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 사사기는 이름 자체가 ‘사사기’이기 때문에 사사들의 이야기가 사사기의 중요한 관심사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제 생각은 조금 다릅니다.

물론 사사들이 살아간 삶의 이야기가 사사기라는 책의 줄거리를 이끌어 나가는 좋은 재료인 것은 분명합니다. 그러나 사사기 전체를 놓고 봤을 때 사사 개인의 삶에 대한 기록은 3장부터 16장에 나오는 일부입니다(삿 3:7-16:31).

그러면 나머지 1-2장과 17-21장은 어떻습니까? 사사기 전체 21장 중에서 7개 장은 사사들의 일화를 다루지 않습니다. 그러니까 정확히 3분의 2는 사사들의 이야기이고, 3분의 1은 사사들이 아닌 다른 이야기들로 구성되어 있는 것입니다.

저는 이런 형태를 ‘보따리’ 형태라고 부르고 싶습니다. 사사기 3장부터 16장까지 사사들의 이야기를 보따리로 싸서 묶은 것이 사사기라는 것이지요.

사사기를 기록한 역사가가 사사들과 함께 살면서 마치 전기문(傳記文)처럼 기록한 책이 아니라는 것도 이해해야 합니다. 이리저리 흩어져 있던 사사들에 대한 기억과 기록들을 오늘날 우리가 읽는 성경과 같이 두루마리 하나로 엮어서 기록한 것이 사사기입니다.

사사기를 기록한 역사가가 이 두루마리를 기록할 때 하나님께서 주신 마음, 그러니까 이것을 기록한 이유와 목적이 있을 것입니다. 그 이유와 목적을 바탕으로 사사들의 이야기를 구성했겠지요?

사사들의 이야기보따리를 꾸릴 때 사사들의 이야기를 하나하나 담을 텐데, 그 이야기들을 하나로 묶어내는 보따리가 사사기 1-2장, 17-21장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그러니 어떻게 보면 사사기를 기록한 역사가에게 주신 하나님의 영감, 사사기를 기록한 역사가가 이 두루마리를 읽을 이스라엘 사람들에게 정말 하고 싶었던 말은 사사기 1-2장과 17-21장에 담겨 있다고도 할 수 있습니다.

이스라엘 사람들은 구약성경을 ‘타낙’이라고 부릅니다. 성경을 구분할 때는 율법서, 예언서, 성문서 세 가지로 분류합니다.

히브리어로 율법서를 ‘토라’라고 하고, 예언서를 ‘네비임’, 성문서를 ‘케투빔’이라고 하는데, 이 세 분류의 히브리어 첫 글자들을 모아서 만든 단어가 타낙입니다.

이렇게 나누다보니 좀 의아한 것이 있습니다. 사사기는 누가 읽어도 출애굽을 한 이스라엘 백성이 가나안 땅에 들어온 후 벌어진 전쟁과 사건들을 나열한 역사 기록인데, 이스라엘 사람들의 성경 분류에 따르면 예언서(전기 예언서)에 속한다는 것입니다.

그러고 보니 전기 예언서로 분류된 책들이 다 이상합니다. 여호수아서, 사사기, 사무엘서, 열왕기가 모두 예언서라니 말입니다.

이것이 바로 역사를 바라보는 유대인의 시각입니다. 우리는 역사라고 하면 과거에 일어났던 사건에 대한 이야기라고 생각합니다. 그렇지만 유대인들은 역사 이야기가 과거에 일어난 옛이야기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 과거의 역사가 우리의 미래를 보여준다는 믿음을 가지고 있습니다.

예언은 대개 “앞으로 무슨 일이 벌어질까?” 하는 것을 알려주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아주 틀린 말은 아닙니다. 그런데 성경에서는 “네 얼굴을 보아하니 분명히 이런 일을 당하겠구나. 운명은 피할 수 없어. 이미 신(神)이 정해놓은 것이니까. 그래도 그 운명에서 꼭 벗어나고 싶다면 액땜한다 치고 이렇게 해봐”라고 말하는 사람들을 예언자라고 부르지 않고 무당과 박수라고 불렀습니다.

그리고 율법에 의하면 이렇게 운명적인 미래를 점치고 말하는 사람들은 다 사형에 처해야 되는 사람들로 분류해놓았습니다(출 22:18;신 18:9-12).

그러면 구약 시대에 예언자들이 한 일들은 무엇이었을까요? 구약 시대 예언자들은 율법 교사이자 일종의 역사가들이었습니다. 조금 쉽게 풀어서 설명한다면, 해 아래 새로운 것이 어디 있을까요?

사람들이 지금 살아가는 모습은 다 이런 모양입니다. 그들이 지금 걷는 길은 이미 우리 선조들이 예전에 한 번쯤 다 해보았던 것들입니다. 예언자들은 현재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그들과 똑같은 길을 걸어간 과거 신앙의 선조들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여러분이 잘 알고 있는 우리 옛 선조들의 이야기를 들어보세요. 우리 선조들이 과거 바알브올에서 한 일을 떠올려보세요.

광야에서 했던 일을 생각해보세요. 잘 알다시피 우리 선조들은 이러이러했잖아요. 그리고 가나안 땅에 들어와서는 이렇게 했잖아요. 그래서 그들이 이렇게 된 것, 다 알지요? 그러면 여러분의 현재 모습은 어떤가요?”

무엇이든지 전에 기록된 바는
우리의 교훈을 위하여
기록된 것이니 

– 롬 15:4 中

구약 시대의 예언자는 과거 하나님이 시내산에서 주셨던 하나님의 말씀(율법)과, 그 말씀을 받고 이 땅에 살았던 우리 신앙 선조들의 삶과, 그 삶의 열매를 배우고 그 역사를 기준 삼아 하나님의 영으로 오늘을 비평하고, 내일 우리가 걸어가야 할 하나님의 길을 가르쳐주는 사람들이었습니다.

간단히 말해 예언자는 과거를 배워서 오늘을 날카롭게 바라보고 내일을 기대하게 하는 사람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사사기 1장부터 3장까지는 사사기를 기록한 역사가가 사사기를 기록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소개하는 도입부입니다.

17장부터 21장은 사사기를 기록한 역사가가 정말로 고발하고 싶었던 레위인들(레위인 제사장들)과 그들이 이끌었던 사사 시대 이스라엘의 현주소를 농축해놓은 총정리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러니까 어찌 보면 중간에 끼어 있는 사사들의 이야기들은 사사기를 기록한 역사가가 전달하고자 했던 하나님의 강력한 메시지를 돋보이게 하기 위한 사례들입니다.

† 말씀
그때에 이스라엘에 왕이 없으므로 사람이 각기 자기의 소견에 옳은 대로 행하였더라
– 사사기 21장 25절

우리가 살아도 주를 위하여 살고 죽어도 주를 위하여 죽나니 그러므로 사나 죽으나 우리가 주의 것이로다
– 로마서 14장 8절

† 기도
하나님, 나의 눈과 욕심을 세상을 판단하는 절대 기준으로 삼지 않게 하소서. 나의 참된 주인은 오직 주님이십니다. 나의 참된 왕은 오직 하나님 한 분이십니다. 스스로 왕이 되지 않게 하시고 오직 주님만을 바라보는 자가 되게 하소서.

적용과 결단
우리는 과거를 통해 오늘을 날카롭게 바라보고 내일을 바라볼 수 있습니다. 사사기가 바로 그런 책입니다. 모두가 스스로 왕이 되고자 했던 시대. 당신에게 이런 모습은 없습니까? 말씀 앞에 나의 모습을 바라보는 시간을 가져보시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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