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 돌아오자 큰아들이 한 가지를 제안했다.
“오늘은 저녁 먹고 나서 영화 한 편 보는 거 어때요?”

디지털아트를 전공하려는 큰아들은 그 전날, 중고 3D모니터를 구입한 기념으로 영화 한 편을 보자고 했다. 그렇게 해서 보게 된 영화가 리들리 스콧 감독의 우주영화 <마션>(The Martian, 2015)이었다. 식사를 마친 우리 식구는 큰아들의 다락방에 붙어 앉아 모니터에 시선을 고정했다.

영화는 처음부터 우리 얘기를 하듯, 대형사고를 다루고 있었다. 화성을 탐사하던 나사 아레스3 탐사대에 예기치 않게 찾아온 거대한 모래폭풍으로 탐사대는 ‘마크 와트니’(맷 데이먼 분)가 사망했다고 판단, 실종된 마크를 남겨둔 채 화성을 떠난다. 그러나 잠시 후 모래바람만 휘날리는 화성에서 주인공 마크가 거짓말처럼 깨어난다.

동료들이 다 떠나버린 우주 한복판에서 죽지 않고 살아남은 것이 무슨 의미란 말인가? 물과 식량은 얼마 남지 않았고 지구로 교신할 방법도 찾을 수 없었다. 한마디로 우주에 남겨진 미아가 된 것이다.

마치 내가 마크가 된 것 같은 몰입이랄까, 희망이라곤 손톱만큼도 기대할 수 없었던, 지나온 우리의 지점들이 그 순간 화면 위로 오버랩되었다.

마크의 생존 소식이 기적처럼 지구에 알려지면서 영화의 흐름은 달라진다. 마크가 살아있다는 소식을 접한 전 세계 사람들은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그를 구해 와야 한다는 성원을 보내기에 이르고, 죽음까지도 불사한 채 그를 구하러 달려온 동료들 덕에 마크는 1년 8개월 만에 지구에 극적 귀환을 하게 된다.

영화가 끝나자 우리 네 식구는 서로를 보며 환히 웃어주었다.
“한 사람의 생명 값이 지구 전체네.”
“맞아요, 엄마. 저도 잃은 양의 비유가 생각나더라고요.”

이 대화의 여운 때문이었을까. 그날 밤 내 머릿속에선 길을 잃고 헤매는 양 한 마리의 이미지가 떠오르면서 동시에 한 가지 질문과 마주하게 되었다.

길 잃은 양이 집에 돌아가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영화 내용에 비추어보면, 답을 찾는 일이 그리 어렵지만은 않다. 양인 나를 아끼고 보살피던 목자와의 교신 방법을 찾아내는 일이 우선일 터. 목자가 내 목소리를 들을 수 있도록 계속해서 울부짖고 나를 부르는 목자의 소리에 귀 기울이다가 목숨을 걸고 나를 찾아온 목자를 만났을 때 그 품에 안기면 되는 것이다.

하지만 또 다른 질문을 던지게 된다. 내가 양이라면, 길 잃은 양 한 마리를 위해 목숨 걸고 찾아올 목자는 과연 누구인가. 도와달라고, 나는 살고 싶다고 말하는 나의 소리를 듣고 내가 있는 사망의 음침한 골짜기까지 찾아올 목자가 과연 존재하는지도 궁금하다. 존재한다 해도 그 목자가 나를 집까지 데려다줄 능력이 있는지에도 의문을 가질 수 있다.

이 생각을 하자니, 자신을 ‘선한 목자’라 칭했던 예수님의 말씀이 떠올랐다.

나는 선한 목자이다. 나는 내 양들을 알고, 내 양들은 나를 안다. 그것은 마치, 아버지께서 나를 아시고, 내가 아버지를 아는 것과 같다. 나는 양들을 위하여 내 목숨을 버린다. – 요 10:14,15, 새번역

수많은 고증을 통해 드러나듯 성경이 정말 진실과 진리의 기록이라면 이 말씀은 사실일 테고, 그렇다면 그간 수없이 길을 잃었던 나를 찾아 여기까지 이르게 하신 분이 예수님이라는 결론이 나온다.

성경은 예수님 그분을, 나를 잘 알고 사랑하며 심지어 양인 나를 위해 목숨까지도 버리는 목자라 소개하고 있기 때문이다.

생각이 여기에 미치자 눈물이 주르륵 흘러내렸다.

어떻게 내가 예수님을 만나 그분의 돌봄을 받게 되었을까? 대학 3학년 때까지만 해도 나는 개신교 혐오론자가 아니었던가? 그래서 상상도 못 했다.

내가 목회자 부인이 되어 그분의 음성에 귀 기울이고 그분의 손을 잡고 하루하루를 살아가게 될 줄은. 더구나 사모가 되고서도 수없이 길을 잃고 그때마다 나를 찾아와 돕고 구원하시는 예수님을 실제적이고 구체적으로 만나게 될 줄은…

나를 비롯한 모든 인생의 순간순간은 언제나 와해될 가능성과 회복될 가능성 사이에 놓여 있다. 이때 하나님은 우리에게 믿음, 소망, 사랑의 메시지를 주시며 일으키려 하시고, 악한 존재는 불안과 두려움, 공포를 주며 넘어뜨리려 한다.

나는 예수님을 믿은 후로 언제나 하나님께 질문을 드리며 살았다.
하나님은 누구이시고 인생은 무엇입니까?

이 폭풍우 치는 인생에서 믿음으로 산다는 건 어떤 것입니까?”

이 질문을 날마다 드렸던 것은 유독 내 주변에 아프고 약한 이들이 많았을뿐더러, 나 자신이 연약한 상태로 오랜 세월 폭풍우를 지나야 했기 때문이다. 오늘 이 하루를 어떻게 살아야 할지 날마다 그분께 도움을 구해야 하는 세월이었다.

그런 나날들 속에서 하나님은 내게 어떤 답을 주셨고 내 삶에 무엇을 지어놓으셨을까? 돌아보면 하나님은 언제나 답을 주시며 내 안에 건물 몇 채와 비교할 수 없는 보배로운 무언가를 형성해 놓으셨음을 부인할 수 없다.

그래서 결국은 감사다.
우주를 표류하는 나, 그리고 그런 나를 구하러 오신 예수님을 마치 영화 <마션>을 보듯, 시선을 고정해 들여다보고 싶다. 그런 인생을 살게 하시고 앞으로 살아가게 하실 하나님께 깊이 감사드리며 말이다.

† 말씀 
근심하는 자 같으나 항상 기뻐하고
가난한 자 같으나 많은 사람을 부요하게 하고
아무것도 없는 자 같으나 모든 것을 가진 자로다 – 고린도후서 6장 10절

너는 마음을 다하여 여호와를 신뢰하고
네 명철을 의지하지 말라 너는 범사에 그를 인정하라 그리하면 네 길을 지도하시리라 – 잠언 3장 5, 6절

† 기도 
하나님, 길 잃은 양 같은 저를 사랑으로 돌봐주시고 찾아주셔서 감사합니다. 내가 주님 아니었으면 어찌 살아가겠습니까? 이 험한 세상을 어떻게 이겨내겠습니까! 오직 주님 한 분만 의지하며 나아가게 하소서. 믿음을 허락하소서.

적용과 결단 
우주를 표류하는 나를 위해 예수님이 이 땅에 오셨습니다. 지금 이 순간도 하나님은 상처가 별이 된 사람들을 찾으시고, 위로하십니다. 이 사실을 기억하고, 감사하는 당신이 되길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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