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인생은 끊임없이 쫓기는 도망자와 같다.

아무리 벌어도 물질에 쫓기고, 한가로운 것 같아도 늘 시간에 쫓기며 어딘가를 향해 정신없이 다닌다. 아무리 많은 것을 이룬 것 같아도 돌아보면 할 일이 여전히 태산같이 남아 있다. 드디어 인생을 누릴 수 있을 것 같다 생각하면 어느새 쇠약해져버린 육신을 추스르느라 한눈팔 시간이 없는 것이 우리 인생의 현실이다. 쫓기고, 쫓기고, 쫓기는 삶의 연속이 우리네 인생이다.

그렇다. 우리는 도망자다. 에덴동산에서 쫓겨난 이후로 끊임없이 쫓기고 있는 것이 인간의 운명이다. 누구도 예외는 없다. 이렇게 끊임없이 쫓기는 삶의 연속에서 어떤 이들은 지쳐버리고 파괴되어 날카로워지고 혼란에 빠진다. 그래서 수많은 섣부른 선택과 행동으로 많은 부작용을 경험하고, 그 대가를 평생에 걸쳐 치르며 생존하기 위해 결국 자기중심적인 사람으로 변해간다.

하지만 반대로 어떤 이들은 똑같이 쫓기는 인생을 살지만 오히려 상황을 정복하고 자신을 다스리고 이웃을 품으며 주님의 뜻을 성취하는 위대한 인생을 살아간다. 그래서 이런 질문을 하게 된다.

우리는 도망자로서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다윗 역시 숨 돌릴 여유 없는 도망자의 인생을 살아왔다. 하지만 그는 상황에 쫓긴 것이 아니라 상황을 정복하고 자신을 다스리고 이웃을 품어냈다. 도망가면서도 의리를 지켰고, 용서하고, 자기에게 은혜를 베푼 사람을 기억했다. 그리고 결국 하나님나라를 확장하고 주님의 뜻을 성취하는 위대한 역사를 장식했다. 어떻게 이것이 가능했을까?

사실 다윗이 살아낸 도망자 인생은 어마어마하다. 사울 왕에게 쫓겨 다닌 기록만 해도 무려 사무엘상 19장부터 30장까지 이어진다. 그리고 사무엘하 15장부터 17장에 이르러서는 아들 압살롬에게 쫓기는 인생을 살아간다. 참 줄기차게도 쫓기는 인생을 살아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한평생이 하나님의 마음에 합한 자로 정의될 만큼 바른 인생이었다는 것을 우리가 분석해볼 필요가 있다. 그는 과연 어떻게 이런 삶을 살 수 있었을까?

정신없이 쫓기는 인생을 살다 보면 반드시 찾아오는 유혹이 있다. 우리 삶에 조금이나마 한숨 돌리게 하는 기회들이 보이기 시작할 때, 한 줄기 소망의 빛이 감지되기 시작할 때 그 유혹은 찾아온다. 그럴 때 우리는 ‘이것이 하나님이 내게 주신 기회야’라고 착각하기 쉽다. 그러나 그렇게 하나님의 뜻을 섣부르게 해석하면 큰 오류를 범하기 쉽고, 그에 따르는 부작용은 어마어마하게 크다.

따라서 도망자의 삶을 사는 우리가 가장 먼저 명심하고 끊임없이 묻지 않으면 안 되는 질문이 바로 이것이다.

나는 주님의 섭리를 섣불리 해석하고 있지는 않은가?”

사울은 블레셋과의 문제를 수습하자마자 또다시 다윗을 쫓기 시작했다(삼상 24:3-7).

사울은 다윗을 참 극성스럽게도 미워했다. 거기에는 여러 이유가 있다. 그중 하나는 사람들이 다윗을 칭송하기 시작했고, 사울의 영향력은 줄어들기 시작했다. 이것뿐이었다면 어쩌면 사울이 자기 마음을 어느 정도 다스리면서 감당했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사무엘상 18장 12절에 보면 사울이 다윗을 두려워했다고 한다. 원인이 무엇인가? 사울 자신도 하나님의 영이 자기에게서 떠난 것을 알고 있었지만, 그 하나님의 영이 다윗에게 임한 것을 본 것이다. 그래서 사울은 다윗을 두려워했다. 두려움을 표출하는 여러 방법 중에 사울이 선택한 것은 다윗을 죽이기로 작정하는 것이었다. 여기서부터 다윗의 쫓기는 인생이 시작됐다.

사울은 군사 3천 명을 이끌고 다윗이 숨어 있는 엔게디 광야를 추적하기 시작한다. 엔게디는 예루살렘 동남쪽 사해 주변에 위치한 광야인데, 해발고도 마이너스 410미터로 지구상에서 가장 낮은 곳이다. ‘염소의 샘’이란 뜻을 가지고 있는 지명처럼, 그곳에는 ‘게디’라고 하는 들염소들이 많았는데, 그 염소들은 계곡으로 내려가는 언덕에 난 구멍들 속에 깃들여 살았다. 다윗이 그런 동굴로까지 도망쳤다는 것은 쫓길 만큼 쫓겨 더 이상 갈 곳이 없었다는 뜻이다. 끝까지 간 것이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다윗을 쫓던 사울이 볼일을 보러 동굴에 들어갔는데, 수많은 동굴 중에서 하필 다윗이 숨어 있던 동굴로 들어간 것이다. 보통 우리는 이런 우연이 펼쳐지면 이를 두고 하나님의 섭리라고 섣불리 해석하는 경향이 있다. 다윗을 따르던 자들도 그렇게 생각했다.

다윗의 사람들이 이르되 보소서 여호와께서 당신에게 이르시기를 내가 원수를 네 손에 넘기리니 네 생각에 좋은 대로 그에게 행하라 하시더니 이것이 그날이니이다 하니 – 삼상 24:4

그러나 하나님은 그렇게 말씀하신 적이 없으셨다. 사람은 자기가 생각하고 싶은 대로 생각하고, 보고 싶은 대로 보고, 듣고 싶은 대로 듣는 연약한 존재다. 특히 그것이 나의 생존 문제와 관련된 것이라면 더 그렇다. 우리는 주님이 말씀하시지도 않은 근거 없는 이야기를 그럴듯하게 하나님의 섭리로 끼워 맞추는 행위를 너무 많이 저지르곤 한다.

역경의 계절 한복판, 누구라도 혹할 수밖에 없는 한 줄기 빛이 보이기 시작할 때야말로 정말 조심해야 한다.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을 때 절대 잡아선 안 되는 것이 지푸라기다. 올바른 판단을 하기 위해 반드시 기억해야 할 원칙이 있다. 그것은 결과가 방법론을 절대로 정당화시키지 못한다는 사실이다.

지금 다윗이 처한 상황에서 펼쳐질 수 있는 ‘결과’가 무엇인가? 사울을 죽이고 다윗이 왕좌에 오르는 것이다. 사실, 그것은 하나님의 뜻이었다. 다윗은 기름 부음을 받았고, 하나님은 이미 사울을 버리셨다. 결과만 보자면 다윗이 사울을 죽여도 아무 문제도 없을 것 같다. 오히려 하나님의 뜻을 빨리 앞당겨 성취할 수 있는 것 아닌가.

하지만 다윗은 사울에게 손대는 것을 두려워했다. 하나님이 세우신 종에게 함부로 손댈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겨우 그의 옷자락 한 부분을 도려내는 데 그쳤다.

정당하게 기름 부음 받은 자로서 왕좌로 나아갈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지만, 자기 손으로 그 기회를 쟁취하지 않았다. 모든 상황이 다 정확하게 맞아 떨어진다 해도 다윗은 그것을 하나님의 뜻으로 섣부르게 해석하지 않았던 것이다.

모든 상황이 다 맞아떨어져도,
다윗은 하나님의 뜻으로
섣부르게 해석하지 않았다
분별력. 구하기

지금 우리 시대에 가장 필요한 것 중 하나가 바로 이런 분별력이다. 사실 잘못된 길을 가도 상황이 기가 막히게 맞아 떨어지는 경우가 너무 많다. 그 대표적인 예로 요나를 들 수 있다. 요나처럼 나를 긍휼히 여기시어 피할 길을 허락하신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그것은 하나님의 뜻이 아니었다.

오늘날 우리도 마찬가지다. 결과 중심으로 모든 것이 진행되다 보니 결과만 좋으면 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하나님의 법칙은 그렇지 않다. 하나님은 결과가 아니라 질서를 보신다. 결과가 아니라 순리를 중요하게 여기신다. 우리는 스스로 고난을 단축시키려고 한다. 웬만하면 지름길을 선택하려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하나님의 방법은 언제나 질서와 순리다. 이것이 쫓기는 삶을 잘 감당하는 첫 번째 조건이다.

† 말씀
나의 영혼아 잠잠히 하나님만 바라라 무릇 나의 소망이 그로부터 나오는도다 –시편 62편 5절

여호와여 주의 장막에 머무를 자 누구오며 주의 성산에 사는 자 누구오니이까 정직하게 행하며 공의를 실천하며 그의 마음에 진실을 말하며 – 시편 15편 1, 2절

너는 범사에 그를 인정하라 그리하면 네 길을 지도하시리라 – 잠언 3장 6절

† 기도
하나님, 쫓기고 쫓기고 쫓기는 삶의 연속 선상에 제가 서 있습니다. 그렇게 살다 보니 저만 생각했고, 누군가를 도와주고 살필 여유가 없었습니다. 한숨 돌릴 기회가 오면 하나님이 주신 빛이라고, 기회라고 섣부르게 해석할 때도 많았습니다. 결과만 좋으면 모든 것이 좋다는 생각, 버리게 하소서. 섣부른 해석 또한 버리게 하소서. 결과가 아닌 하나님의 질서와 순리를 기억하며 따르게 하소서.

 적용과 결단
쫓기고 당할 때 그 삶이 언제까지일지 묻고 싶을 때가 많습니다. 그러나 하나님의 질서와 순리가 이루어지는 날은 반드시 옵니다. 그 전에 하나님의 뜻을 구하지 않고 내 뜻대로 움직이는 것은 하나님의 때를 앞당기려는 행위입니다. 하나님보다 앞서가려 하지 맙시다. 잘 쫓기는 삶을 살아낼 수 있기를 기도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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