 보통 사람들의 기대를 훌쩍 뛰어넘을 만큼 높다. 그 일이 성공할 경우 만족도도 높다.

그러나 그러기 위해 서는 많은 희생이 뒤따른다. 그런 삶을 함부로 평가할 순 없다. 그러나 그렇게 사는 사람을 인정하는 것과 그들처럼 사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나는 ‘그들처럼’ 살고 싶지 않다. 나는 내 속도로 살고 싶다. 그것이 비록 놀라운 성취와 대단한 부를 가져다 주지 못한다 해도 말이다. 하나를 잡으려면 다른 하나를 놓아야 한다. 그것이 삶의 법칙이다. 모든 것을 가질 수 없고, 모두에게 칭찬받을 수 없다. 그리고 그 선택은 온전히 ‘자기다운’ 것이어야만 한다.

나는 조금 느린 삶을 살고 싶다. 매일 아침 커피 한 잔을 마시며 나를 돌아보는 시간만큼은 지키고 싶다. 일의 노예가 아닌 주인으로 살고 싶다. 그 일을 선택하는 기준이 ‘돈’보다는 ‘신뢰’였으면 좋겠고 나를 채우는 일이었으면 한다.

매일의 그 일이 남을 돕기도 하지만 나를 살찌우기도 했으면 좋겠다. 형식은 을이지만 갑의 삶을 살고 싶다. 다른 누군가가 할 수 없는 나만의 일하는 방식을 만들고 싶고, 나만이 할 수 있는 일의 주도권을 쥐고 내 속도로 살고 싶다.

지난 4년간 매일의 삶을 기록한 ‘세 줄 일기’가 7권째를 맞았다. 이곳에 ‘나다운’ 삶의 힌트들이 곳곳에 숨어 있다.

그렇다고 게으르게 살고 싶지는 않다. 오래도록 일하려면 자신의 삶의 속도를 알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순간의 목표에 도달 하기 위해 무리한 나머지 건강과 가족과 신뢰를 잃어가는 모습을 너무나 많이 보아왔다.

단기간에 무엇인가를 이루려면 희생이 뒤따르게 마련이다. 때로는 희생도 필요한 법이지만 그것이 절대로 잃어서는 안 될 가치 있는 것일 경우엔 얘기가 달라진다. 일의 성공을 위해 가족과 친구의 신뢰를 포기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적어도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삶의 속도를 지키는 방법

삶의 속도를 지키는 장치에는 여러 가지가 있을 것이다. 나의 경우엔 스몰 스텝 플래너가 그 장치다. 하루 동안 잊지 않고 해야 할 목록들이 삶의 속도를 보여주는 속도계인 셈이다. 체크하지 못한 빈칸이 많다는 것은 내 삶의 속도가 지나치게 빠르다는 증거다. 하루 중 단 10분을 못 낼 만큼 바쁘다는 것은 건강하지 않다는 것이다. 내 삶의 질이 훼손되고 있다는 증거다.

물론 클라이언트의 만족을 위해 최선을 다할 때는 미련 없이 플래너를 내려놓는다. 그러나 그 일이 끝나면 다시 삶을 점검하기 시작한다. 삶의 속도를 회복하기 위해 아침에 일어나 일기를 쓰고, 영어 단어를 외우고, 성경을 읽고, 음악을 듣고, 필사를 한다.

그렇게 삶의 리듬을 찾아간다. 만일 내가 이런 스몰 스텝을 하나씩 밟아가지 않았더라면 내 삶은 지금과 많이 달랐을 것이다. 생각보다 무리했을 수도, 생각보다 게을렀을 수도 있을 것이다. 터널 에 들어가면 주변의 풍경을 느낄 수 없어 속도감을 잃고 사고를 내기 쉬워지듯이.

그래서 나는 매일 스몰 스텝을 밟는다. 내 삶의 속도를 지키며 살기 위해서.

글 = 박요철
7년간 브랜드 전문지의 에디터로 살다가 지금은 작지만 경쟁력 있는 회사들을 돕는 브랜드 컨설턴트로 일하고 있다. 지극히 평범한 40대로 살던 어느 날, ‘남다른 삶’에 대한 고민이 시작됐다. 1년에 100권씩 자기계발서를 섭렵하고 부와 성공을 위해 밤낮으로 애썼지만 돌아오는 건 좌절과 실패감뿐이었다. 우리에게 주어진 위기와 기회 모두는 하나님의 설계 안에 있다고 생각하고 다른 사람이 재단하고 휘두르는 삶이 아닌 내가 원하는 가장 나다운 삶을 살고 싶었다. 그래서 시작한 것이 스몰 스텝이다. 남들이 열광하는 것이 아닌 내가 좋아하는 것을 찾고 싶었다. 그것을 찾기 위해서는 거창한 계획이나 또 다른 자기계발이 아닌 작지만 쉽게 성취감을 느낄 수 있는 뭔가가 필요했다. 그래서 3년 동안 매일 스몰 스텝을 실천했다. 그리고 가장 나다운 삶과 하루하루를 살아갈 힘을 되찾았다. 지금은 스몰 스텝이 연결해준 가장 나다운 일인 글과 강의를 통해 삶의 비밀을 꾸준히 공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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